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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수안 Oct 28. 2022

[Binge_on_Stories] 그것 1

'루저'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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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무료할 때 한 번씩 공포영화를 찾는다. 마니아층을 위해 태어난 이 장르는 긴장감을 선사하며 감정의 고삐를 쥔다. 문화적 배경이 달라서인지 비교적 미국 공포영화를 볼 때 덤덤한 편인데 <그것 1>은 중간에 장르가 바뀌는 기분이 들지언정 깜짝 놀래키기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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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비 오는 날, 빌의 동생 조지가 실종되면서 시작된다. 이와 비슷한 실종 사건이 잦은 마을에 사는 빌과 ‘루저 클럽’ 친구들은 피에로 형상의 ‘그것’을 좇으며 미스터리에 발을 들여놓는다. 괴롭힘과 놀림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인 루저 클럽이지만 의리가 세상에 전부인 줄 아는 순수함으로 뭉쳐 ‘그것’에 맞서 싸워간다. ‘그것’의 정체가 악령인지, 괴물인지는 모르겠고, 홍일점 비벌리가 겪은 화장실 사건이나 모딜리아니스러운 그림이 변하는 장면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상처와 공포심을 매개로 등장하는 ‘그것’을 통해 각자의 문제를 마주하고 인정하고 성장하기도 한다. 압도적인 ‘그것’이 지배했던 초 중반부와 달리 역전된 관계를 통해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사건이 정리되는게 의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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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페니와이즈의 정체는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무슨 존재가,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 왜 이러는지 설명하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이는 마치 요즘 웹소설 기본 설정 같다. ‘우리는 오늘부터 이렇다고 하기로 했어요! 약속!’하고 시작하는 환생물, 회귀물처럼 ‘그것’의 능력과 모습이 공포영화로서 완벽히 기능하지만 개연성이 결여되어 보는 입장에서는 금방 식어버리는 것이다. 뭐, 영화는 시간적 제약도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보는 내내 떠오른 <기묘한 이야기> 마지막 시즌을 조만간 정주행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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