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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서아빠 Jan 04. 2024

연문위키 - 1편. 봄(See) ⑥

6) 우리가 색을 구분하는 방법

※ 연문위키는 관지식과 해력 주의 읽기 경험 우기 프로젝트의 준말입니다.


눈 eye은 반사된 빛을 색 정보로 바꿔 뇌에게 전달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본다’라는 개념은 빛(정확히는 가시광선)이 우리 눈으로 들어오면서 시작됩니다.  눈은 여러 단계의 구조를 통해 빛의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시각 기관입니다. 대부분의 동물은 2개의 눈을 가지고 있죠.

눈의 구조

일단 빛이 눈으로 들어오게 되면 각막(角膜(뿔(각), 막(막)), cornea)수정체(水晶體, crystalline lens)는 그 빛을 망막(網膜(그물(망). 막(막)), retina)투영되도록 빛을 굴절시킵니다.


※ 투영(投影, projection ) : 물체의 그림자를 어떤 물체 위에 비추는 일. 또는 그 비친 그림자.

각막은 영어로 cornea인데 '뿔 모양의'(horny)라는 뜻의 라틴어 'corneus'에서 유래한 어휘로 우리말로 번역되면서 한자로 뿔을 뜻한 각(角)을 사용하여 각막이라고 이름 붙여졌습니다. 눈의 가장 앞부분으로 뿔처럼 튀어나와 있기 때문이겠죠. 각막은 눈의 창문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외부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빛을 통과시키고 굴절시켜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수정체는 눈 안쪽의 양면이 볼록한 렌즈 형태를 한 투명한 조직입니다. 빛이 통과할 때 빛을 모아주어 망막에 상(狀(형상(상)), image) 이 맺히도록 하고, 초점을 맞추는 기능도 합니다.

※ 초점 (焦點, focus) :  사진을 찍을 때 대상의 영상이 가장 똑똑하게 나타나게 되는 점 또는 사람들의 관심이나 주의가 집중되는 사물의 중심 부분
간상세포 Rod(왼쪽)와 원추세포 Cone(오른쪽)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는 투명한 신경조직입니다. 망막에는 색을 구분할 수 있는 원뿔 모양의 원추세포(圓錐細胞(둥글(원). 송곳(추)), Cones)과 명암을 구분하게 하는 원기둥 모양으로 생겨 , 원통세포라고도 부르는 간상세포(杆狀細胞(몽둥이(간) 형상(상)), Rods)이 있어 매우 중요한 기관입니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몽둥이와 송곳처럼 생겼죠?

※ 명암(明暗, Contrast) : 밝고 어두운 정도


원추세포는 밝은 곳에서만 좋은 상을 맺을 수 있으나, 간상세포가 약한 빛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밤과 같이 어두운 곳에서도 비교적 물체를 잘 식별할 수 있는 것이죠.

※ 식별 (識別, distinguish) : 구분하여 알아봄


망막은 영어로 retina(레티나)인데 아이폰 iphone으로 유명한 애플 Apple 社의 고밀도 디스플레이를 retina display라고 부릅니다.


우리 눈의 원추세포는 3가지 색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이 되는 세 가지 색이라는 의미에서 '빛의 삼원색(三原色(셋(삼), 근원(원), 색(색)), three primary colors)'이라고 부르죠. 이 3가지 색은 바로 Red(빨강), Green(초록), Blue(파랑) 인데요, 각 색의 앞글자를 따 RGB색이라고 합니다.


빛은 물감과 달리, R, G, B 색을 모두 섞으면 흰색이 되고, 하나도 없으면 검은색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삼원색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건 동물 중에서도 별로 없습니다. 유인원 중에서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죠. 사람은 이런 능력 덕분에 17,000여 가지의 색상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빛의 삼원색(좌)과 색의 삼원색(우) 비교




동물마다 보이는 세상은 다 다릅니다.

삼엽충 이미지(상상)

지구에 살았던 동물들의 조상은 모두 바다에 살았습니다. 최초로 눈을 달고 나온 동물은 5억 4천만 년 전에 출현한 삼엽충(三葉蟲, 셋(삼), 잎(엽), 벌레(충), trilobite)입니다. 삼엽충 이전의 동물에게는 눈이라는 기관이 없었어요. 가시광선은 물을 통과할 수 있는 빛이기 때문에 삼엽충과 같은 바다에 살았던 조상들에게도 눈은 매우 중요한 기관이었을 거예요.


