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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Oct 01. 2023

생리적 현상이라고 하기엔..

생리(生理)의 사전적 의미는

 '생물체의 생명활동과 관련되는 현상, 생물학적 기능과 작용 또는 그 원리'라고 되어 있다.

딸꾹질, 트림, 재채기, 기침, 방귀 등등..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다소 불쾌한 기억들이 있다.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의 행동이라면 어느 정도 조절을 하는 것이 배려이고 예의일 텐데. 

본인만 좋으면 괜찮다는 식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짜증이 난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때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달여 정도 입원을 했었다. 

다리가 골절되어 수술까지 한 상황이라 아이 걱정으로 잔뜩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생리현상 때문에 빚어진 불쾌한 경험까지 이중고를 치러야 했다. 

스무 살 남짓 된 여자가 같은 병실에 입원을 했다. 

며칠 입원하는 중이었는데 그녀의 남자 친구가 간병한답시고 와서는 별짓(?)을 다하는 거였다.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그 남자, 다른 사람의 눈은 전혀 의식 않고 방귀를 뀌어대는 거였다. 

게다가 밤에는 여자애랑 한 침대에 들러붙어 잠까지 자는 상황.

병실을 무슨 모텔이나 여인숙쯤으로 아는 건지..  

젊은이들이 철이 없는 건지 공중도덕도 모르고 상대에 대한 배려의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이해도 되지 화도 났다.

다행히 일주일이 채 못되어 퇴원을 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병실에서 쫓아냈을 것이다.


4인실에서 6인실로 옮긴 후 아이의 바로 옆 침대에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초등학생이 입원 중이다. 아홉 살, 우리 아이와 같은 나이였는데..

바닥에 놓인 보호자용 간이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는 것도 불편한데 

이 아이의 방귀소리에 신경이 예민해진다.

양쪽 다리에 깁스를 한 탓에 꼼짝 않고 누워 하루 종일 먹어서인지 연신 방귀를 뀌어댔다. 

냄새는 또 어찌나 지독하던지.. 

아이의 엄마도 있고 해서 말도 못 하고 속만 끓이고 있는데... 

하루는 아이의 엄마가 미안해하면서 방귀에 얽힌 집안 내력을 고백(?)하는 거였다. 

사실은 아이의 친할아버지가 아무 데서고 방귀를 뀐다는 거였다. 

한 번 병문안 온 모습을 잠깐 뵌 적이 있는데,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라는 그분의 인상은 

젊잖아 보였다. (외모로만 사람을 평가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아이 엄마가 처음 시집와서 가족이 모여 밥을 먹고 있는데, 시아버지가 방귀를 뀌더라는 거다. 

처음엔 실수로 그러셨나 싶었고 오히려 시아버지가 무안해하실 것 같아 더 미안했단다. 

그런데 사실은 실수가 아니었단다. 

처음엔 갓 시집온 며느리 앞이라 조금 조절(?)을 하시는 것 같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시아버지의 방귀는 본색을 드러냈단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며느리 앞이고 어디고 신경 쓰지 않고 생리현상을 발산하신다는 얘기다. 

지금은 만성이 되어 이 며느리도 그러려니 한다는 사연이다.

이 사연을 듣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무척(?) 난감했다.


또 한 명의 막강 아줌마(우리 아이가 방귀쟁이 아줌마라 별명 지어준 그 여자)는

6인 병실이 꼭 차 보일 정도의 거대한 몸집으로 방귀를 뀌어댔다.

있는 힘껏 방귀를 뀌곤 "아~~ 시원하다." 말이나 안 하면 덜 밉기나 하지..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나 싶었다. 

그런데도 정작 본인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자신의 방귀소리를 즐기는 듯했던  그 여자.

다행히 우리가 먼저 퇴원을 해서 짜증스러운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 

당시를 떠올리면 불쾌하고 불편했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개성과 인격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사람인 이상 생리적인 현상을 억제할 순 없지만 최소한 같은 장소를 공유하는 상대에 대한 

배려는 하는 것이 예의다.

자신의 생리현상만 해소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아니면 본인의 주장대로 생리현상이라 

어쩔 수 없는 건지?

자기 집 안방에서 하듯 큰 소리로 코를 풀고 가래를 뱉고 방귀를 뀌어대고.. 

당연하다는 듯 거리낌이 없다. 주변 동료들은 질색을 하는데도.. 나쁜 버릇을 고치지 않는다.

오히려 "생리현상인데 뭘 그러냐고?" 반문하니.. 어이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생리현상이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면 

이 세상엔 예의나 공중도덕이 필요 없는 것 아닐까?

갈수록 이기적인 세상이 되고 있다. 

나만 편하면 되고 상대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부족하다.

존중과 배려의 마음이 조금만 있어도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세상이 될 텐데...


함께 사는 세상,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비록 생리적 현상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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