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주는 온기는

미지근하다

by hosu네

호수를 바라보면, 이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간식 안 주나?, 먹을 것 없나?, 쟤가 나한테 장난 치려고 그러나? 같은 단순한 생각뿐일지도 모르지만—
긴 소리를 내며 침대 위로 올라올 때, 해 드는 주말 오후 내 옆에 조용히 누워 있을 때,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나를 향해 캣타워에서 타달타달 뛰어올 때,
그럴 땐 문득 생각한다.

“그래도, 이 아이에게 우리 부부가 좁쌀만큼의 애정은 있겠지.”


나는 호수를 키우기 전까지, 동물과 함께 살아본 적이 없었다. 남편은 어릴 때 시아버지가 주워온 유기견을 키운 경험이 있었지만, 나는 동물과의 생활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남편은 꾸준히 고양이를 키우자고 했다. 그나마 강아지보다는 고양이에 내가 좀 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엔 현실적인 이유로 반대했다. 신혼집은 20평도 되지 않는, 방 두 개짜리 오래된 아파트였다. 두 사람의 짐을 넣기도 벅찬 공간에서 다른 생명체—심지어 식물조차—기를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결혼 전엔 부모님이 다 챙겨준 덕분에 '캥거루족'으로 살아왔던 나인지라, 겨우 2년 자취 경험이 있는 남편과 ‘내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그때는 벅찼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처음 느낀 건 두 번째 집으로 이사한 후였다. 안정이 된 어느 날, 고양이 관련 커뮤니티를 보다 아메리칸숏헤어 새끼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품종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그 아이의 털색이 유난히 좋았다. '고양이를 키운다면 아메숏이겠구나.'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 분양 약속은 불발됐지만, 얼마 뒤 호수를 만날 수 있었다. 가정 분양이었다. 처음 그 집에 방문한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호수는 너무 작았고, 호수의 엄마 고양이는 처음 본 나에게도 다가와 애정을 표현했다. 나는 동물과 가까이 있어본 적이 없어 당황했지만, 피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곧 이 아이와 함께 살아갈 테니까.

호수를 데려오던 날 차 안에서 서글프게 울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는다. 그 때는 엄마와 헤어지는게 슬퍼서 그런가보다 하고 마음이 아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호수는 차 타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지금도 병원 갈 때면 목이 쉬도록 운다.
집에 도착한 호수는 침대 밑에서 몇 시간을 보내더니 어느새 탐색을 시작했고, 간식을 받아 먹고, 낚싯대를 휘두르면 방방 뛰었다.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그 후, 벌써 8년이 지났다.

고양이와 아이 없는 부부의 삶은 루틴으로 가득하다. 사실 고양이가 루틴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아침 간식을 주지 않으면 호수가 잠을 방해하고, 저녁에 뭘 본다고 놀아주지 않으면 끝까지 방해한다. 시계도 못 보는 녀석이 어찌나 시간을 잘 지키는지.


딩크 부부의 고양이와 사는 삶은, 꽤 행복하다.

물론 약간의 제약은 있다. 어디 가서 1박이라도 할라치면 누군가에게 고양이 케어를 부탁해야 하고, 밤에 골골대면서 배 위에 올라오는 바람에 잠을 깨기도 한다. 하지만 호수를 키우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나는 모르고 싶지 않다.
아이의 부드러운 털, 떨어져 있는 수염 한 가닥, 오동통한 뱃살.
호수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책임감을 요구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곁에 있어 준다.

그래.
지금의 내게는 이 정도의 거리, 이 정도의 온기가 딱 맞는 것 같다.


20201114_144529.jpg


작가의 이전글나는 지금의 삶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