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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Nov 20. 2023

어떤 사람과 살고 있나요?

"사랑이 생일날 뭐 해줄꼬야?

"사랑이?? 사랑이가 누군데?" 

"사랑이가 누군지 몰라?"

"알지~~ 사랑이 생일날 맛있는 거 사줄게." (쪼아 쪼아!)

유치 찬란한 중년이라고? 주책이라고 놀림받으려나?

아무튼~~


11.24일 사랑이 생일 

사랑이가 누구냐고요?

애완견이냐고요? 딸내미 이름이냐고요?  NO NO.

저는 딸도 없고 애완견도 없어요. 바로 제가 지목받은 사랑이랍니다. 

제가 바로 사랑이었던 거죠.


3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하다는 주말부부!

남편 직장이 지방이라서 10년 넘게 서울집과 천안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두 시간을 가야 도착할 수 거리다.

관사(아파트)를 세컨드하우스라 생각하고 자주 오라고 한다. 

남자 혼자 지내는 것이 외롭고 불편하니 에둘러 핑계를 대는 것이다. 


몇 주만에 내려갔다. 

남편은 퇴근 전이다. 밀린 청소와 빨래며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탁상달력에 표시된 빨강 글씨가 눈에 띈다. 뭐지??

푸하하~~

남편이 내 생일을 '사랑이 생일'이라고 표시해 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오십 중반도 넘은 나이에 '사랑이'로 불리는 것도 오글거리긴 하지만 싫지는 않다.

이 나이에 사랑이라고 불러주는 남편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 아닌가?

남편에게는 모른 척하고 속으로만 그 마음을 가늠해 본다.

김춘수 시인도 그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다.

남편이 나를 사랑이라고 불러주었기에 나는 사랑이가 될 수 있었다.


말을 예쁘고 다정하게 하는 사람, 가끔은 토라진 마누라를 위해 애교도 부릴 줄 아는 남자다. 

(보수적이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인 친청 아버지와 오빠들은 상상도 못 하는... 그런 남자)

엄마의 결사반대(?)에도 그와 결혼을 한 이유는 착하고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서다.

무엇보다 나를 최고로 여겨주고 사랑하고 아껴주는 남자라서.


30년 가까이 살면서 속 썩이거나 상처 준 일도 크게 없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그저 묵묵히 가족들 건사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다.

지나치게 남을 먼저 생각하고 희생하려는 것 때문에 가끔 핀잔을 준다.

이제는 자식, 부모 형제 먼저 생각하지 말고 자신부터 챙기라고 해도.. 

장남콤플렉스가 심해서(?)인지 말을 잘 안 듣는다.


아들들에게도 내 자랑을 한다. 옆에서 듣고 있기 낯간지럽게..

"엄마 같은 여자 만나라. 능력(?) 있지, 재테크 잘하지, 알뜰하지.. 이쁘지."

작은 아들 녀석은 그런 말에 피~  웃으며 놀린다.

"나는 절대 엄마 같은 여자는 안 만날 거야. 음식솜씨도 별로지~"  어쩌고 하면서

"그래, 다음에 얼마나 잘 난 여자 데려오나 보자"했다. 

아들이 말은 그렇게 해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서로를 칭찬하는 사이좋은 부모의 모습을 싫어하는 자식은 없다.

큰 아들은 아무런 내색을 안 하는데 작은 녀석은 꼭 한 마디씩 거들며 트집이다.

나를 놀리려는 것을 알기에 그 모습이 귀엽긴 하지만.


마누라, 자식자랑하면 팔불출이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칭찬은 기분이 좋고 존중과 인정받는 느낌이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누가 내 칭찬을 하더라는 소리를 전해 들었을 때는 그 느낌이 배가 된다.


사이좋은 부부 되기 팁 하나!

제삼자에게 상대 칭찬하기. 

제삼자는 상대의 부모형제가 되었건 자식이 되었건, 지인이건 상관없다.

직장 생활할 때의 경험도 같다.

누군가로부터 '어떤 상대가 나를 칭찬하고 인정하더라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나를 칭찬한) 그 어떤 상대에게 친밀감과 존경심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사랑이 생일 기대하고 있을게요.'


다음 달은 남편 생일이다. 

이번에는 내 차례다. 

달력에 뭐라고 써놓을까? 

 '사랑이 남편 생일' '사랑님 생일' '서방님 생일' '영원한 내 편 생일'

어떻게 써야 남편도 나 만큼 행복해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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