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부터 주행감, 승차감 모든 퍼포먼스 고급스럽게 압승 캐딜락 리릭
럭셔리 EV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4일
전기차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징은 단순하다. 조용함과 빠른 반응성.
내연기관에서 경험할 수 없는 두 가지 특성은 전기차만의 매력이며 동시에 운전 경험의 경계를 넓힌다.
조용함은 고급차의 조건이기도 하다. EV 특유의 무음에 가까운 질감은 마치 맹수가 사냥 전 움직임을 숨기는 듯한 긴장감을 만든다.
제조사들이 의도적으로 전자음(AVAS)을 넣는 이유도 바로 이 ‘고요함 속의 존재감’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또 하나의 특징인 빠른 가속은 장점이자 위험 요소다.
즉각적인 반응과 강한 토크는 흡사 스포츠카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제공하지만, 이를 경험해보지 않은 운전자에게는 불안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두 개의 ‘날’은 잘 다듬으면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이유가 된다.
전기차만의 구조적 장점, 디자인 요소, 새로운 테크놀로지까지 더해지면, 기존 내연기관에서는 만들 수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폴스타2와 포르쉐 타이칸을 ‘조율이 잘된 EV’로 봤다.
전기차의 강렬함과 브랜드 특성을 균형 있게 표현한 모델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럭셔리 세단 감성”을 전기차에 제대로 담아낸 모델은 의외로 많지 않다. 고요함, 정숙성, 고급스러운 승차감—all-in-one 조합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4일간 캐딜락 리릭(LYRIQ)을 시승한 후, 이 모델이 그 ‘조합’에 가장 가까운 해답 중 하나라고 느꼈다. 전기차지만 낯설지 않고, EV지만 고급 세단의 깊은 주행감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리릭은 캐딜락 최초의 전기차이자,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첫 모델이다.
디자인만 봐도 “이 차가 EV 시대의 캐딜락이다”라는 메시지가 명확하다.
가까이 다가가면 작동하는 코레오그래피 라이팅(Choreography Lighting)은 리릭 디자인의 핵심이다.
수직형 라이트가 아래로 흐르는 ‘디지털 레인(Digital Rain)’ 효과는 기술을 명확하게 시각화한다.
블랙 크리스탈 쉴드 그릴, 직선적인 캐릭터 라인, 루프 스포일러 등은 세련되면서도 캐딜락의 전통을 유지하는 조합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세단형 EV였다면 훨씬 더 고급스러운 감각을 극대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럼에도 북미 시장에서 단일 모델 판매 1위를 기록한 것을 보면 디자인 방향성은 성공적이라고 판단된다.
실내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끄는 건 33인치 커브드 어드밴스드 LED 디스플레이다.
9K 해상도와 넓은 곡률은 단순한 스크린 이상의 ‘기능 중심’ 설계로 보였다.
각종 정보가 명확하게 분리되고, 조작은 직관적이다.
좌측: 트립/헤드램프 및 기본 설정
중앙: 속도·배터리·회생제동 등 핵심 주행 정보
우측: 드라이브 모드·폰 프로젝션·사운드 시스템 등 편의 기능
여기에 나파 가죽, 원목, 알루미늄 등 소재 조합이 과하지 않게 배치되어 고급감이 자연스럽게 유지된다.
앰비언트 라이트는 비교적 화려한 편이지만, 시승 기간 동안 전체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적당한 수준으로 작동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리릭의 주행은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고요한데 힘이 넘친다”**다.
EV 특유의 가벼움보다는 캐딜락 가솔린 모델에서 느껴지던 묵직한 주행감을 그대로 유지했고, 4륜 모델 특유의 안정성이 기본값으로 자리 잡혀 있다.
최고출력 500마력
최대토크 62.2kg·m
제로백 4.6초대
아무리 짧은 직선에서도 전기차 특유의 ‘급격한 폭발감’보다 세련되게 다듬어진 가속감이 느껴졌다.
이건 EV 플랫폼 기반 배치 덕분에 무게 중심이 낮고, 앞·뒤 50:50에 가까운 무게 배분이 실현된 결과로 보인다.
리젠 시스템 역시 완성도가 높다.
특히 ‘가변형 리젠 온 디맨드’는 패들 감도만으로 감속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도시 주행에서도 유용했다.
리릭의 정식 인증 주행거리는 465km.
영하권에서 난방을 풀로 켠 상황에서도 실주행 손실은 10~20% 정도로 체감됐다.
주행 150km 후 잔여 300km 이상이 남은 것을 보면, 겨울철 전비도 안정적이다.
또한 190kW DC 고속 충전을 지원해 10분이면 120km 확보가 가능하다.
배터리는 GM의 NCMA 셀 기반 102kWh 팩을 사용하며, 업계 최초의 무선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탑재해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4일간의 시승을 정리하면 리릭의 장점은 명확하다.
존재감 있는 디자인
운전자를 편안하게 잡아주는 시트와 실내 구성
묵직하면서도 정교한 주행 감각
전기차의 가벼움이 부담스럽거나, 내연기관만의 ‘중후함’을 잊기 싫은 소비자에게는 리릭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캐딜락다운 품위를 유지하면서 EV 시대의 새로운 럭셔리 기준을 제시한 모델이라 평가하고 싶다.
국내 출시 가격은 1억 696만 원(개소세 5% 기준).
럭셔리 EV를 고민하는 소비자라면 꼭 시승해보기를 추천한다.
캐딜락이 123년 전 내걸었던 슬로건처럼, 리릭은 다시 한 번 “세계의 기준(The Standard of the World)”을 EV 시장에서 재정의해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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