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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선 Aug 29. 2024

싸가지(?) 있는 젊은 엄마

칭찬합니다. 

 싸가지 (싹수) :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를 속되게 이르는 말,
또는 그러한 예의나 배려가 없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오늘은 싸가지(?) 있는 젊은 엄마를 칭찬합니다.


공동주택에서 층을 맞대고 있는 가구들 간의 소음문제, 층간소음과 관련된 사건이 

뉴스에 끊이지를 않는다.


아찔하고 무섭다.

어쩌다 층간소음 문제가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는지..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한 세상이다.

층간소음 관련 사건기사(연합뉴스 24. 8.29일 자)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 사고 소식이 들릴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크다.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면서 지내면 좋을 텐데..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파트에 살았다.

초등학생 두 사내 녀석의 넘치는 에너지는 늘 고함과 잔소리로만 자제시킬 수 있었다. 

"뛰지 마, 아래 집에 시끄러워. 조심조심. 발 뒤꿈치 들고 다녀"

당부를 하지만 그게 잠재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잠시 잠깐 효과가 있을 뿐이다.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발소리나 인터폰 소리만 울려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 네, 죄송해요. 뛰지 말라고 하는데도..  조심시킬게요. 죄송합니다."

매번 이렇게 사정사정하다가 그것도 지치면 화가 나고 스트레스가 쌓였다.

"같이 애 키우는 입장에서 조금 이해해 줄 수 없나? 미안한 건 알지만.. 

 그렇다고 애들을 묶어서 키울 수도 없고.. 이사를 가야 하나?"

아이들이 중학생쯤 되어서야 그런 염려도 사라졌다.

아이들이 뛰어다닐 일은 없어졌으니까.


지금은 주택에 살고 있다.

층간소음 신경 쓸 일이 없어서 마음 편하다.

노후에 어디서 살 것인가를 고민 중이다. 

지금처럼 속 편하게 주택에 살아야 할까? 아파트로 이사를 갈까?

편리함을 생각하면 아파트가 좋긴 한데.. 

층간소음이 걱정되기도 한다. 

뉴스에 들려오는 층간소음 관련 이런저런 사건사고 소식을 들으면 더 그렇다.

우리는 시끄럽게 할 일이 없지만 혹시나 있을지 모를 층간소음을 감당할 수 있을는지? 

층간소음은 나만 조심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공동주택에 살려면 감수하고 살아야 할 부분도 있다.


몇 년 전 부모님이 아파트로 이사를 하셨다.

오랫동안 빌라에서 사셨는데 (자식들 곁으로 가고 싶다고 하셔서) 

여생의 마지막 집으로 아파트를 선택하셨다.

빌라에 살 때는

손주들이 어렸을 때라서 가족모임 때는 늘 노심초사하셨다.

"시끄럽다. 뛰지 마라. 아래층 아저씨 또 올라온다."

그 말을 입에 달고 계셨다.

아래층 사는 아저씨가 좀 예민하고 별난(?) 분이셔서 더 그러셨던 것 같다.

우리 집 두 아들이 어렸을 때 부모님 댁에 맡겼었다.

머슴애 둘이 뛰어다녔으니 아래층 아저씨도 그럴 만하셨다. 늦었지만 죄송합니다. 아저씨!

몇 번 집으로 찾아와 엄마와 언쟁도 벌였지만

나중에는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집도 봐주시고 화분에 물도 주실 만큼 친해지셨다.

감사하게도.


부모님 집(아파트)에 갈 때면 위층에서 아이가 뛰는 소리를 가끔 들었다.

엄마는 위집에 여섯 살쯤 되는 여자아이가 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고 감사할 일이다. 남자아이가 아니라서.

아이 엄마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아이가 뛰어다녀서 죄송하다고, 조심시키겠다고 하더란다.

"그럴 수도 있지요. 크게 떠드는 소리도 안나던데.. 괜찮아요 애들이 그렇죠. 뭐~."

그렇게 별 탈없이 잘 지냈는데.


얼마 전, 엄마가 위층이 이사 갔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 집 아이 엄마가 이사 가면서 자두 한 박스랑 편지를 문 앞에 두고 갔다는 것이다.

편지지 한 장을 빼곡히 

'아이가 시끄러울 수 있었을 텐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했다.

엄마는 편지와 자두를 받고 기분이 좋으셨던 모양이다. 내게 자랑을 하신 걸 보면.

"요즘 싹수없는 젊은 엄마들이 많은데...  이런 여자는 처음 본다.

 그냥 이사 가면 그만일 텐데 

 편지 한 장을 쓰고 자두 한 박스를 문 앞에 두고 갔더라. 희한하제?"

(희한 하제는 대단하다. 기특하다는 의미의 경상도 사투리다)

"진짜 괜찮은 엄마네..  젊은 여자가 싸가지가 있네.. "

덩달아 내 마음도 흐뭇하고 좋다. 그 편지 한번 읽어보고 싶다.


좋은 이웃을 옆에 두고 사는 것도 복(福)이다. 

위아래층, 옆집 이웃끼리 좋은 사이로 지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

그것이 큰 복(福)이라는 것이다. 

그 젊은 엄마는 아이 교육도 참 잘할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데..  그런 엄마라면 자식의 훌륭한 거울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사 가서도 잘 사시길..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고 싶다.

싸가지 있는 젊은 엄마, 감사해요. 행복하세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자재가 좋아지고 건축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층간소음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역지사지(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하고

예의와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싸가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서로서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이기심이 아닌 배려와 양보에서 시작된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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