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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개발자 Feb 01. 2017

무언가의 매력은 알아보는 이에게만 다가온다

아크릴 붓 도색의 매력

건프라를 취미로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도색이다.
왜냐하면 도색을 통해 부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으로는 한계가 있는 디테일을 추가하거나 완성된 건프라의 색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던가 또는 더 리얼한 건프라를 완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건프라를 더 멋지게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왼쪽 제품을 도색한 것이 오른쪽 사진이다 >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색에 대한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도색을 하기 위해서는 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도색을 하기 위한 방법들 중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 에어브러시를 사용하는 것은 공간도 필요하며 돈도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예민한 사람들은 건강상의 문제도 도색의 장애물이 된다.

< 마스크를 써야 하기도 한다 >


에어브러시를 사용한 도색의 꿈이 좌절된 사람들이 대안으로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크릴과 붓을 사용한 도색이다. 아크릴 붓 도색은 건강상의 문제, 공간의 제약, 악취문제 등의 에어브러시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가 없으며 가격도 비교적 상당히 저렴하다. 이렇게 에어브러시의 많은 문제점을 해소해 주지만 건프라를 하는 사람의 기준에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깔끔한 도색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 빨간색 동그라미 부분에 붓자국이 있다 >

건프라의 경우 깔끔하게 도색하는 것이 잘 만들었다의 기준이 된다. 대부분의 멋지다고 평가되는 작품들은 아주 깔끔하게 도색된 작품들인데, 그런 작품을 꿈꾸며 아크릴 붓 도색을 시작한 사람들은 또다시 큰 좌절을 맛보게 된다. 도색방법이 에어브러시와 같이 미세한 입자를 뿌리는 것이 아닌 붓을 이용한 칠을 하기 때문에 붓 자국이 남게 되어 깔끔한 도색을 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크릴 붓 도색을 에어브러시 대신 시작한 사람들도 이런 이유로 많이들 그만 두기도 한다.

나 역시 인터넷에서 보던 깔끔하게 도색된 작품들이 멋진 작품의 기준으로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아크릴 붓 도색을 하며 깔끔하게 도색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남들과 똑같이 좌절을 맛보았다. 어떤 방법을 해도 완벽하게 깔끔히 도색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에어브러시는 쓸 수 없고, 아크릴 붓 도색 밖엔 도색을 할 방법이 없다면 깔끔한 도색은 포기하자. 그렇다면 아크릴 붓으로는 어떤 어떤 도색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매력은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얻은 답은 다음과 같았다.

"아크릴 붓으로 도색한 건프라는 현실에 있을 법한 느낌을 준다. 붓 자국이나 간간히 생기는 매끄럽지 않은 표면이 오히려 건프라가 실제 전장에 있을 것 같은 로봇이라는 느낌이 들게 해준다." 이렇게 새롭게 발견한 아크릴 붓 도색의 매력은, 에어브러시를 통한 깔끔한 도색 못지않게 내 마음에 쏙 들었다.

< 첫 번째 도색 완성작 >


아크릴 붓 도색이 가지고 있지 않은 매력을 찾다 보니 실망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크릴 붓 도색은 내가 원하던 매력이 아닌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던 도색 방법이었다. 그 매력을 발견하기 전 까진 내게 실망스러운 것이었지만, 스스로 그 매력을 발견하게 된 순간 그것은 내 마음에 쏙 드는 것이 되었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자신의 매력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매력을 몰라주는 사람에게는 실망으로 다가갈 것이고,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며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자신의 매력을 알아주는 사람에게만 매력을 어필하는 깍쟁이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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