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의 삶이 좋다

딩크 부부의 아침 루틴

by hosu네

새벽 6시, 각자의 알람이 한 침대 위에서 울린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알람 소리가 제각각 다르다. 내 알람은 대충 끄고, 남편을 곁눈질로 본다. 얼굴이 핸드폰 불빛에 비쳐 하얗다. 오늘은 그래도 빨리 일어났네.

아직 덜 깬 눈으로 나도 핸드폰을 만진다. 방해 금지 모드로 해뒀기 때문에, 화면엔 알림이 가득이다. 대부분 광고지만, 눈에 띄는 건 또 들어가 본다.
그렇게 10분쯤, 우리 부부의 ‘예열 시간’이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호수의 스크래쳐 긁는 소리는 이 시간의 배경음악 같다.

둘 중 하나. 누가 먼저 일어나느냐의 대결 같다. 좀처럼 일어나지 않다가, 어느 한 명이 먼저 일어나는 순간 아침이 시작된다.
서로 마주 보고 “잘 잤어?” 인사를 나누고, 내가 먼저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한다. 뒤이어 남편이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는 그 사이 머리를 손질하고 얼굴을 정리한다. (화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비루하다.)

내 준비 시간은 정해져 있다. 길어도 20분. 그러면 6시 반.
이렇게 일찍 준비하면 뭐하느냐고? 갈 준비를 다 했다고 해서 바로 출근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방 밖으로 나오면, 호수가 기다렸다는 듯 앙앙댄다.
우리 호수는 여덟 살 된 암컷 고양이다. 어르신 나이지만,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고양이다운 울음소리는 내지 못할 것 같다.
아무튼, 아침 놀이 담당은 나. 시간은 없지만 낚싯대를 격정적으로 흔들어 본다. 희한하게도 낚싯대를 꺼내기 전엔 뛰어다니던 녀석이 갑자기 배를 까고 드러눕는다. 놀고 나서 간식을 줘야 하는데!

미야옹철쌤의 솔루션을 신봉하는 우리 부부는 놀이 후에 간식을 주는 걸 어긴 적이 없다.

“너 안 뛰면 간식 없다.”
그 말에 반응하듯, 수수는 대충 한두 바퀴 뛴다. 오케이. 간식 주고, 물그릇 씻어주고.


오늘은 저녁 식단 배달이 오는 날. 빠르게 현관을 확인한다. 그 사이 남편은 아침을 먹고, 텀블러를 씻고 있다.
매일 마시는 모닝 커피는 남편 담당이다. 반자동 머신이긴 하지만 속도가 느려서, 두 개의 텀블러를 채우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TJ 성향이 강한 남편은 샷을 내려 전자저울 위 텀블러에 붓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정량 맞춰 추가한다.

나는 커피 향을 맡으며 로봇 청소기에 물을 채운다.
모든 가전을 최신식으로 사야 하는 이유는, ‘귀찮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는 꽤 귀찮기 때문이다.
그래도 호수의 털을 매일 정리해주는 ‘로청님’에겐 휴식이 없다. 물을 채우고, 출근 전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양치질. 어느새 남편도 옆에 와서 함께 이를 닦는다.

우리는 보통 7시 전에 현관문을 나선다.
출근길의 교통 상황은 1분 차이로도 달라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서두른다. 현관문을 닫기 전, 꼭 내가 묻는 말이 있다.

“나 고데기 코드 뽑았나?”
“응. 내가 머리 말릴 때 봤지.”
“오, 잘했어. 똑똑해.”
싱긋 웃고 나선다. 수수에게 “이따 올게” 인사도 잊지 않고.

직장은 다르지만 방향이 같고, 차로 5분 거리라 우리는 같이 출근한다. 이렇게 한 지도 어느새 5년째다.
출근길에 음악을 들을 때도 있고, 아무 소리 없이 적막할 때도 있다. 나는 보통 한 주에 두 번은 자고, 세 번은 멍때린다.
이 세상에서, 둘이 탔을 때 아무 말이 없어도 편안한 사람은 아마 이 사람밖에 없겠지.

우리는 딩크 부부. 이제 11년 차가 되었다.
대체로 온화했지만, 가끔은 어려웠다. 그래도 인생을 살아간다면, 혼자보다는 내 편이 있어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결혼을 택했다.

결혼 전엔 자주 싸웠지만, 결혼 후엔 싸운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다.
누군가는 묻는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결혼의 의미가 뭐냐고.
글쎄, 나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예전엔 이유를 묻는 사람들 앞에서 전쟁하듯 이야기할 근거들이 머릿속에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질문도 잘 안 들려서인지 그 이유들도 조금씩 희미해졌다.

그래서 결론은,
나는 현재 내 삶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