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대상은 점점 줄어든다. 가족이 아니면 내 진짜 생각은 삼키게 된다. 아니, 가족에게조차 내 생각을 다 말하기는 어렵다. 어떤 이슈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하기도 좀 두려워진다. 특히 정치, 종교 등 서로의 생각이 바뀌기 힘든 것들은 더욱 그렇다.
예전엔 내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답답했고 이해되지 않았다.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은 계몽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에게 핏대를 높여 이야기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걸 느끼면 차단을 해버렸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과 모든 이슈에서 그럴 수는 없으니 내 마음속에서 차단을 시켜버리는 것이다.
나이가 먹으면 나의 그런 성향이 좀 더 강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뇌가 말랑해지는 것 같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 같다. 누군가 말을 하면 반박하기보다는 그래, 그런 관점도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건 쉽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으나, 나의 생각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고 나면 대화할 가치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모임에서 그런 사람을 만난다 하면 싸움이 싫은 한 사람이 뒷걸음질 치게 되고, 나중에 집에 가서 '상종 못할 사람이네'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걸 어, 하고 느꼈을 때는 이런 경우다. 나는 짬뽕이 좋다고 생각했다. 온라인에서도 나랑 생각이 같은 글들 위주로 읽다 보니 이게 짬뽕이 최고라고 느낀다. 그런데 오프라인에서 짜장면이 좋다는 사람이 나왔다. 내가 평상시 괜찮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짬뽕최고 입장에서 짜장면 최고는 완전히 틀려먹은 생각이다. 그런데 내가 완전 짬뽕파가 아닌 상태. 중간지대 어디에선가 완전한 짬뽕파와 완전한 짜장면파를 보다 보면, 전혀 다른 두 생각이 모두 가능하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아, 그럴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나 자신에게 놀랐다. 나도 이런 생각이 가능한 사람이었구나. 하고 말이다.
항상 절대적임에 똬리를 틀고 넘어오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진다. 상대의 말을 듣고 나와 다름에 분노하기보다는 저런 논리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나를 더 성장시킨다. 어차피, 설득되지 않는 부분에서 우리는 모두 설득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좋은 사람인 척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