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인간으로 시작해 인간
코로나가 오기 전, 무려 13년 전에 나온 영화가 한 편 있다. 바로 '써로 게이트'.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로 지금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닥친 현실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써로 게이트가 지금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 그리고 실제로 메타버스 세상에서 돈을 벌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첫 번째, 2년째 못 만나본 랜선 담당자
2021년 우연한 기회에 마인크래프트와 온라인 줌을 활용한 강사가 되었다. 3월부터 시작한 강의는 2년째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2021년 당시, 온라인 줌으로 랜선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수업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을 때보다 더 심해지면서 2년째 만나보지를 못한 채 수업을 하고 있다.
써로게이트에서도 주인공이 자신의 아내의 진짜 얼굴을 몇 년 동안 보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오감을 느낄 수는 있으나 내가 아닌 다른 매개체로 사람을 만나고, 삶을 살아간다.
가끔 1:1 수업으로 인해 다른 직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카톡 채팅 이외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써로 게이트처럼 만날 일 없이 랜선으로만 만남을 지속하고 일을 하고 있다.
사람 간에 접촉이 없는 사람 간에 생길 수 있는 우정이나 우연함이 없는 세상이 지금의 현실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어느새 늘어난 기기들
불과 2-3년에 일할 때 사용하는 장비가 2개에 불과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됐다. 노트북을 들고나가서 직접 수강생을 가르치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수업을 진행했었다.
여러 개의 장치들을 세팅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2019년에 코로나가 발생하고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태블릿 PC를 왜 사는지 이해되지 않던 내가 태블릿 PC를 수업시간에 자주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왼편에는 PPT를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스트림 덱이 있고, 오른편에는 스마트폰이 나를 촬영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노트북으로 모든 것을 컨트롤하며 수업을 진행한다.
영화 써로게이트에서 등장했던 장치와 모습이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영화를 보며 깨닫게 되었다. 주변에 센서만 없다 뿐이지 구조며 모습이며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 수업을 하거나 강의를 할 때는 마치 세상이 분리된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니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 번째, 나 자신이 되어버린 아바타
20대만 넘어가더라도, 아바타가 나 자신이라고까지 여기는 경향은 크지 않다. 리니지처럼 상대편을 쓰러뜨리게 되면, 아이템을 얻는 게임이 아닌 경우는 보통 '나'와 동일시하지 않는다.
10대는 다르다. 아바타는 곧 나 자신이다.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 세상에서 함께 접속을 하고 플레이를 하면,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자신을 공격했다', '내 강아지'라는 표현을 자주 쓰더라는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강아지도 아니고 단지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는 것임에도 10대 아이들은 소유물이라 생각하고 아바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무한대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의 차이가 20대 이상의 성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써로게이트에서 사람들은 써로게이트가 자기 자신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삶을 살아가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즉, 앞으로의 시대는 아바타가 자신이라고 여기는 세상이 곧 열리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소드 아트 온라인처럼 아바타가 피해를 입으면 진짜로 오감을 느끼게 되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편리함에 중독된 사회
마인크래프트 이외에 나는 이프랜드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가 10대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이라면, 성인들은 이프랜드에서 모임을 갖는다.
얼굴은 보이지 않고, 캐릭터만 보이며 목소리만 들을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바로 이프랜드다. 무서운 점은, 이프랜드는 하면 할수록 편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사실이다.
직접 모임을 가지 않아도 마치 내 캐릭터가 움직이며 말을 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편하다. 코로나 이전에는 소셜 모임은 무조건 이동해서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존재했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삶을 나누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그러나 3년간 온라인에서 만남을 갖는 것이 시간도 아끼고, 에너지도 아낄 수 있어 편리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느꼈다.
3년이 되면서부터 모두 조금씩 중독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가 종식이 된다 하더라도 혹은 수 그러 든다 하더라도 지금의 방식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편리함이라는 즐거움을 이미 맛보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부캐 열풍과 SNS
써로게이트를 보면서 들었던 마지막 생각은 바로 부캐 열풍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사용하는 내 캐릭터는 부패라고 볼 수가 있다.
영화 써로게이트에서는 나 대신 써로게이트라는 부캐를 활용한다. 차이가 있다면, 영화 속에서는 현실에서 움직인다는 것이고 SNS는 온라인이라는 사실이다.
영화 속에서 처음에 살인이 일어났을 때, 굉장히 아름다웠던 여자의 실물은 굉장히 뚱뚱한 여성이었다. 즉, 우리가 보는 SNS나 메타버스에서 보는 캐릭터들은 진짜 본캐라고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캐를 보면서 우리는 응원하고, 부캐가 행하는 모든 영향력이 진실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200% 진실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본캐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얼마든지 온라인 세상에서 나 자신을 아름답게, 더 나은 모습으로 포장할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그런 '척'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SNS가 더 발전하면 할수록, 메타버스가 발전하면 할수록, 부캐 열풍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우리는 숨게 될 것이다.
써로게이트와 현재의 메타버스를 보면 기계화, 온라인의 발전이 무조건적으로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사람으로서 가져야 하는 가치와 결국엔 모든 것들은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세상이 발전하더라도 직접 피부가 맞닿고 만남을 통해 사람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