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니, 마음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30대 미혼율 급증”, “결혼·출산 포기 세대”라는 말이
이제는 낯설지도 않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통계를 하나 유심히 보게 됐습니다.
2015년, 서른두 살이었던 남성의 미혼율은 57%였습니다.
그런데 5년 뒤, 같은 나이인 2020년 남성의 미혼율은
67%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불과 5년 사이에 10명 중 1명이 더 결혼하지 않게 된 셈이지요.
아이를 낳지 않은 비율은 더 놀랍습니다.
같은 연령대에서 미출산 비율이
73%에서 82%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아이들이 너무 결혼을 쉽게 포기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통계를 조금 더 들여다보니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이런 결과도 나왔습니다.
부모의 소득이 높을수록,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일수록,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분명히 높아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들은
3년 뒤 둘째, 셋째를 가질 확률이
사용하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높았습니다.
이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과 출산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일지도 모르겠구나.
우리 세대는
열심히 살면 어느 정도는 길이 보이던 시절을 살았습니다.
집은 작아도 언젠가는 마련할 수 있었고,
직장은 힘들어도 오래 다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출발선부터가 다릅니다.
집값, 고용 불안, 양육비 부담.
부모인 우리도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나라면 가능했을까?”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만약
우리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면,
“나는 결혼 안 할 생각이야.”
“아이 없이 살고 싶어.”
예전 같았으면
설득부터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결혼은 해봐야지.”
“나중에 후회한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 말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통계가 말해 주는 건 분명합니다.
요즘 세대는 결혼으로 넘어가는 비율 자체가 줄었고,
시간이 지나도 그 간격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미혼 상태였던 30대가
3년 뒤 결혼으로 이어진 비율도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합니다.
이건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시대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건 포기가 아니라 선택일 수 있다.
부모로서
그 선택이 걱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외로움, 노후, 아플 때의 문제까지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아이의 인생은
부모가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저는
우리 아이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이렇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그래, 그건 네 인생이니까.”
“네가 충분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라면
부모로서 나는 그 선택을 받아들이겠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
자기 삶에 책임지고 살아간다면
그 자체로 이미 어른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 세대의 역할은
아이들을 결혼으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든
죄책감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뒤에서 조용히 지지해 주는 것 아닐까요.
통계를 보며 저는 오히려
아이들을 이해해야 할 이유를 더 많이 발견했습니다.
행복의 형태가 달라졌을 뿐,
아이들이 행복을 포기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
그게 지금 부모 세대인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존중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