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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잡남 Sep 14. 2018

#1. 10년 만에 돌아온 마닐라.

feat. 하지만 방구석(?) 날라리

  2008년 2월 처음으로 해외에서 오랜 기간동안 살게된 인생길이어서 설레었다. 밤중에 도착한 공항이었고 사람이 워낙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공항에서 내가 살게된 집으로 이동했다. 첫날이 지나고 둘째날이 지나고 학원을 다니고 학교를 방문했다. 함께 성경을 가르쳐야 하는 친구도 생기고 웃지못할 헤프닝도 생겼다. 때로는 서로의 까칠함으로 성장하기도 했고 때로는 서로 챙기며 기쁨을 가지고 살았다. 옥빛보다 아름다웠던 보라카이가 지나고 뻥뚫린 도로에서 지푸니를 타고 이동하다가 매달려 간 그 순간도 아름다웠다. 전기가 없었지만 공기가 너무 맑아서 정신이 번쩍 뜬 바나웨까지 내 인생의 아름다웠던 20대가 흐르고 있었다.


  2009년 1월이 되었고 나는 팀원들과 한국으로 귀국했다. 뭔가 아쉬우면서도 행복한 시간을 잘 맞쳤다고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다니고 동아리활동을 하고 졸업을 하고 회사를 다녔다. 떡볶이를 팔았고 호주에서 일을 했다. 다시 떡볶이 팔고 회사를 취업하고 다시 퇴사를 했다. 사업을 하려고 그만두었는데 어찌저찌 옆의 회사에 취업을 했다.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10년 만에 어찌됐건 필리핀으로 다시 돌아왔다.


  정확하게 나의 20대가 지난 30대를 시작하는 가장 젊은 나날의 어느 순간에 현재 마닐라에 있다. 물론 밖으로 돌아다닐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나의 두 번째 고향과도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나로 하여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 라살사 예술대학교 카페테리아 -

  이번 여행에서는 라사살 예술대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카페테리아 조차도 예술대 스럽다. 더 재밌는건 대부분의 조형물들이 실제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디자인이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10년만 젊었다면 이 대학에 입학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은 마닐라의 유명한 관광지를 방문하거나 맛집을 쫓아 다니거나 혹은 끝내주는 호텔을 머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귀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한국으로 귀국해야 하는 나에게 있어서 이 시간은 굉장히 소중하다. 한국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앞으로의 삶을 다시 어떻게 살 것인지 디자인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행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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