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다니다 보면, 자격증은 따라올 것이다.

문득 바리스타 수업을 듣게 되었다.

by 전석표

2월 25일 수요일.

그날은 등록한 학원에 처음으로 간 날이었다.
문득 나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로 했다.


작년 7월 말을 끝으로 퇴사를 했다.
생각보다 공백기는 길어졌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들기 전이면, 늘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다른 걸 배워봐야 하나?”


내 첫 직장이자 전 직장은 웹소설 출판사였다.
그곳에서 나는 기획자이자 편집자로 1년 8개월을 일했다.


조금 더 채우고 나왔어야 했을까 싶다가도,
그 시간이 내게 마냥 부족하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더 좋은 여건의 회사로 이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해를 넘기고, 어느덧 3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이 나는 드문드문 생각했다.
새로운 쪽으로 눈을 돌려볼까 하고.


하지만 막상 찾으려니 쉽지 않았다.
자격증은 많았지만, 흥미가 생기지 않으면 손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이 길어지던 어느 날,
공고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게 되었다.


[바리스타 자격증]


전철로 여섯 정거장을 건너면 나오는 동네의 제과제빵 학원에서
바리스타 수업을 한다고 했다.

바리스타. 그 네 글자를 괜히 여러 번 읽어보았다.


사실 나는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있으면 마시는 정도다.

카페에 가면, 메뉴 이름이 도통 입에 붙지 않았다.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
무슨무슨 프라푸치노
어쩌구저쩌구 라떼


한참을 메뉴판 앞에 서 있다가, 결국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유자차 주세요.”


그런 내가 며칠을 고민하다가 학원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을 받고, 수강료를 결제했다.
그렇게 나는 바리스타 수업을 듣게 되었다.


처음으로 내린 에스프레소 두 잔. 기념사진을 남겼다.


첫 주, 사흘간의 수업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아무런 베이스 없이 간 터라 걱정이 많았지만,
어찌저찌 수업을 따라가긴 했다.


물론 아직 배울 것은 많다.
이번 주 목요일부터는 또 새로운 내용을 배운다.
머릿속에 잘 들어올지, 내 손에 잘 익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리 걱정하지 마라.
그저 즐겁게 다녀라.
행복하게 배워라.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지 말자.
학원을 다니다 보면, 자격증은 따라올 것이다.


나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 신중함이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단순해지기로 했다.


모르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배우러 가는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눈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신중함보다 부딪혀보기일지도 모른다.


자격증 취득에만 마음을 두면
배움에서 오는 즐거움은 더디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움 자체에 가까이 다가간다면,
그 보람이 결국 나를 더 멀리 데려다주지 않을까.


바리스타 수업은 3월 중순이면 끝난다.
수업 마지막 날, 시험에 합격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걸음을 생각하고 있기를.

기다려진다. 이번 주엔 또 무엇을 배우게 될까.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