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260123.
브런치에서 처음으로 연재한 장편 소설이 완결을 맺은 날이었다.
나는 한 소설의 집필을 마칠 때마다 버릇처럼 하던 게 있었는데,
'작가의 말'같은 후기를 간략하게 남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정말 오랜만에, 그 후기를 써보려고 한다.
심장 위의 단추.
이 소설은 실은 5년 전, 20대 초반이었던 어느 여름날 처음 집필했던 소설이다.
브런치를 무턱대고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즈음에 나는
단편만 조금씩 올리면서도, 첫 연재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에, 불현듯 생각 하나가 머릿속에서 전구처럼 떠올랐다.
"예전에 썼던 소설 중엔, 리라이팅 해볼 만 한게 없으려나?"
과거에 썼었던 소설들이, 지금도 노트북 안에 고이 보관돼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써놓고나서도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아 보여주지 못했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일까, 브런치를 시작한 만큼 이 기회에 꺼내보는 것도 좋을 수 있겠다 싶어진 나는
정말 오랜만에 내가 썼던 소설들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는데,
모든 소설을 다 읽고 나서는, 속에선 가장 먼저 그런 말이 흘러나왔다.
"꼭, 학창시절 일기 같은 느낌이네."
전체적으로 어리고, 풋풋한 느낌들이었다.
물론 그땐 당연히 어렸던 만큼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 이상하진 않았다.
이땐 내 문체가 이랬구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다만, 5년이라는 시간은 내가 가져온 감을 그동안에 많이 바꿔놓아서인지
그대로 보여준다는 게 마음으론 쉽게 허락이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론 보여주지 못하고 묵혀만 둔다는 게
이야기에게도 미안하고 나 스스로도 아쉬웠기에,
한참 머리를 싸맸던 나는 결국엔 조심스러운 결심 하나를 내놓게 되었다.
"딱 하나,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를 골라서, 문장과 톤을 전체적으로 리라이팅해보자."
그 말대로 나는 내가 쓴 소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소설 하나를 골랐고,
연재를 시작하기 전까지 한 달 반 가량의 시간을 들여 전체적인 톤 수정 작업을 거쳤다.
그렇게 마침내, 노트북에만 조용히 숨어 있던 내 한편의 소설은
'심장 위의 단추'라는 새 제목을 받고 태어나 독자분들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올리게 되었다.
기념(?)이라고 할지, 그 시절 그대로의 파일은 또 그대로 보관해놓기로 했다.
학창시절의 일기처럼 그때의 나를 마주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새롭게 리라이팅할 수 있었으니까.
수정을 마치며 수정본과 원본을 대조해서 읽어보니
분명 같은 이야기인데도 풍기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게 눈으로 보여서 꽤나 신기했다.
(스토리만큼은 마음에 들어서, 리라이팅 과정 속에서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독자분들은 이 소설을 읽으시면서 어떤 느낌이 드셨을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나는 일본 문학과 대만 멜로 영화를 정말 좋아했던 거로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그런 분위기에 영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고, 이런 이야기가 손에서 나온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아니 사실 그냥 봐도 알 수 있듯
내 글의 분위기는 굉장히 아날로그하다.
그러나 나는 그 아날로그함을 가장 좋아하며,
내가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분위기도 그러한 감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되도록은, 심경에 어떤 큰 변화가 있지 않다면 계속 이런 이야기를 써내리고 싶은 마음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두 달의 시간을 건너 소설이 마무리되었다.
나는 이제 이야기를 놓아주기로 했고, 이 이후는 앞으로 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나는 한 소설을 마무리짓고 나면 항상 그런 상상을 해보곤 한다.
나와 같은 세상 어딘가에서, 이 인물들이 살고 있진 않을까 하는.
물론 한 번 웃고자 하는 농담같은 상상이지만,
왜인지 지금만큼은 그 마음의 힘을 믿어보고 싶기도 하다.
의조와 설화, 지수. 세 사람이
아프지 않게, 웃으며 자신들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기를 바라며,
브런치에서의 첫 연재작, '심장 위의 단추' 완결 후기를 이만 줄인다.
몇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어서, 정말 재밌고 즐거웠다.
두 달간 제 조용한 이야기를 조용히 함께 따라와 주신 독자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이 부족했지만서도, 제게 있어 글로 소통하면서 매우 기쁘고 소중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다음 소설은 잠시 휴식을 가진 뒤에, 2월 초 즈음 연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 소설도 잘 부탁드리고, 그때까지도 잘 지내시면서, 마지막으로 항상 감기 조심하세요.
260125
스물 여덟 먹고도 눈이 오면 여전히 반갑기만 한 겨울날에.
호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