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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서아빠 Feb 15. 2024

연문위키 - 13편. 절대적이며 상대적인 온도 ①

1) 초전도체가 먼데?

초전도체가 먼데?

20237월,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발표한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기억하시나요? 너무나 엄청난 발견이었기에 실제 가능한지에 대해 수많은 검증 실험으로 전 세계가 시끄러웠죠. 현재 국내외 학계의 결론은 ‘초전도체 물질로 보기 어렵다’로 합의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온상압 초전도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며, 연구도 계속되고 있어요.

초전도체 (超傳導體, superconductor)

초전도체는 ‘슈퍼컨덕터(superconductor)’라고 불리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전도체 보다 전력이 잘 흐르는 물질입니다. 전기저항이 ‘0’이며, 외부의 자기장을 밀어내면서 자석에 붙지 않고 공중에 뜨게 하는 자기 부상현상이 나타나는 특성이 있어요.


초전도체의 완전 반자성 마이너스 효과.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면서, 반자성을 가지는 물질입니다. 다시 말해 전기 저항 없이 전류를 흐르게 하면서, 동시에 자석 위에 떠 있을 수 있게 하는 물질이에요. 전기 저항이 없으면 저항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 활용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또 한 번의 과학혁명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예요. 초전도체를 이용하면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전파를 보낼 때 에너지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자기 부상열차를 통해 서울 → 부산을 40분에 주파할 수도 있고, 밤새 게임을 해도 스마트폰이 뜨거워 지지도 않을 거예요.


※ 전기저항(電氣抵抗, electrical resistance) : 전기 회로에서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 반자성(反磁性, diamagnetism) : 평소에 물질이 자성을 띄고 있지 않다가 외부에서 자기장이 가해지면 외부 자기장의 반대 반향으로 약하게 반발력을 가지게 되는 성질
※ 주파하다(走破-(달릴(주), 깨뜨릴(파)), ran the whole course) : 도중에 쉬지 않고 끝까지 달리다.


하지만 문제는 초전도체의 특성이 '온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거예요. 초전도체가 어떤 온도에서 작동하는지는 물질의 특성에 따라 다르며, 일반적으로 각 물질의 임계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액체질소와 함께 냉매로서 저온에서 물질의 성질을 연구하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헬륨의 임계온도는 -270℃ 정도예요. 임계온도 이하의 낮은 온도는 만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임계 온도(臨界點, critical temperature, Tc)
액체와 기체가 구분될 수 있는 최대의 온도입니다. 끓는점이라고도 해요. 기체를 액체로 만들기(=액화) 위해 아무리 압력을 강하여도 임계 온도 이하가 아니면 액화되지 않아요. 예를 들어 1 기압에서 물의 임계 온도는 100℃입니다.
냉매(冷媒, Refrigerants)
냉각작용을 일으키는 물질로 아이스팩이나 무더운 날 몸에 뿌리는 물도 냉매가 됩니다.
헬륨(helium, He)
헬륨은 원소 기호 2번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차가운 원소로 분류됩니다. 헬륨가스를 마시면 목소리가 재미있게 변하는 이유는 헬륨이 공기보다 밀도가 작아서 성대를 지날 때 진동이 일반 공기보다 빨라져서 목소리가 재밌게 바뀐다고 합니다.




상온, 저온... 온도라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온도는 물질의 뜨겁고 찬 정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그리고 모든 물질은 온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가요? 그래서 온도는 물리학에서도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물리량 중 하나입니다.

※ 온도(溫度(따뜻한(온), 정도(도)), temperature) : 물질의 뜨겁고 찬 정도를 나타내는 측정가능한 양.

 보온(保溫(보전할(보), Thermal Insulation)은 주위의 온도에 관계없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보온병은 차가운 물은 차갑게, 뜨거운 물은 뜨겁게 유지시켜 주죠.


우리 주변의 모든 물체는 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체를 이루는 분자는 끊임없이 운동하는데, 이를 분자 운동이라고 합니다. 과학에서 말하는 온도의 정의는 '분자의 운동 에너지의 평균을 통계로 나타내 수량화한 것'입니다. 그래서 대개 온도가 낮은 물체는 분자 운동이 둔하고, 온도가 높은 물체는 분자 운동이 활발하게 돼요.


결국, 입자가 가지고 있는 운동 에너지의 평균값이 높을수록 온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기체 분자는 고체 분자에 비해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쉽게 이해되실 거예요. 물(액체)을 가열해 온도를 충분히 높이면 수증기(기체)가 되고, 냉동실에서 얼려 온도를 충분히 낮추면 얼음(고체)이 되죠. 따라서 물질의 상태가 변하는데 온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온도는 몇 도인데?

안데르스 셀시우스(Anders Celsius)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온도 체계인 섭씨는 1742년 스웨덴의 천문학자 안데르스 셀시우스(Anders Celsius, 1701 ~ 1744)가 만들었습니다. 1 기압에서 순수한 물의 어는점을 0, 끓는점을 100으로 하 100 등분한 뒤, 그중 1등분을 1℃라고 정의한 것입니다.

섭씨(Celsius, ℃)는 셀시우스가 만들었다고 하여 영어로 Celsius라고 부르고, '℃'로 씁니다. 중국에서 셀시우스를 음역 하여 섭이사(攝爾思)라고 불렀고,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섭씨(攝氏)'라고 칭하게 되었어요. 셀시우스가 성이니까 젤 앞글자만 따서 섭씨라고 했던 거죠. 김 씨, 이 씨, 박 씨처럼 말이에요. 참고로 화씨(℉)는 과학자 파렌하이트(Fahrenheit)의 성을 따 화씨가 되었어요.


