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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섭 Nov 01. 2019

마케터가 만난 브랜드 7

식스티세컨즈 편

최근 브랜딩 관련 모임을 하면서 부쩍 관심이 깊어진 키워드가 있다. 바로 BX(Brand Experience)다. 소비자가 똑똑해진 만큼, 브랜드들은 어떻게 하면 그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단순히 제품 사양만이 아니다. 제품의 장점과 함께 실제로 내가 소유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한다. 더 나아가서 그 브랜드의 제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다. ‘프라이탁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 소비자라는 단어는 이제 더 이상 제품을 소비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해도 될 정도다.


이 때문에 최근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방법 중 하나로 브랜드를 경험해볼 수 있는 직/간접적인 요소들을 찾기 시작했다. 브랜드 로고뿐만 아니라 제품 패키지 디자인, 공간, 마케팅 방법 등이 모두 통합적으로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에 초점을 맞추는 곳이 늘고 있다.


최근 브랜드 기사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식스티세컨즈 역시 그런 브랜드였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 치밀한 설계를 해두었다고 할까? 이 브랜드를 깊게 파고들수록 아는 재미가 쏠쏠했다.




소비자의 시선이 머물게 만드는 그들만의 방식

(Brand Experience 관점에서)

식스티세컨즈 홈페이지 60s.co.kr

1) 아주 친절하다.


식스티세컨즈의 홈페이지에서 제품 하나를 클릭해보면, 친절하다는 것의 의미를 바로 알 수 있다.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 제품 상세 페이지에 이미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품 설명을 사양, 장점, 유의사항 식으로 나열해놓지 않았다. 보이는 텍스트는 모두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재구성했다. 어떤 고민을 하면서 이 제품을 클릭했을지 미리 알고 있는 듯한 설명이다. 어떤 부분은 소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알 수 있다. 얼마나 친절한가. 이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컨셉진 69호 브랜드 기사의 ‘공백’ 편에서 소개된 블랭크 코퍼레이션의 브랜드 웹 페이지들을 봐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특히나 까다로운 소비자들은 굳이 어딜 가지 않아도 이 넘치게 친절한 설명만으로도 마치 제품을 경험한 것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번 이런 친절한 설명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이 브랜드에 계속 시선을 두게 된다. 다른 브랜드의 홈페이지에도 충분한 정보는 있기 마련이지만, 정보의 나열만으론 아무래도 좀 불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은 온라인뿐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친절함은 자칫 소비자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필요한 모든 시중을 들어주는 집사 같은 역할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전자제품, 소품 숍에서 직원이 나를 계속 따라다닌다면?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가 대다수일 것이다. 그래서 식스티세컨즈는 다른 친절함을 베푼다. 소비자를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소비자가 문의를 하지 않는 이상 자유롭게 제품을 경험하도록 기회를 준다. 식스티세컨즈 라운지에서는 2층 공간에 소비자가 제품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따로 마련해두고, 직원은 1층에 상주한다. 이런 친절함 때문에 소비자의 시선은 계속 이 브랜드에 머무르게 된다.



2) 소비자 경험을 위한 최적의 공간을 만들었다.


대형마트나 슈퍼 등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그로서란트(grocerant)’ 마켓. ‘그로서리(grocery)’와 ‘레스토랑(restaurant)’의 합성어로써 매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해서 바로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만든 공간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식스티세컨즈는 공간을 만들되 제품을 카탈로그 형식으로 펼쳐 놓지 않았다. 1인과 2~3인 이상, 아동을 위한 공간을 따로 설계하고, 숙면을 위한 최적의 조도, 습도, 온도 등을 연구하여 제품과 같이 조성해두었다. 그리고 그 느낌 그대로를 소비자가 부담 없이 느끼도록 공간 경험을 기획했다.   

그래서 식스티세컨즈의 쇼룸은 소비자 경험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다. 일단 소비자가 브랜드의 공간으로 들어오면 오롯이 그곳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도록 향기, 차, 동선, 공간 구성 등을 준비해두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만들어 놓은 이곳에서 외부의 방해요소들을 단절시킨 채 마음껏 브랜드를 경험한다. 이를 통해 공간 체류 시간을 늘리는 한편, 부가적인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고객 만족의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된다.



3) 가격으로도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다.


가격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식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사회 통념상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들은 가성비로, 프리미엄급의 제품들은 최고의 성능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식스티세컨즈의 제품 가격은 너무 싸지도, 그렇다고 최상의 프리미엄 가격도 아니다. 자신을 위해 ‘이 정도는 투자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식스티세컨즈는 이런 가격대를 형성한 뒤, 자기 투자 결정을 내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품의 질로 확실히 잡고 있다.


최근 소비 트렌드는 가성비만 따지기보다는 가심비를 따진다. 그냥 싼 제품만 선호하기보다는 구입한 가격이 충분히 자신의 마음을 만족시켜 주는지도 따진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물건 하나에 가치까지 충족되길 바라는 소비자에게 식스티세컨즈의 가격 정책은 적절한 브랜드 경험 수단이 된다.


A라는 소비자가 매트리스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A는 최근 자기 투자에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결혼, 내 집 마련 등은 너무 먼 이야기라 지금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중 하나로 숙면을 위해 매트리스 구입을 고민했고, 식스티세컨즈의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얻어 제품을 구입했다.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공간도 가본 뒤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후 제품을 사용하면서 가격 대비 제품 질에 만족한 A는 자신을 위해 했던 이 결정을 매우 행복하고 좋은 기억으로 가지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A는 자동적으로 이 브랜드에 대해서도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한 소비자가 가만히 있을까? 브랜드 취재 중 어떤 에피소드 하나를 듣게 됐다. 아기 침대를 샀다가 본인 침대도 바꾸고 심지어 부모님에게까지 식스티세컨즈의 제품을 권유했다는 고객의 이야기. 이 에피소드는 아마도 이런 것의 효과를 증명해주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식스티세컨즈를 취재하면서 깨달은 것은 브랜드 경험에 대한 치밀한 설계다. 로고나 디자인에만 차별을 두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파악하고, 소비자의 시선이 머물도록 자신들만의 방식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것 말이다.


경험을 통해 브랜드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자영업자도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저 ‘우리 것이 최고’라고만 떠들어대는 소리에는 더 이상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우리에 대한 좋은 경험을 가져갈 수 있을까? 그런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를 식스티세컨즈처럼 고민해 봤으면 한다. 그런 섬세한 고민 뒤에 설계된 것들에, 소비자들은 반응할 것이다.



마케터 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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