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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RYU 호류 Feb 23. 2021

내 얘기 같은, 친구 같은 노래

장희원「문득, 행복」外, 우연히 만난 진솔한 선율

우연히 이렇게, 좋은 아티스트와 좋은 곡들을 만나다니 이거야말로 행운이고 행복이다.


몇 년째 그래 왔듯이 2017년도에도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에 갔다. 1일 차부터 대만족하고 돌아왔다. 2일 차에는 어느 아티스트의 무대를 보러 갈까 찾아보고 있었다. GMF를 주관하는 민트페이퍼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컴필레이션 앨범 《bright #5》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 장희원을 알게 되었다. 수록된 <어른이 된다는 건>이라는 차분한 노래를 들으며, 공감되는 가사와 담담한 목소리에 어쩐지 관심이 생겼다. 차분하면서 몽글몽글한 듯 까랑까랑하고, 신비감이 은은하게 깔린 노랫소리가 마치 테시마 아오이 같았다. 2일 차에 가면 장희원 라이브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sQHR8EI1Sw




GMF 공연이 진행되는 스테이지 중 Café Blossom House로 가서, 관람 구역의 맨 앞자리 한가운데에 섰다. 앳되고 수수하면서 학교 친구 같은 친근한 모습으로 장희원이 등장해 노래를 시작했다. 전날 밤에 처음 알게 된 아티스트이고 전부 처음 듣는 곡인데도, 다 마음에 와 닿았다.


<나무에 걸린 물고기>라는 노래를 쓰게 된 이야기를 들으며, 남 얘기 같지만은 않아 한동안 여운이 남았다.

‘봄, 여름, 가을 동안 뭔가로 덮여 있을 때는, 나무의 나는 향긋한 꽃이고 푸른 잎사귀이고 꽉 찬 열매인 줄 알았다. 겨울이 되어 나뭇가지만 남아 진짜 나의 모습만이 오롯이 나타난다. 알고 보니 나는 나무가 아닌, 물속에 있어야 할 물고기였다’라는 내용의 노랫말이 들어왔다. 진정한 나다움을 찾지 못한 채, 전혀 다른 상태로 자기에게 맞지 않는 데에 있던 상황이 떠올랐다.


https://www.youtube.com/watch?v=wwW0jsPnOnA 




그리고 곧이어 뭔가 익숙한 곡이 나왔다. ‘아니 어제 처음 알게 된 아티스트인데 낯익은 곡이 있을 리가?’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문득, 행복>이라는 곡이었다.


전날 밤, <어른이 된다는 건>을 듣고 관심이 생겼을 때, 어쩌다 보니 이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도 들어가 보게 되었다. 새벽 일기처럼, 떠오르는 생각을 인스타그램 피드에 쭉 올려왔던데, 그중에 <문득, 행복>이라는 제목의 새벽 일기가 특히 인상 깊었다. 바로 위에는, 이 곡의 라이브 공연을 준비하는 합주 영상이 짤막하게 올라온 피드도 있었다. 곡 스타일도 마침, 경쾌하고 비트감 있는 딱 내 취향의 곡이었다. 그런 곡이 딱 나오니까 어찌나 반갑던지!


https://www.youtube.com/watch?v=6RICRpVIFls


인상 깊게 읽었던 그 새벽 일기에서 시작된 노래를, 다음날 이렇게 직접 라이브로 듣게 되니 감동적이었다. 가사는 ‘뭔가를 가져야만 행복하고, 놓치면 큰일 날 것처럼 아등바등하면서, 곳곳에 있는 행복을 놓치면서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냥 이렇게 하늘 바라보고, 개운한 바람을 즐기고, 노래하는 것만으로도 문득 행복해지더라’라는 내용이었다. 그 가사를 노래 속에서 들으면서, 그동안 나를 묶어두던 조급함과 전전긍긍함과 불안함이 꽤 씻겨 내려갔다.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다. 



피아노로 연주되는 인트로도 단번에 귀 기울어졌다. 키가 A♭ Major로 시작되는 듯하더니 곧바로 B Major로 바뀌고, 다음 마디에서 다시 A♭ Major로 돌아간다. ‘와, 인트로부터 이렇게 조바꿈하기 있음?!’ 하면서, 신선한 곡 진행에 감탄했다. 와, 어떻게 무슨 원리로 조바꿈을 한 건지, 몇 번이고 다시 반복해서 들었다. 특히 피아노의 왼손 근음을 잘 들어보았다.


A♭ Major [A♭/E♭ - B♭/D - E♭/D♭ - A♭/C]
→ B Major [E/G# - F#/A# - BM7]
  → A♭ Major [A♭/C - B♭/D - E♭/D♭ - A♭/C - B♭m11 - A♭/C - D♭sus4] …


근음이 반음씩 움직이다가 조바꿈이 됐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 흐름이, 복잡한 건 아닌데 꽤 새로웠다. 조바꿈은 당연히 여기서 끝이 아니다. Verse는 A♭ Major로 가다가, Bridge에서 E Major로 바뀌고, Chorus에서 한 음 뛰어 F#(G♭) Major로 바뀐다. 후렴이 끝나고 간주로 넘어갈 때 다시 E Major로 내려오고, 2절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A♭ Major로 돌아온다. 와 정말 예전부터 내가 작곡에서 가장 잘 알고 싶고 하고 싶은 부분이 이런 조바꿈인데, 이렇게 또 '조바꿈 롤 모델'이 될 만한 곡을 만나게 되었구나! 이렇게 감명받은 곡을 다음 날 곧바로 이 공연에 와서 직접 듣게 되었다는 것이 감격스럽다!



가사 중에 특히,


노래를 부를 때
많은 사람들이 들어줄 때
음악이 등 뒤로 불어와 나를 감싸 안을 때
문득 난 행복한걸.


라고 하는 이 부분이 정말 좋다. 공감 가는 부분이면서, 음악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가장 진솔하게 풀어낸 것 같아 계속 곱씹어 보게 된다.


이 무대가 끝나고 다른 공연을 하나 더 본 뒤, 메인 무대인 88잔디마당 ‘Mint Breeze Stage’로 갔다. 마침 장희원 사인회 준비 중이었다. 대기 번호표가 그래도 꽤 남아있어서 두 번이나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조금 전에 무대에서 보고 온 가수를 이렇게 바로 앞에서 더 가까이 만나, 얘기도 나누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저도 곡을 쓰고 공연하고 그러는데, 이번에 장희원 씨 무대에서 좋은 노래를 들으면서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어요.’라고 희원 님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반가워하며, ‘같은 뮤지션으로서 나중엔 꼭 무대에서 같이 만나요!’라고 내게 말해주었다. (꺄아!)


그리고 이번 공연 곡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득, 행복>은 음원으로는 언제 나오는지도 물어봤다. 만든 지 정말 얼마 안 된, 며칠 전에 쓴 곡이라 언제 음원 발표를 하게 될지는 미정이라고 한다. ‘그럼 다음에 또 라이브 가서 들을 테니, 언젠가는 꼭 내주세요!’라며 내가 소원을 말했다. 그리고 이로부터 몇 년 후인 2019년, 《이룰 수 있는 꿈》이라는 앨범을 통해 정말로 음원으로 공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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