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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Mar 11. 2024

당근마켓의 쓸모



당근마켓 로고

당근~ 당근~~

연신 울려대는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남편은 당근 마켓 애용자다. 

처음엔 무슨 소리가 했는데.. 알고 보니 당근 마켓의 알람 소리였다.


당근마켓의 쓸모란?


한때는 당근마켓을 이용했다. 

텃밭농사를 짓는데.. 가끔 필요한 종자를 얻을 수 있어서다. 종자 나눔.

몇 년 전 쪽파를 심고 싶은데 모종을 사려고 하니 그 가격도 만만치 않다.

가끔 (농사짓는 분 중에) 나눔 하려 당근에 올리는 분이 있으니 

알람을 '쪽파 모종'으로 설정해 두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알람이 왔다. 


인근에 농사짓는 분이 쪽파를 심고 남은 모종이 많으니 나눔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길이라 잽싸게 1번으로 신청을 하고.. 모종을 한 망 얻어왔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서로 윈윈이다. 

농사꾼이 모종을 버리는 것은 죄받는 일이라 생각될 테니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고 

고맙다 인사를 들으면 기쁘고 좋은 일이다.

나눔으로 얻은 쪽파 모종은 지금도 손자(?) 모종까지 낳아서 텃밭 한편에서 자라고 있다.

올해도 잘 자라서 쪽파김치와 파전으로 우리 입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파김치와 파전에 막걸리 한잔 하면 얼~~ 마나 맛있게요??


농사를 처음 시작하고 어떤 작물과 나무를 심을까 고민했다.

가장 쉽게 자랄 수 있는 나무는 꾸지뽕이었다. 

열매부터 가지, 뿌리까지 버리는 것 하나 없이 몸에도 좋은 것이니 금상첨화다.

2년생 묘목을 15개나 사다 심었다.

(욕심이 과했다. 그때는 몰랐다. 욕심이 화를 부를 것을...)


4년의 시간이 지나니.. 꾸지뽕 나뭇가지가 하늘을 찌른다. 잘라도 잘라도 자란다.

식재 후 2년 차부터는 탐스러운 꾸지뽕 열매도 따먹고. 

당뇨가 있는 친정아버지께 나무도 잘라서 끓여드시게 했다. 

그런데... 번식력이 장난이 아니다. 처치 곤란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뿌리가 뻗고 뻗어서 주변 작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땅을 깊고 넓게 들어가며 뿌리를 뻗는다.

가시 달린 가지까지 새끼를 쳐서... 찔릴 때도 있으니 귀찮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소위 말하는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이것을 어찌 처리할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한 그루만 남기고 베어버리기로 했다.

남편과 둘이서 그 일을 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태산이다.

포클레인으로 작업을 하면 편한데 돈(일당이 40만 원)이 너무 들고... 

둘이 하려니 엄두가 안 난다. (허리도 부실한 내가 큰 도움도 될 것 같지 않고)


얼마 전부터 남편에게 당근(마켓)에 올려보라고 했다.

"꾸지뽕나무 필요한 사람도 있을 테니.. 당근에 한번 올려봐요. 

 갖고 간다면 우리 일거리도 줄고 윈윈이니까."

"누가 그걸 갖고 가겠어? 내가 하면 돼.."

한사코 말을 듣지 않는다. 기어코 혼자서 땅을 파고 나무를 처리하겠단다. 

쓸데없는 고집은 왜 그렇게 부릴까? 남자들은 여자 말을 잘 안 듣는다. 

자존심인지 똥고집인지? 아무튼 마음에 안들 때가 많다.

한 서너 번 얘기를 했는데도 알았다고만 하고 당근(마켓)에 올리지를 않았다.


주말.. 둘이서 몇 시간을 나뭇가지를 자르고 밑동을 치고... 곁에 새로 난 가시 가지를 쳤는데도

겨우 3그루를 작업하는 것에 그쳤다.

"안돼.. 무리야. 빨리 사진 찍어서 올려봐요. 꾸지뽕나무 캐 가져가실 분 찾는다고..."

마지못해 나무 사진을 찍더니 당근에 올린다.

당근에 올린 사진

두근두근... 반신반의하며 기다렸다. 

삽시간에 신청자가 쇄도한다. 이런 이런....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어깨가 으쓱해진다.

"마누라 말 듣길 잘했지? 필요한 사람 있다니까.. 이제부터 무조건 마누라 말만 들어. 알겠지?"

"넹~~ 마님"

포클레인 갖고 오겠다며 몇 그루를 줄 수 있냐고 묻는 분이 있다. 인근 지역이라 오기도 쉽고..

한 그루만 남기고 전부 갖고 가도 된다고 했다.

마침 일요일이라 밭에 가서 손님(?)을 기다렸다. 봄 농사 준비도 하면서...

한 분은 오셔서 작은 묘목을 얻어 가셨고 포클레인으로 오신다는 분은 평일에 와서 가져가겠다고 했다.


골칫거리가 한 방에 해결되었다. 

필요한 분에게 나무를 나눌 수 있어서 좋고. 우리는 나무 캐느라 생고생하지 않아도 좋고...

휴~~ 진짜 큰 일거리 하나가 줄었다. 

꾸지뽕나무야! 다른 데 가서도 잘 자라렴.

그동안 맛있는 꾸지뽕 열매와 가지를 줘서 고마웠어.

꾸지뽕나무 첫 열매가 달린 때

당근마켓의 쓸모란?

물건이 필요한 사람과 그것이 필요 없거나(조금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해 준다,

이번에 당근이 그 역할을 해줬다. 감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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