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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리바 Jul 02. 2019

2장 안녕히 가세요

소개팅은 끝이나고 우리는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겠지.


소개팅이 끝났다. 편안한 상대를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이지만 나는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있었고, 모든 사람이 이해는 하지 못하지만 결국 내 뜻에 따라 잘 되지 않았다.


내가 그리는 나의 생활 패턴을 누군가에게 시간을 쪼개 함께한다는 것이 괜찮은 그를 만났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 당시쯤 나는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래서 편안한 관계와 놀이기구를 타듯 짜릿한 설렘을 느끼는 상대, 누군가들이 많았지만 어쩐지 여러 가지로 감정을 소모하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조금 힘겨웠다. 사람 관계를 컨트롤할 수 있다고 자만했었는데 감정에 이끌려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니 피로감이 몰려오면서, '내가 뭐 하는 걸까?' '멋지게 나의 인생을 살고 있던 나였는데 지금 왜 이렇게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허비하지?' 하는 짜증과 스스로를 타박했다.

그래서 결론은 다 정리했다. 정리하기 전 까지는 어려웠지만, 정리하고 나니 후련했다.

결국 난 또 솔로가 되었다.



나는 내 인생에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것이 굉장히 낯설다.

나라는 사람은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다. 사람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 같으면서 사람을 받아들이는데 익숙지 않아한다.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고, 분위기를 조절하고, 어떤 상황과 관계에 적응력도 빠르고 두루두루 다 같이 지내는 것 같지만 실제 나의 마음은 사람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여는데 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를 오래 본 친구는 그런 말을 했다. 그 친구는 내가 자신에게 마음을 연 게 불과 2-3년쯤 되었다고 이야길 했다. 반면 나는 그 친구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했는데 받아들이는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지 못했나 보다. 

내가 친하다고 여겼던 사람에게까지 벽을 두며 산다는 건 무척이나 쓸쓸한 소리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면 어느 순간부터 관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손을 놓고 즐거움만 쫒으며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돼가는 것 같다. 누구에게 오랫동안 마음을 준다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그만큼 돌아올 상처를 두려워한다는 건 사실이다. 모든 관계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그래서 상처 받지 않을 방법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애는 잘 시도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내가 이해가 안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세상에 모든 일을 이해하며 살 순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어딘가에 인연이 있다.라는 말은 나에게 위로처럼 들리기도 하면서 막연하게 생각되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인연은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늘 나에게 사람들은 덧붙여 말한다.



나는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을 만날 줄 알았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될수록 웬일인지 좋은 기준이 높아져버렸다. 그게 바보 같은 기준점은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스스로가 발전하고 높아지고 있으니깐. 쉽게 생각해보자면 물가상승률은 오르는데 최저시급이 안 오르는 건 말이 안되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공급이 없는 건 사실이다. 

나보다 어른 동생들은 '언니 결혼하고 싶지 않아?'라고 물으면 나는 '당장은' '아직'이라는 나의 대답에 쉽사리 수긍하지 못한다. 동생들은 빨리 시집을 가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했다. 그들과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옛말에 멋모를 때 시집가라는 말이 왜인지 알 거 같은 대목이다. 나도 그 나이 때엔 가고 싶었으니깐.

내가 만들어놓은 내 삶이 안정권으로 들어왔다. 20대 후반. 자리 잡힌 나의 삶을 다시 마이너스화 시키기 싫다는 의미이다. 혼자보다 둘이라는 말이 있지만, 어쩐지 나는 둘보다는 혼자가 더 좋은 현재이다.


대체 너의 이상형은 어떤 타입이니?

그러게. 딱히 이상형이라고 꼽아봐서 만나본 남자는 없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서서히 호감도가 상승한 편이었으니깐. 예전에는 '향수 뿌리는 남자'라고 말을 했다. 생각해보니 그건 나의 이상향 아녔으려나.

냄새가 만들어 주는 그 사람의 이미지를 통해 나는 '향기=남자 이미지'와 동질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처음 확인하는 건 그 사람의 향수 냄새였고, 뿌리지 않았으면 향수가 있는지 묻는 다음 뿌려오라고 시킨 적도 있었다.

나의 이상형(?)을 말했을 때, 사람들은 '못 만나겠네'라는 말을 했다. 나도 두리뭉실한 나의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에 '그렇지?' 하며 수긍했다. 


내가 연애를 안 하고, 못하는 이유보다 세상에 남자는 많은데 뭐하러 그렇게 재고 따지느냐. 소개팅 무조건 해라!라고 푸시한다. 그러면 나는 

편의점 혹은 카페처럼
내가 원하는 남자를
이리저리 옵션사항을 넣어서
구매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장사 있으면 대박을 칠 텐데. 하지만 한편으론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고, 마음 연약한 소리일까?

편하기야 하겠지. 그러나 편식이 심한 아이는 영양결핍이 되듯.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야 마음도 성장하고, 사회와 사람도 건강해지는데 그저 나 편하자고 나를 사회를 전체를 죽이는 발상을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내 고집과 입맛대로 내 삶을 살고 있어서 앞으로 더 이렇게 나 자신이 굳혀져 갈 것이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열린 시각으로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보고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답답하다. 그래도 책임감 있게 전진하고 싶다.


돌아보면 많은 소개팅 속에서 설렘이 뽕뽕뽕 솟아오른 적이 참 많았다. 상대도 좋았고, 나도 좋았고. 좋은 관계로 발전할 계기들 발전된 관계도 있었다. 그 설렘에 속아서 스스로의 실망스러운 모습도 발견한 적이 있었다. 마치 남자 없으면 못 살 여자처럼 굴었던 기억들이 그 단면이다. 콩깍지였던 거 같다. 무조건적으로 상대가 다 좋아 보이는.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잘 생기지도, 그렇게나 매력적이지도 않았던 거 같은데. 그 시절엔 어찌나 그 모든 행동들에 마음을 다 빼앗겨 지냈는지...


경험자로써 정리해보자면 콩깍지는 벗겨져봐야 알겠고. 늘 고민을 했던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 에 대한 질문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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