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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수안 Oct 06. 2022

[Binge_on_Stories] MMCA 이중섭 전

그림을 사랑하고 아내를 추앙한 그 시절 힙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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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특별전으로 이중섭 전시를 진행 중이다. 처연한 천경자, 소박한 박수근, 호탕한 이쾌대도 다 좋아하지만 내가 제일 사랑하는 한국 회화작가는 아무래도 이중섭 같다. 이전 이건희 컬렉션 전에서 작가의 작품 몇 점을 만났고, 제주에서도 작가의 흔적이 듬뿍 담긴 거리를 걸으며 행복했는데, 이번 전시는 그의 생과 작품을 꼼꼼하게 담아 그 세계에 온전히 빠지게 도와준다. 두 번 보았지만, 세 번을 보기 위해 기꺼이 기다림을 감수할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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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접하기 어려운 40년대 드로잉에서는 영화 <수면의 과학> 같은 천진한 초현실주의가 엿보였고, 50년대 회화에선 마티스가 연상되는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같은 구도에 다른 색감으로 실험한 작품을 나란히 전시한 부분과 은박지화를 위해 조도를 낮춘 공간 역시 인상 깊었다. 그럼에도 단연 최고는 전쟁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와 드로잉이었다. 아내 남덕을 향한 이중섭의 사랑이야말로 <나의 해방일지>에서 언급한 추앙의 진정한 형태가 아닐까. '내 사랑하는 아내 남덕 천사 만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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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영감이 된 구절은 은박지화 세션에 있는 <대향 이중섭> 책의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이중섭이 정말 그림을 그리는 것을 사랑하고, 그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았고, 그림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사람임을 이야기하는 구절이다. 좋아하는 것을 향한 나의 열정이 하찮아 보일 때가 더러 있지만, 불쏘시개가 되어주는 이런 이야기가 있기에 또다시 달릴 힘을 얻는다. 마음이 여러 번 울렁이는 전시였다. 출구 옆, 그의 사진을 담은 영상이 돌고 있는데, 가신 분들은 꼭 다 보셨으면 좋겠다. 아, 그는 그 시절 슈퍼스타이자 힙스터이자 크리에이터였습니다,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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