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alliatio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seongi Kim Dec 31. 2018

잔인한 봄

호스피스 옆 동산에 진홍색 진달래, 노란 개나리가 다소곳이 피었다. 따뜻한 봄볕의 온기는 환자의 병실에 봄의 기운을 전해주며, 창문 틈을 통해 쾌청한 바람이 간간히 불어와 청명한 기분이 든다.

마지막을 생각하고 온 환자들은 다시금 새로운 삶의 의욕과 바람을 잠시 가지게 되고, 지난 내내 뼈마디 쑤시는 저기압의 통증은 잠시 지연된다.  오늘도 죽음이 아니라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여기서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은 통증과, 고통이 있으나. 얼마간의 약과 따뜻한 위로와 관심을 받으면서 그들의 삶의 불꽃이 서서히 사라지겠지만.

수년 전 차가운 물속에 가라앉아 팽목항을 서성이는 

수많은 불꽃들은 사라지지 않고, 잔인한 남도의 봄을 기다리고 있다.


난 이러한 잔인한 봄을 견딜 제간이 없어, 
살아있는 환자의 뛰는 심장이 이상하고, 어색하다.


'살아있음'이 역겹고 토할 것 같이 비리다.

매거진의 이전글 필연적으로 우연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