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무얼 하시나요?

글쓰기도 좋더라고요

by hosu네

비가 오는 평일은 생각보다 괜찮다. 비가 올락 말락 꾸물거리고 있을 때가, 학교는 최악이다. 사람의 불쾌지수가 최고로 올라가면 인간이 많은 공간의 불쾌지수는 그것이 곱해져 최악이 된다. 비가 막상 오면 괜찮다.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나가지 못해 실내가 더 소란스러워지기는 하지만, 오래간만에 바닥에 앉아 보드게임을 하거나 태고적부터 유행했던 - 미래에는 술게임이 되는- 각종 게임들을 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평생 부산을 관광지로 보며 살 거라고 생각했던 그때, 관광객으로서 부산에 왔는데 비가 오니 좋지 않았다. 내 생각에 부산엔 관광의 항목에 들어갈 만한 거대한 쇼핑몰은 없다. 부산의 하이라이트는 바다. 광안리 바닷가의 펍에서 맥주 한잔을 할 수도 있고, 민락동에 모여있는 팬시한 레스토랑 하나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부산 관광의 정점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비가 오면 아무래도 움직임에 제약이 생겨버리니 짧은 시간치고 빠져야 하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비가 오는 날은 쉽지 않다.


비가 오는 부산은 해무가 가득하다. 대교로 출근할 때면 아침에 하늘 높이 솟은 건물의 위는 보이지 않는다. 거무스름한 바다에 회색이 섞인, 신비한 모습을 찰나로 본다. 이곳에 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적당한 비가 오는 날, 실내에 있다면 나쁠 게 없다. 여기엔 꽤나 많은 전제 조건이 붙는데, 일단 실내에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제습기라도 켜서 실내에는 습도가 없는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약간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하게 끓인 커피나 차를 마신다. 슬쩍 음악도 틀어 본다. 유튜브에 그런 플레이 리스트는 차고 넘친다. 비 오는 날 들으면 좋은 음악 따위가. 또 하나, 이 공간에 사람이 없어야 한다. 사람이 모여드는 학교라는 공간에 사람이 없어야 한다니 아, 이렇게 하나하나 꼽아보면 꽤나 까다로운 조건이다.


장마의 초입, 강제로 실내에 있어야 할 시간이 많다면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 30분이라도 뭔가를 써보면 좋겠다. 뭔가를 쓰면서 느끼는 건데, 내 감정을 글로 적을 때 감정의 힐링이 많이 된다. 예전엔 새벽에 책을 읽기도, 요가를 하기도 해 봤는데 그중 내게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글쓰기였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일단 써보면 된다. 아무 글자나. 그러다가 무언가 분명히 길이 생긴다. 내 머릿속에 이미 수많은 소재가 있는데, 글을 쓰다 보면 그들 중 하나는 낚이게 되어있다.


비는 감성을 준다. 긴 장마가 끝나면 아마 더워 죽겠다는 생각에 감성이고 나발이고 사라지게 되리라. 그때 비 올 때 적었던 글을 읽어본다. 사람의 생각이 날씨에 따라 많이 바뀐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지겹던 장마도 결국엔 끝난다. 그렇다면 이때밖에 할 수 없는 건 뭔가. 나만의 장마 나기 아이템을 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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