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맛있는 것만 많이 먹고 빨리 죽을 거야."
20대 초반,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맨날 빵만 처먹는다고, 골고루 먹어야지. 하는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20년이 지나고, 나는 그렇게 말했던 때가 있었나 싶게 이젠 그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들을 맛있다고 먹는다. 당근, 오이, 계란. 공복 후에 먹는 식사는 채소와 단백질 위주로 해야지. 혈당 스파이크 올라오니까 그렇게 좋아하던 빵도 이제는 주말에만 먹는다.
고등학교 때 엄마가 한약을 지어준 적이 있다. 기숙사에서 살았기 때문에 엄마가 지켜볼 수 없으니, 나는 한약을 그대로 갖다 버렸다. 죄책감도 안 들었다. 그때는 왜 이렇게 맛없는 한약을 나와 상의 한마디 없이 이렇게 많이 지어와서 나를 고생시키나. 그런 생각만 했다.
하지만 지금, 면역력이 떨어져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감기가 잦아질 때마다 그렇게 맛없는 액상 프로폴리스를 입에 털어 넣는다. 처음에 먹을 때만 해도 눈 꽉 감고 바들대며 먹었는데, 이제는 먹으면서 단 맛도 조금 있네.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건강은 중요하다. 맛있는 것만 먹고 빨리 죽는다-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건강한 컨디션으로 잘 살다가 마지막 날에 가서 금방 쓰러져 죽는 것이 아니다. 면역력이 떨어져 여기저기 고장이 나고, 그러다가 더 안 좋아지면 병원에 갇혀있다가 죽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뭐 그렇게 편히 가셨는가.
몇 년 전 생전 변화 없던 몸에 두드러기가 나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등 이상을 경험하고 나서 나는 급속도로 건강에 관심이 생겼다. 몸이 그래도 신호를 주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부분이 이상하다는 건 뭔가 고치면 좋겠다는 빨간 불을 몸이 누르는 게 아닐까. 내가 겪을 수 있고 결국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나의 변화를 가지고 온다. 내 몸의 이상은 그런 면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다.
걷는 것만 겨우 하던 내가 달리기를 하고, 먹는 것도 바꾸는 건 결국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이다. 죽는 날이야 내가 정할 수 없는 것이니 할 수 없다. 하지만 건강을 내가 어느 정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최대한 건강하게 마지막까지 살고 싶은 것이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내 다리로 꼿꼿하게 서서, 올바른 정신으로 마지막까지 살아내는 것. 이제 삶의 목표는 그런 것이다.
하루 걸러 분식과 마라탕을 먹는, 자극적인 것들에 길들여진 사람들을 보면 드는 마음이 있다. 꼰대가 될 것 같아 말을 꺼내지는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길고 긴 말을 굽이 굽이 꺼내는 것이다. 내가 그랬었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