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잡아야 하나?
아마도 그 남자는 잘 생겼거나, 적어도 호감형의 남자 일 것이고 능력도 어느 정도 있는 남자 일 것이다. 타인들의 눈에도 괜찮은 남자로 보일 확률이 커 보인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행동하는 남자를 다시 잡으려는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놓치기 아쉬운 뭔가를 가진 남자려니 한다.
남자가 SNS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에 큰 의미 부여하지 말자. 다른 여자들, 자신과 친하거나 외모가 마음이 드는 여자들에게 좋아요를 충분히 누르고 다녔을지 누가 알겠는가. 중점을 두고 생각할 점은 만나기로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갑작스레 연락이 끊긴 건 당시에 외에 다른 여자와 잘 돼가고 있었기 때문일 듯하다. 그러니 만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SNS 활동을 멈춘 게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아무 이유 없이 먼저 만나자고 하고는 무소식이 될 수 없다. 근거 없이 사람을 의심하는 건 나쁘다. 하지만 의심은 지울 수 없다. 만나려고 했다면 시간을 미뤄서라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만나지 않았다는 것은 흥미를 잃었거나 다른 사람을 만났을 확률이 크다. 아니면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당신에게 흥미를 잃었을 수 있다. 그러니까, 호감도 아닌 그저 흥미만 가지고 있었을 심산이 크다.
다시 연락이 닿았을 때도 먼저 연락을 하고 남자의 속마음을 SNS 사진으로 파악하려던 것은 당신이지 그 남자가 아니다. 만나고자 하는 의지가 큰 쪽은 당신이었지 그 남자가 아니다. 본인이 스스로 나 때문에 쉽게 말하지 못 하나, 내가 실수에서 이 남자가 오해하는 건가 라고 당신이 스스로를 설득시켰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남자가 흥미를 넘어 호감 또는 진정으로 만나고 싶었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만나자고 하지 않았을까. 먼저 연락을 하는 쪽은 당신이었지 그 남자가 아니지 않은가. 누가 먼저 연락했냐를 굳이 따지는 게 의미가 없을진 모른다. 하지만 3자의 입장에서 누가 누구에게 반했냐를 따져 본다면 당신이 그 남자에게 더 큰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남자 쪽은 글쎄,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찔러보자 식이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만나자마자 잘했다, 연인 사이가 되자고 한 의미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SNS보다 또는 남자가 한 예상보다 훨씬 나은 외모를 칭찬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으로 봤을 땐 괜찮다고 여겨 그저 찔러나 보고 관계만 유지하던 차에 실제로 만나니 실물도 괜찮은 것 아니겠는가. 남자가 매력이나 외모 또는 능력이 대단한 게 아닐까 라고 느껴지는 부분도 여기다. 잘 알지도 못 하는 남자, 연락도 제대로 안 되던 남자가 사귀자고 아니 덜컥 사귀는 건 무엇인가. 그래 연애가 무슨 결혼도 아니고 사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다음이다.
남자가 이 정도라면 음... 그래..?라고 할 수도 있겠다.
육체적 관계 이야기가 나오고 당신이 거부의사를 밝히자 남자는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결국 이별을 통보했다. 세상을 내가 색안경 끼고 보는 건지 아니면 상황을 잘 못 파악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연락을 하는 여자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남자이기에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잘 알지도 못 하고, 거기에 성관계, 다른 여자 문제가 있음에도 대체 왜 다시 만나고 싶은 것인지 궁금해진다.
사귈 마음이 든 것도 외모를 보고 했던 것 같고, 육체적 관계를 최우선으로 둔 것처럼 보이는 건 내 착각 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행동이나 생각을 도덕적으로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목표가 확실해 보인다. 남자가 육체관계가 어렵겠다는 사실을 알자 이별을 고했다. 남자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확실해 보이는 게 비합리적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당신이라는 여자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고 시간을 두고 알아가고 싶었다면 포기가 이렇게 빨랐을까? 남자가 원하는 연애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가볍게 좋은 감정만으로 시작하는 연애를 당신이 원한다면 지금도 그 남자와 잘 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에 육체적 관계가 없이 연애가 불가능 한 사람도 분명 있다. 서로가 맞지 않는다면 헤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육체관계를 맺었다고 해서 책임감으로 오래 사귀어야 한다거나 결혼을 전제가 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 남자가 당신이 매달리고 가치관까지 바꿔가며 만날 그럴 가치 있는지 고려할 여지는 남겨두자. 당신에게 진짜로 반했다면 아마도 남자는 당신과 싸우는 한이 있더라도 그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대화를 시도하거나 주제를 계속해서 던졌을 것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결론을 내려서는 안되지만, 그 남자는 당신보다는 당신과의 육체적 관계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당신은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이 남자를 만나고 싶은가?
그 남자와 다시 만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해 보인다. 육체적 관계에 대해 마음이 바뀌었다는 암시만 줘도 다시 만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한쪽만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과 남자의 마음을 딱 잘라 재단하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건 분명 위험하다. 하지만, 글쎄다 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남자와 가볍게 연애하고 남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줘 가며 연애를 할 자신이 있고 그게 행복할 것 같다면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을 듯하다. 주말에 술 한잔이나 늦게 만나자는 말, 또는 어딘가에 1박 2일로 함께 가고 싶다는 암시를 줘보면 답은 금방 나올 듯하다.
사족으로 만약 친한 여자지인이 나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고 의견이나 충고를 구했다면 열변을 토하며 정성을 다해 말렸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