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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Jun 19. 2024

탁구가 뭐길래.

주민센터에 난리가 났어요~ (2탄)

3개월을 벼르고 별렀다. 

D- Day 주민센터의 탁구수강 등록일이다.

이번에는 기필코 등록하고 말리라.

결연한(?) 각오를 하고 아침 6시 반에 주민센터로 향했다.

문이 잠겨있는 건 당연하다.

공무원이 출근해서 문을 열어 주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기에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


탁구가 뭐길래.

7시쯤 되니 남자 두 분이 오셨다. 

'탁구 등록하러 오셨어요? 아이고~ 일찍도 오셨네. 우리가 1등인 줄 알았더니..."

그분들은 기존 회원이라고 했다.

어쨌든 1,2,3등이다. 무난히 등록할 수 있는 순번이다.


지난 분기 때 처음으로 등록을 하러 갔다. 

사전에 분위기 파악이 안 되어 8시에 갔는데..

25명 모집 정원에 들지 못했다. 예비 3번

이번에는 꼭 등록하리라!!

드디어 담당 공무원이 출근했다. 수강등록일이라 일찍 출근한 것이다.

"이렇게 일찍 오시면 안 되는데.. 미리 문도 열어주면 안 되고.."

공무원도 탁구 등록일은 힘들다고 했다. 

주민분들이 너무 일찍 오셔서 기다리는 바람에 곤란하다고. 


공정성의 시비와 잡음을 없애기 위해 일찍 온 순서대로 자리에 앉았고, 

먼저 온 순번대로 이름도 쭈욱 적었다. 


한 명 두 명 사람들이 몰려오고..  기존 회원들끼리 연락을 주고받느라 왁자지끌 하다.

그중 대장(?) 같은 여성분이 다급하게 전화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자기야, 빨리 와. 장난 아니야. 늦으면 잘릴 수 있겠어.?"

전화를 받았는지 헉헉대며 급하게 들어오는 여성 분이 몇몇 있다.

무사히 등록인원수에 안착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까딱하다가 등록 못할 뻔했네. 뭔 일이래? 전쟁이네 전쟁"

조금 느긋하게 도착한 부부는 아쉬움이 얼굴 한가득이다. 순번 밖이다.

"부부가 이제 막 탁구를 시작해서 재미를 붙이게 생겼는데.. 등록을 못해서 아쉽네.

 혹시 모르니 예비번호라도 받아두고 가요."

모두들 너무 일찍 오니 여러 가지 해결책을 강구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뺑뺑이(투표)를 돌려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올 판이다. 


드디어 8시 반, 번호표를 배부받는다.

당당하게 1번을 받고 대기한다. 이제 30분만 기다리면 된다.

규정상 9시 땡 해야 접수를 하기 때문이다.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이 뿌듯함은 뭐지??


아무튼.

이번 분기(3개월)는 등록을 했으니 안심이다.

이 기쁜 소식을 남편에게 알리니 "올림픽 선수되겠다"라고 한다.

(기다려요~~ 탁구로 코를 납작하게 해 줄 테니..  골프는 지지만 탁구는 내가 이길 테니~ ㅋㅋ)

집 근처 주민센터에서 탁구를 치고 있다. 벌써 1년이 넘었다.

(코로나 전에 탁구를 했는데 코로나로 3년 넘게 쉬다가 다시 시작했다)

주 2회 저녁시간에 2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데 너무 재밌다.

탁구공 똑딱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엔도르핀도 뿜뿜 솟는다.

7월부터는 주 4회 탁구를 치게 되었다.

주 2회는 주간, 2회는 야간시간이다. 

주말에는 남편과 시합 한 판하고 일 년에 서 너번은 탁구대회에도 참가한다.

엄마, 나, 남편 셋이서 하는 시합이다. 

우승 상금 오만 원을 걸고.

상금은 남편 주머니에서 나오고 우승은 울 엄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치질 않고 상금을 챙겨가신다. ㅋㅋ


오 남매 중 유일하게 운동을 좋아한다.

엄마의 유전자를 나만 물려받았고 다른 형제들은 운동에 젬병이다.

(84세인 엄마는 지금도 탁구를 치시는데 구력이 있어서 아무도 못 이긴다. 대단한 할머니다)

 매번 도전해 보지만..  따라갈 수가 없다. 

모녀간 탁구시합장면, 한 치 양보가 없다.


우승상금 오만 원을 받고 좋아하시는 울 엄마(수여자는 울 남편)

직업군인이었을 때도 그렇고 직장생활을 할 때도 운동을 즐겼고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병사들과 족구도 많이 했는데 군화를 신고 공을 차면 공이 뻥뻥 잘 날아간다. 

테니스와 배드민턴도 좋아한다. 

그때는 체력도 짱짱하고 몸도 날렵했는데.. 지금은 체력도 몸매도 많이 변했다.

운동을 좀 과하게 하면 여기저기가 아프다. 

가는 세월이 서럽지만 어쩌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구는 역동적이긴 하지만 오래도록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장점이 많은 운동이다.

웃고 즐기는 그 시간이 참 좋다. 함께 운동하는 분들도 좋고..

"인생 뭐 있어요? 이렇게 즐기면 되는 거지!" (같이 운동하는 회원분의 말이다. 같은 생각이다)


오늘 저녁에도 탁구를 치러 간다.

신나게 탁구 한 판 치면서 걱정 스트레스 한 방에 날려버려야지.

열심히 연습하고 실력을 쌓아서 울 엄마를  한 번 이겨보고 싶다.

이순선여사님 기다리고 계셔요~~ 탁구 한 게임합시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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