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재미있기 금지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면 대화가 편한데, 처음 만난 사이면 그런게 어렵다. 어렸을 때는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관계가 형성되었었는데, 자연스럽게라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거라는 걸 살면서 느낀다.
특히 아이가 없는 40대의 경우 비슷한 나이 또래와 공통의 관심사를 찾기가 정말 어렵다. 30대까지는 연애 이야기로 어떻게 버무릴 수 있는데 40대부터는 그런 주제는 잘 건드려지지 않는다. 이미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한 사람의 비율이 많다. 그리고 당연히, 아이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자녀 이야기만 많이 나누는 40대라면 20대 신입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선배들은 폭격처럼 자녀 이야기를 하실 때가 있는데, 폭격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 분들은 전혀 나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자녀 이야기만큼 답이 없는 문제가 있을까. 아이가 말을 안듣는걸, 성적이 오르지 않는 걸 내가 들어보았자 큰 해답을 줄 수는 없다. 그리고 나에게 이야기하는 분도 특별한 해답을 원해서 이야기를 하시지는 않는 것 같다. 사실 그게 제일 큰 문제다. 자녀 이야기는 나에겐 가장 관심이 없는 이야기이고, 그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멈출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요새 애들과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라고 하면서, 간편하게 '연애'라는 주제를 잡는다. 당연히 연애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관심사이니, 잘 풀릴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자식이야기만 주구장창 하는 선배와 자신의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까. 그건 공통의 관심사라고 할 수 없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 그것도 원치 않는. 것이 되기 마련이다.
난 어느 순간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화에 추임새정도만 넣고 사람들을 바라볼 때가 있다. 그러면서 이 사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동차구나. 이 사람은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혹은 요새 건강이 안좋구나. 패션에 관심이 있나보다. 하면서 그 사람의 톤을 대어본다. 좀 사람이 의뭉스럽나. 하지만 40이 넘어가면서 내가 말을 많이 할 수록 나보다 어린 사람들은 말을 할 기회가 없다는 걸 느꼈다. 원래 어느 모임에서나, 내가 말을 좀 해야 재미있는 법이다.
코어로 들어가면, 내가 좋아하는 대화들은 좀 진지충인 면이 있다. 그 사람의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자산은 많이 모으고 싶은지. 여행은 좋아하는지, 좋아한다면 왜 좋아하는지. 행복한지. 그사람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사실 이런 주제는 스몰 토크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위와 같이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걸 말해 봤자, 상대가 관심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혼자 글이나 적고 말지,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의미가 없다.
음식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음식에 대해 물어보면 행복해 하는 걸 볼 수 있다. 이야기 하다 보면 서로 맛집 공유도 할 수 있고, 이야기 하다 맘이 좀 맞다 싶으면 급 약속도 잡을 수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대화는 굉장히 재미있다. 서로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여행의 로망에 대해서도 서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언제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나 혼자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좀 심심하다고 느낄 만큼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한다.
차라리 업무 이야기만 하면 된다면, 그것으로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몰토크를 해야만 한다면, 그리고 그걸 해야 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과 좀 더 가까워 지고 싶다'라면, 상대에 대한 관심을 더 둬야한다. 남들 앞에서 나 혼자 1인극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