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선배란(1)

불편하게 할 줄 알아야 한다

by hosu네


이제 막 사회에 들어왔을 때에는 아래로는 나랑 동갑인 사람들뿐이고, 위로는 나이를 물어볼 필요 없이 그냥 나보다 선배님들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는 더 편했다. 나는 이상하게 언니들이 편했다. 지금도 그렇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분은 나보다 띠동갑인 선배님이었는데, 여쭤보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셨지만 한 번도 무언갈 강요하신 적이 없었다.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은 분이어서 많이 찾아가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자기가 가진 걸 다 내주셨다.


가장 멋있으셨던 점은 당시 불합리한 일이 있으면 무조건 목소리를 내셨던 거다. 그때만 해도 학교의 분위기는 지금보다 훨씬 딱딱했기 때문에, 위에서 정해진 일에 대해 말을 대는 건 '찍히는'일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분명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씀하시면서 후배들을 감싸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후 나도 불편한 건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내 직업만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직업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불편한 사람이 되기 싫어서일 것이다.


초임의 입장에서 내 앞에 만들어져 있는 세상은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한다. 누군가를 처음에 만나느냐에 따라 순응적인 사람이 될 수도, 비판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혼자서 말하면 외눈박이 원숭이 사이의 두 눈 달린 원숭이가 되고 만다. 공감이 없으면 나 혼자 옳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그 말에는 힘이 없다.


어쩌다가 작은 학교의 부장을 한 적이 있다. 책임지는 것이 싫어 피하다가 어쩔 수 없이 맡게 되었다. 그렇게 1년을 지내며 부장의 자리란 참 앞뒤가 달라야 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다름에도, 심지어 그게 옳다고 여기 지도 않는데도 관리자의 말에 토를 달기 싫어서, 즉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다들 웃으며 회의를 마쳐버리는 순간을 많이 보았다. 재미있는 건 이후 다시 모여 불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하는 걸까. 왜 앞에서는 불만을 말할 수 없는 건가. 승진이 달려있기 때문에? 승진을 원하는 사람은 그들 중 몇 되지 않았다.


나는 이후 나와 밀접한 연관이 되어있는 일들 중 맘에 들지 않는 것에는 내 할 말을 하고 살았다. 그래서 얻어낸 것도 있고, 양보한 것도 있다. 분명 그때의 관리자는 나를 불편해했다. 하지만 내가 말하지 않으면 나와 같은 학년의 후배는 그것이 옳은 일인 양 해야 하지 않는가. 선배로서 부장의 역할을 맡았다면 결국 불편한 데를 긁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그다음 해에 나에게는 부장제의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없었다. 일할 사람도 많지 않았는데 그렇게 된 이유는 아마도 내가 불편한 사람이 되어서가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하고는 했다.


결국 윗사람이 좋아하는 부류는 아니게 되었으니 처세에는 실패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사람은 되기 싫다. 내가 원하는 바를 이 정도도 말하지 못한다면 이만큼 일해온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비판적 사고도 결국 경험에서부터 비롯된다. 불만을 대안과 함께 말할 수 있다면 작더라도 혁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 일에 애정이 있다면 더욱, 의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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