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 과기성 금지:
기성(Earned Value)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발주처로부터 받는 ‘도급기성’, 다른 하나는 협력업체에게 지급하는 ‘하도기성’이다.
문제는 현장에서 도급기성보다 하도기성을 더 많이 지급하는, 이른바 ‘과기성(過進捧)’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1) 기성 검사 시기의 차이: 발주처의 도급기성은 늦게 확정되는 반면, 하도급사의 공정 진도는 먼저 반영되는 경우.
2) 내역수량과 실제수량의 차이: 산출과 실공사량이 어긋나 일시적 불균형이 생기는 경우.
3) 하도급사의 사정: 노무비, 장비비, 식대 등 간접비 지출이 많아 현금 유동에 어려움을 겪을 때, 선지급 요구가 발생한다.
1) 현장 관리 리스크: 발주처에서 아직 받지도 못한 돈을 먼저 지급하면, 유동성이 꼬이고 관리 책임은 현장소장이 져야 한다.
2) 협력사 부도 리스크: 건설경기가 어려운 요즘, 하도급사가 부도라도 나면 과지급된 기성은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다.
3) 도덕적 해이: 일한 만큼 지급한다는 원칙이 흐려지고, 다른 하도급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하도급사 직원들이 “노임을 못 줘서 인부들이 집에 간다”는 이야기를 하면, 현장소장이 외면하기 어렵다.
그래서 흔히 “이번만”이라는 마음으로 기성을 넉넉히 잡아주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도급기성보다 하도기성을 더 준 것’이고, 결국 회사와 현장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1) 하도기성은 도급기성 범위 내에서만 지급한다.
2) 하도급사의 어려움은 기성으로 해결하지 말고, 본사와 협의하여 별도의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
3) 기성 지급 전 반드시 발주처 기성 확정 시기와 금액을 확인하고, 내부 결재선을 거친다.
4) “일한 만큼 지급”이라는 원칙을 지키되, “받은 만큼 지급”이라는 대원칙을 절대 흔들지 말라.
과기성은 현장에서 가장 흔한 유혹 중 하나다.
그러나 현장소장이 무심코 인정해준 과기성은, 나중에 협력사 부도와 자금 회수 불능, 관리 책임 전가로 이어진다.
소장은 반드시 원칙을 지켜야 한다.
“받은 만큼만 준다. 절대로 더 주지 않는다.”
이것이 현장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장치다.
현장소장은 단순히 원칙만 외치는 관리자가 아니다.
법적으로는 ‘현장대리인’, 즉 사장을 대신해 현장을 책임지는 사람이며,
현실적으로는 근로자와 협력업체와 함께 호흡하며 상생해야 하는 자리다.
따라서 과기성 문제는 단순히 “받지 않으면 절대 주지 않는다”는 원칙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고충을 해결하는 것도 소장의 역할이다.
만약 1~2번 정도의 소규모 과기성으로 인해 현장이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면,
인간적으로 해아려 줄 수 있는 관리의 미덕 또한 필요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도 반드시 기록을 남기고, 본사와 공유하며,
“현장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원칙과 배려,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실천하는 것이 현장소장의 진짜 역량이다.
내가 존경하던 한 선배 소장님이 계셨다.
그분은 어느 현장에서 아파트 기준층 세팅 시기(전이층 상부 1~2층을 지나 기준층이 자리잡는 단계)에, 하도급사의 자금 지출이 특히 많아진다는 점을 잘 알고 계셨다.
근로자 이탈을 막고, 하도급사의 관리 효율을 높이고자,
그분은 전체 골조공사 금액에서 약 1% 정도를 앞당겨 지급했다.
소장으로서 “현장을 지킨다”는 책임감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그러나 회사 감사기간에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는 커졌다.
초기에는 “공사팀장이 조금 더 인정해줬을 뿐”이라는 식으로 대답했지만,
결국은 본인이 더 지급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그 일로 심한 문책을 받았다.
마음의 상처가 컸던 그는 결국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회사 입장에서는 기성 검토 과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에 질타를 한 것이고,
소장 입장에서는 현장을 위해 내린 결정이 인정받지 못했다는 서운함이 컸다.
양측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기성은 작은 편의로 다룰 문제가 아니라, 회사와 현장의 신뢰 전체를 흔드는 문제다.”
최근 건설업의 어려운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 사건은 모든 관리자, 특히 현장소장에게 큰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