※ 기관(器官, organ) : 다세포 생물에게만 있는 몇 개의 조직이 합쳐져 형태를 갖추고 특정한 작용을 하는 부분


척추동물들이 육지로 올라오면서 눈은 더욱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수억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눈은 항상 물속에서처럼 촉촉하게 보호되고 있죠. 척추동물들의 계보가 갈라지면서 세부적으로 눈의 성능이 조금씩 차이가 발생하는데 어류는 4 원색 이상을 구분할 수 있고, 양서류/파충류/조류도 대부분 4색을 볼 수 있습니다.

※ 계보 (系譜(이을(계), 족보(보), genealogy) :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혈통과 역사


포유류가 지금은 세상의 중심이지만, 예전에는 가장 약한 개체 중 하나였습니다. 일부 양서류가 아직도 축축한 동굴이나 늪지대의 그늘에 사는 것처럼 포유류의 조상들도 중생대에는 공룡 같은 거대하고 눈이 좋은 포식자들을 피해 땅굴 또는 동굴 속에서 살며 어두운 밤에 활동하였죠. 따라서 눈보다는 후각이나 청각이 더 발달하게 되었어요.

※ 개체 (個體(낱(개), 몸(체)), entity/individual) : 하나의 생물체 또는 하나의 의미 있는 정보단위


특히 어두운 환경일수록 붉은색 계열이 잘 구분 안되기 때문에 이 쪽 부분의 원추세포부터 퇴화되었을 거예요. (밤에는 녹색, 붉은색 구분이 어려워요) 따라서 대부분의 포유류는 붉은색을 제외한 2가지 색만 구분(2 색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판때문에 어두운 곳에서 빛이 나는 고양이 눈

대신 포유류의 눈은 휘판(輝板(빛날(휘), 널빤지(판)), tapetum lucidum)이란 조직층이 발달하여 가시광선을 반사하여 빛을 늘릴 수 있어요. 휘판 덕분에 적은 양의 빛으로도 잘 볼 수 있으며, 원추세포 대신 명암을 인식하는 간상세포의 기능이 강화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야간에 잘 볼 수 있는 눈으로 진화한 것이죠. 고양이나 호랑이 같은 동물을 밤에 보면 눈이 밝게 빛나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떨 때는 무섭기도 하고요.


공룡 시대가 끝난 뒤  지금까지도 포유류, 그중 특히 어미의 자궁에서 성장을 한 후 태어나는 태반류 동물들은 2 색각의 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개나 고양이 등 대부분의 포유류들은 여전히 붉은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없습니다. 초록색과 파란색 렌즈로만 세상을 보고 있죠.  따라서 세상이 누리끼리하고 칙칙하게 보이겠죠.

※ 자궁(子宮 (아이(자), 집(궁)), Uterus) : 암컷 포유류 및 여성의 생식기
사람의 시야(위), 고양이의 시야(아래)
정글에서 붉은색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약 2,500만 년 전 3 색각의 눈을 발달시킨 원숭이나 오랑우탄 등과 같은 영장류가 등장했어요. 영장류는 열대 우림에서 나무를 타고 다니는 약삭빠른 동물로서, 포식자는 아니었기 때문에 시력이 좋아야 했죠. 또한 잘 익은 과일을 구분하기 위해 시각, 특히 색을 구분하는 원추세포의 기능이 중요했습니다. 붉게 잘 익은 과일을 선별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진 것이죠. 녹색의 정글에서 빨간색을 구분할 수 있는 건 매우 중요한 생존 요소여서, 이를 통해 영장류들은 신생대를 잘 버틸 수 있었어요.


※ 약삭빠르다 : 하는 짓이나 눈치가 빨라서 무엇이 자신에게 이롭게 되도록 하는 데 꾀가 있다.
※ 선별(選別(가릴(선), 다를(별)), sort) : 가려서 따로 나누는 것


※ 생존(生存(날(생), 있을(존), survive) : 삶을 위협하는 악조건이나 위험 속에서 죽지 않고 살거나 살아남는 것.


신호등 - 붉은색이 가장 잘 보인다

영장류는 원추 세포 중 붉은색을 인식할 수 있는 원추 세포가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사람은 무려 65%나 차지하죠. 우리가 붉은색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도, 너무 오래 보면 눈이 피로해지는 것도 붉은색에 민감한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신호등/구급차 등에서 위급할 때 표시하는  붉은색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렇게 붉은색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죠.