하지만 0℃가 되어도 물이 얼기 시작할 뿐이지, 분자의 운동에너지가 0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물체의 분자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0으로 정의하는 온도 기준 체계가 필요했어요. 바로 절대온도(absolute temperature)입니다. 19세기 후반 켈빈(Lord Kelvin, William Thompson:1824-1907)은 맨 밑바닥의 온도를 실험적으로 연구하여 -273.15°C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 온도를 0K, 절대영도라고 불렀어요. 즉, 0K는 -273.15°C입니다. 

절대온도(絶對零度, absolute temperature)
 분자 운동이 정지하여 운동 에너지가 0이 될 때의 온도를 0K로 삼은 온도입니다. 먼가 멋진 이름이죠. 절대온도를 연구한 캘빈(Lord Kelvin, William Thompson)의 이름을 따 K라는 기호를 사용합니다. 절대온도(K) + 273.15 = 섭씨온도가 됩니다.

분자의 운동 에너지양이 온도를 결정하므로 온도에는 하한선이 있는데, 이 분자 운동이 멈추는 상태를 절대영도(Absolute Zero)라고 합니다.

하지만, 분자 운동이 완전히 멈추게 되면(0K), 그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는 불확정성 원리에 위배되기 때문에 절대영도는 사실 이론적으로만 존재해요. 실험적으로 도달한 최저 온도는 2021년에 보스-아인슈타인 응집(Bose-Einstein condensate)이 일어난 루비듐(Rubidium, Rb) 렌즈를 이용한 것으로서, 0.000000000038K입니다


참고로 이론적인 온도의 최댓값도 있어요. 플랑크 온도(Planck temperature)입니다. 플랑크 온도 이상의 온도는 원자 이하의 단위로 나뉘어 상태로서 의미가 없어진다고 해요. 합리적으로 추정한 플랑크 온도는 1.42 X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0의 32승) K 가 됩니다. 10의 32승은 '구'라고 불러요. 태양의 온도가 15,000,000K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온도의 상승값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죠.


카멜린-온네스 교수가 발견한 초전도 현상

절대온도 개념이 정해진 이후 과학자들은 극저온이 되면 분자들의 움직임이 매우 적어지고, 극도로 온도가 내려가면 분자의 진동이 완전히 사라져 전기 저항0 Ω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1911년,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카멜린-온네스(Heike Kamerlingh-Onnes) 교수는 여러 금속의 저항을 측정하던 중 4.19K(-268.8℃)에서 수은의 전기저항이 극도로 낮아지는 현상, 즉 초전도현상(superconductivity)을 발견했습니다. 온네스 교수는 이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1933년, 독일의 물리학자 프리츠 발터 마이스너(Fritz Walther Meißner), 로버트 오쉔펠트(Robert Ochsenfeld)가 주석과 납 시료에서 초전도체 내부로 자기장이 침투하지 못하는 현상을 실험적으로 발견했어요. 전기저항이 없고, 반자성을 띠는 초전도체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초저온의 상태가 유지되어야 해서 실험적으로만 증명이 될 뿐이었어요.

※시료(試料(시험할(시), 재료(료)), sample) : 실험에서 재료의 전체를 시험하기 어려울 때 그중 일부를 발췌한 것


주기율표

그래서 과학자들은 헬륨부터 시작해 주기율표의 원소들을 뒤져 임계온도가 높은 물질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순수 원소들의 경우, 니오븀(41.Niobium)의 9.2 K 임계온도가 가장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화합물을 합성하여 연구를 이어갔어요. 1987년에는 스위스의 베드노르츠(Johannes Bednorz)와 뮐러(Karl Müller)에 의해 산화물 기반의 고온(35K) 초전도체가 발견되었어요. 그리고 베드노르츠와 뮐러 역시 이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초전도는 특정 실험실에서만 존재하는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일으킨 연구 주제가 되었죠.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가 되는 물질을 찾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었어요. 초전도 현상 연구에 대해 1913년, 1972년, 1973년, 1987년, 2003년 등 5회에 걸쳐 노벨상이 수여된 것을 보면 중요한 연구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참, 초전도체에서는 고온이라고 해도 현실 세계에서는 여전히 매우 낮은 온도예요. 현재까지 가장 '고온'의 초전도체는 2001년에 발견된 이붕화 마그네슘(Magnesium diboride, MgB2)을 통해 확인한 39 K(약 -234℃) 정도죠. 그러니 LK-99가 상온(15~25°C)에서 초전도체가 된다는 게 얼마나 희소식이었겠어요?


MRI

초전도체는 사실 우리 생활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MRI에도 초전도체가 쓰입니다. 현재 MRI 이용 요금이 비싼 이유도 초전도 상태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액화헬륨(liquid helium)이 비싸기 때문이죠. 헬륨은 땅속 깊숙한 곳에 매장되어 있고, 매장량도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재생도 불가능죠. 액화 헬륨은 만들기도 어려운 데다 거의 대부분 미국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엄청나게 비쌀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상온상압 초전도체인  LK-99가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겁니다. 일상적인 조건에서도 초전도체를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MRI(자기 공명장치)
자기장을 발생시켜 커다란 자석통 속에 인체를 들어가게 한 후 고주파를 발생시켜 신체 부위에 있는 수소원자핵을 공명 시켜 각 조직에서 나오는 신호의 차이를 측정하여 컴퓨터를 통해 재구성하여, 영상화하는 장치입니다. 이때 MRI 내부에 초전도코일을 액체헬륨에 담근 초전도자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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