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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Red (7)

7) Epilogue

by 호서아빠

Epilogue: 붉은색을 보는 자들


교수의 목소리가 조용히 멈췄다.
칠판 앞, 강의실은 숨이 멎은 듯 고요했다.

천천히 교수는 눈을 들고 강의실을 둘러보았다.
학생들은 여전히 그의 말에 사로잡힌 듯, 책상 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볼펜을 멈췄고, 누군가는 조용히 숨을 삼켰다.


그 이야기 속의 숲, 붉은 열매, 외로웠던 아이의 눈빛이 아직 그들 안에 살아 있었다.

교수는 한 발짝 나아가, 분필을 다시 들어 칠판에 마지막 문장을 썼다.


『보다, 먼저 느끼다』


그리고 나직하게 말했다.

“레드는 당연히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겪은 일, 그 눈이 본 것, 그리고 그 눈으로부터 비롯된 변화는

실제로 수천만 년 전, 지구에서 벌어졌던 이야기입니다.”

그는 잠시 멈췄다.

칠판의 글씨가 하얀 먼지처럼 공기 중에 희미하게 퍼졌다.

“세 번째 색을 본 유인원,
그 ‘다른 눈’ 하나가 인류의 인식을 바꾸었고,
그것은 결국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눈과 마음으로까지 이어져온 겁니다.”

교수는 학생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다시, 이야기 속 레드처럼
무언가를 먼저 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고요한 빛이 담겨 있었다.

“보는 것은 단지 눈으로 인식하는 감각이 아닙니다.
그건 세상에 대한 나만의 해석이고, 이해이며,
때로는 세상과 멀어지는 고독이고, 세상을 바꿀 혁명입니다.”

그는 분필을 놓고,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우리가 무엇을 보느냐는
곧 우리가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를 결정합니다.”


딩동댕동.

조용히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강의실 한쪽에서 누군가 숨을 길게 내쉬었고,

다른 누군가는 무언가를 새롭게 보는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밖은 여전히 햇살이 비추고 있었고,
그 빛은 어쩐지 조금 더 따뜻하게,
조금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날 이후,
어떤 학생은 무심히 지나치던 나뭇잎에서 다른 색을 보았고,
어떤 이는 친구의 얼굴에서 붉은 기운이 사라지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누군가는,
말없이 내미는 손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강렬한 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은 늘 거기 있었지만
그날 이후,
그들은 조금 다르게 보는 자가 되어 있었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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