※ 차지하다(account for) : 사물이나 공간, 지위 따위를 자기 것으로 가져가다 또는 비율 등을 이루다 / 차지(且置(다음, 순서(차), 둘(치))하다와 헷갈리기 쉬운 '차치하다'는 내버려 두고 문제 삼지 않음이라는 의미.
※ 강렬한(intense) : 강하고 세찬
※ 피로(疲勞(피곤할(피), 일할(로)), fatigue / exhaustion) : 외부 요인으로 인해 몸이나 정신이 지치고 힘든 상태. 유사어 : 피곤
※ 민감(敏感(민첩할(민), 느낄(감)), sensitiveness) : 한 곳의 감각이 매우 예민하다. 반의어 : 둔감
빛 반사에 의한 착시현상으로 드레스 색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사람마다 원추세포의 분포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같은 색을 보고도 저마다 다른 색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다음 사진이 어떤 색으로 보이나요? 파란색+검은색 VS 흰색+금색 중 무슨 색으로 보이나요?

















오늘날 인간이 먹이사슬 최정상에서 최종 포식자가 된 이유 중 도구를 사용하고, 지구력이 좋은 특성도 있으나, 빨간색을 구분할 수 있는 눈 때문인 점도 있습니다. 인간은 상대적으로 느리고 후각도 둔감하지만 지구력이 매우 뛰어나고, 음식물의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효율이 매우 뛰어난 데다 빨간색을 구분하는 눈 덕분에 사냥감이 흘린 피를 보고 추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 지구력(持久力(가질(지), 오랠(구), 힘(력)), endurance) : 사람이 일정한 일을 오랫동안 버티며 견딜 수 있는 힘
※ 둔감(鈍感(둔할(둔), 느낄(감)), insensitive) : 무딘 감정이나 감각
※ 전환(轉換(구를(전), 바꿀(환)), conversion) :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꾸는 것
※ 추적(追跡(따를(추), 발자취(적)), chase) : 따라가며 쫓다.


또한 무리 생활을 하는 특성상 개체들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한데, 혈색을 구분하여 건강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피를 흘리는 것을 쉽게 구분할 수 있어요. 아래 사진에서 누가 더 건강해 보이나요?

간 이식 후 혈색의 변화

또한 인류에게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던 태양, 불, 피 등이 모두 붉은색이었기 때문에 붉은색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어요. 그래서 언어학자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색과 관련된 어휘중 희다/검다, 밝다/어둡다 다음으로 '붉다'가 등장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반대로 파란색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했다고 하죠.


붉은 점토로 구운 벽돌집

그뿐만 아니라 붉은색의 염료는 구하기도 매우 쉬웠어요. 예전에는 봉선화라는 꽃잎을 물들여 놀았습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부터 봉선화물을 들였다고 해요. 지구에서 가장 흔한 원소 중 하나가 철인데 철도 녹슬면 산화철이라고 불리는 붉은색 철이 됩니다. 그래서 산화철이 섞인 붉은 점토를 벽에 바르면 붉은 벽이 만들어지고, 구우면 붉은 그릇이 되는 거죠. 수은이나 납도 일부 지역에서 흔하게 발견되었는데, 이는 더 선명한 붉은색을 내기 때문에 안료로 많이 사용되죠. 또한 꼭두서니(풀), 헤나 잎, 홍화 꽃잎 등을 가루 화하여 염료사용하기도 했어요.

안료나 염료에는 특정 색을 흡수하고, 우리에게 보이는 색을 반사하는 발색단(發色團, chromophore)이 있습니다. 파란색 발색단은 붉은색의 가시광선을 흡수하고, 파란색의 가시광선을 반사하는 것 이죠.

※ 점토(粘土(끈끈할(점), 흙(토)), clay): 입자크기가 작고 무른 흙으로 찰흙이라고도 한다.
※ 안료(顔料(바를(안). 재료(료)), pigment) : 물체에 색을 입힐 수 있는 색소로 불투명하고, 물이나 기름에 녹지 않는다. - 바르는 재료
※ 염료(染料(물들(염), 재료(료), dye) : 물체를 물들이는 재료로 투명하고, 물이나 기름에 에 녹는 색소 - 물들이는 재료


연지벌레가 분비하는 붉은색 색소

동물 중에도 붉은 염료를 추출해 낼 수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깍지벌레 또는 연지벌레가 분비하는 코치닐 추출색소(Cochineal Extract)입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딸기우유, 붉은색 젤리도 이 색소를 사용합니다. 엄마 화장품에서 볼 수 있는 빨간색도 이렇게 만들어지죠.

※ 추출(抽出(뽑을(추), 날(출)), extraction) : 전체를 이루는 것 가운데 어떤 요소나 대상을 뽑아냄
※ 분비(分泌(나눌(분), 흐를(비)), 영어: secretion) : 생물이 대사과정에서 체내의 물질을 다른 조직이나 체외로 배출하는 행위

깍지벌레로부터 추출한 붉은색을 케르메스(Kermes)라고 부르는데, 이게 영어의 크림슨(Crimson) 등 붉은색을 뜻하는 여러 단어들의 기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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