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스케치 _ 담배 전도사 친구 YH
기독교인이라면,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흡연'문제에 관한 얘기다. 좀 길어도 끝까지 읽어보시라..
백해무익(百害無益)한 담배,
가능하면 끊어야 되지... 암... 여기엔 이견 없음!!
그럼에도 '고민'을 한다는 건, 유익한 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백해는 인정하지만, 무익은 아니어서, 백해삼익(百害三益)정도로 수식하자...
필자는 특이하게도,
군대에서, 그것도 병장 때 처음으로 담배를 손으로 잡아보았다.
병장이니... 가만있자... 96년 봄 즈음일 터,
지금은 공군이 되었지만, 그 땐 육군이었던 방공중대
(20mm 탄약을 분당 6,000발 이상 발사하는 발칸포로 적의 항공기를 격추시키는, 그런 부대)였다.
기관포치고는 부피나 무게가 상당해서, 육공(2.5ton) 트럭으로 견인해서 다니는데, 난 그 트럭을 운전하는 운전병이었다.
방공중대는 사단 직할부대였고, 예외적으로 중대장이 소령이었다.(보통은 대위나 중위인데.. 그 사람 차를 세차했던 기억만 있다)
쓰잘데기 없는 말이 길어졌는데, 암튼... 폐쇄적이었고,
서울에서는 63빌딩 꼭대기 같은 건물 옥상에도 있었는데(이건 군사비밀인가?),
강원도에서는 주로 산꼭대기에 발칸포 2대씩 배치한 1개분대 규모가 배치되었고, 거길 진지라 명했다.
진지별로 6개월 정도의 간격으로 맞교대되는데, 그렇게 순환되다가 병장 때 본부중대로 가게되었다.
마치, 현장생활하다가 본사에 있는 지금의 내 상황처럼...
그 곳에서 국민학교때부터 친구였던 YH를 만났다.
나보다 스마트하고, 째삣한(예리한? 정도의 부산사투리) 놈이 별로 없는데,
그 녀석은 그 정점에 있었다. 극 TJ의 인간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거 같다.
암튼,
그 친구는 나 이전에 이미 3명 이상을 지독한 흡연자로 개종시키고, 십여년만에 나와 재회했다.
그 놈의 전도방식은 이랬다.
1. 왜 담배를 피지 않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제기
2. 담배와 건강과의 무관함 증명_ 흡연자 중 장수한 유명인 증거자료 제시
(실제로, A4지 한장에 쭈욱 열거해서 보여주었음)
3. 그래도 안되면... 일단 경험해보고! 아니다싶으면 피지말라 유도
난 3단계 전도가 모두 통하지 않는 십자가 군병이었다.
담배가 내 몸에 닿는 순간, 죄가 온 몸으로 퍼진다는 망상에 빠져있는...
(울 아부지가 군대로 보낸 첫 편지에, 군대에서도 신앙을 잃지않는 하나님의 십자가 군병이 되어라 라는 멘트가 있었음. 펑펑 울었기도 했고... 각설하고.)
하지만, YH는 집요했다.
단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귀괴한 방법을 썼는데,
나랑 대화를 하다가, 불을 붙인다...
그러고는, 소변이 마렵다며, 잠깐만 들고 있으라 했다.
옆에 있는 바위(지금생각해보면, 자연석쌓기벽이었다)에 올려놓으려 했는데,
굴러 떨어질것 같다며, (엉덩이를 뒤로 쑥 빼면서 급한 목소리로) 잠깐만~ 하며 애교를 떨었다.
담배전도사인 그의 앙탈에, 태어나 처음으로 그것을 손가락 사이에 어설프게 들게 되었다.
견고했던 나의 노담벽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금방 다시 끊기는 했으나, 몇 달을 피긴 했었고,
담배를 폈다는 낙인을 스스로 찍었었다.
....
시간은 흘렀다.
변덕스럽게, 끊었다 피었다를 몇 년씩, 몇 개월씩 반복하며 지냈다.
주말이나 연휴에는 지금도 전혀 피지 않지만, 회사에선 담배없인 쫌 거시기하다.
연애를 하고나서, 아기를 갖기 전, 코로나로 기침이 심할 때... 그럴 때 끊었었고,
현장생활 틈틈이, 준공일정 관련 스트레스로, 또 본사에 발령받고 ... 그럴 때 다시 피웠다.
3분의 2정도 피웠다고 해도 족히 20년은 되었다.
여러 금연시도 중, 가끔씩은 종교적인 죄책감이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목회자 가정은 아니지만, 나름 신앙적 측면에서는 금수저 같았다.
양가부모님들이 모두 장로/권사님들이시고, 할머니도 장로님이셨다. 친척중엔 목사님들도 계시고...
자그마한 교회에서 목회자집에서 하숙하듯 지냈고,
학생부/청년부 회장을 도맡았고, 찬양을 인도하고... 제법 건실한 교회옵빠였었었었다.
학창시절, 궁금한 걸 거침없이 질문하던 나는,
술과 담배를 왜 피면 안되는지에 대해 몇 명의 목사님들에게 물어봤었다.
신앙적으로 금기 시 된다면 안하겠단 다짐을 하고자 했었기 때문인데,
처음에는 모두 (이 놈 뭐지? 하는 표정으로) 당황하지만, ... 생각보다 친절히 나름의 답변들을 하셨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1. 신앙과는 무관. 개인의 취미에 속하는 영역
2. 우리몸은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이므로,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
3. 다른 교우들에게 덕이 되지 않는다.
술같은 경우는, 성경에 "취하지 말라"는 구체적 언급이 있다.
또, 예수님은 포도주를 불법?으로 제조까지 했다.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기적 말이다.
당대에 완전한 자로서, 세상을 물로 심판할 때 유일하게 구원받은 '노아'도 술취해 벌거벗고 잠을 잤다는 것이나, 술에 취한 '롯'은 자기 딸과 근친상간을 저지르기도 했고, 믿음의 조상격인 '이삭'도 야곱을 축복할 때 취한 걸로 유명하다.
'취하지 말라'는 것 자체가 '먹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니...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남에게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과음하지 말라는 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담배는... 언급이 없다.
어쩌면...
마약도,
스마트폰을 오래 보는 것도,
언급이 되지 않은 것처럼…
뭔가에 의지하지도, 중독되지도 말아야 하는 상식수준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는 게 내 지론이다.
최근에,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여러가지 이유로 담배를 피며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려 했었는데,
안피는 줄 알고있던 딸이 눈이 두 배로 커지면서, "아빠 담배폈어? 냄새 엄청 나~" 하는데...
난, ‘주말에만 안펴도 티는 안났구나’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 그냥 냄새 나고, 주변에서 싫어하는 거... 그것만으로도 금연의 이유는 되겠다.
거기다, 하나님 대신 담배만 찾지 않는다면, 뭐 괜찮다는 생각이다.
"하나님 저를 잊지 말아주시고, 저의 모든 인생을 주관하여 주옵소서..." 하면서 “휴~~~ ”하고 연기를 뿜어대는데,
하나님앞에서 담배를 핀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
멀리서, 오랜만에 만나는 영호가 손을 흔들며 나에게 온다.
저 놈을 보니 저 놈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한테 담배를 배우면 절대 못 끊는다!”
… 정말인건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