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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Sep 25. 2017

21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늘며 일도 조금씩 많아졌다, 이런 생활이 2주간 지속되었다. 식당 근처에 방을 잡아 한 시간 정도는 절약하려 했지만, 이사할 시간을 찾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아니, 시간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머리를 자르거나, 신문을 읽거나, 심지어는 옷을 다 벗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열흘이 지나고야 약 15분 정도의 시간을 낼 수 있었고, 런던에 사는 내 친구 B에게 직장을 찾아 줄 수 있는지 물으려 편지를 썼다- 어떤 일이라도 좋았다, 하루 다섯 시간만 잘 수 있게 해준다면. 하루 17시간의 노동이 나에게는 그냥 맞지 않았다, 물론 이런 생활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부지기수겠지만. 혹사를 당할 때면, 파리의 어느 식당에서는 수 천명의 사람들이 이 정도 시간의 일을 하고 있고, 계속하게 될 것이며, 몇 주가 아닌 몇 년을 하게 될 것을 생각해 보면, 자기연민에 좋은 치유제가 된다. 내가 사는 호텔 근처 술집에 일 년 내내 아침 일곱 시부터 자정까지 일 하는 아가씨가 있었는데, 오직 식사를 할 때만 앉았다. 그녀에게 춤을 추러 가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웃으며 몇 달간 동안 그 거리의 귀퉁이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녀는 폐결핵을 앓고 있었고, 내가 파리를 떠날즘 세상을 떠났다. 


단지 한 주가 지났지만 여기저기 시종일관 숨어 지낸 줄스를 제외하고는, 우리 모두 피로와 함께 신경쇠약에 걸려 있었다. 초기에는 언쟁들이 간헐적이었으나, 후에는 계속 이어졌다. 몇 시간이고 아무 이유 없는 불평불만의 가랑비가 계속 내리다, 얼마 지나 욕설의 폭풍으로 커져갔다. '그 냄비 좀 내려줘요, 이 멍청한 양반아!' 주방장이 외치면(그녀는 냄비에 팔이 닫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키였다). '당신이 직접 내리지 그래요, 이 늙은 창녀 씨, '라고 내가 대답한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이런 말투는 주방의 분위기가 자연스레 만들어 주는 듯했다. 


우리는 상상도 못 할 하찮은 것들로 언쟁을 벌였다. 예를 들어, 쓰레기통은 끝나지 않는 언쟁의 원천이었다- 내가 원하는 쓰레기통의 위치는 주방장이 다니는 통로였고, 그녀가 놓고 싶어했더너 곳은, 내 자리와 싱크대 사이였다. 한 번은 내가 폭발할 때까지 그녀가 바가지를 긁고 또 긁었다, 순수한 악랄함으로, 쓰레기통을 들어, 그녀가 걸려 넘어질 수밖에 없는 바닥 중간에 놓았다. 


'자, 이 돼지야, ' 내가 말했다, '네가 직접 옮기지 그래.'


이 늙고 가엾은 여자는, 그녀가 들기에는 쓰레기통은 너무 무거웠기에, 주저앉아, 식탁에 머리를 묻고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비웃었다. 극단적 피로가 사람의 행동에 올라앉았을 때 나타나는 결과다. 


며 칠이 지나자 그녀는 톨스토이와 그녀의 예술적 본질에 대해 말하기를 그만두었고, 일을 위한 목적을 제외하고는, 그녀와 나는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되었다, 줄스와 보리스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이 둘 모두도 주방장과 말을 섞지 않게 되었다. 보리스와 나조차도 대화를 잘 나누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사전에 일을 하는 시간 동안의 욕설은 일이 끝나고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합의를 보았다, 하지만 잊기에는 너무 심한 단어로 서로를 불렀다- 게다가, 일을 안 하는 시간이 없었다. 줄스는 점점 더 농땡이를 부렸고,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의무감에 쉬지 않고 음식을 훔쳤다. 우리가 도둑질에 참여하지 않을 때는, 그는 우리를 배신자라며 몰아붙였다. 그는 괴상하고 악질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며, 손님에게 수프를 가져 나가기 전에 수프에 젖은 행주를 짜내었다, 부르주아를 향한 동료들의 복수를 다짐했기 때문이라 했다. 


주방은 더욱 더러워져 갔다, 몇 마리를 쥐덫으로 잡았지만, 쥐들은 더욱 대담 해졌다. 그 더러운 장소를 둘러보면, 생고기들은 바닥에 쌓인 쓰레기 더미 속에 놓여 있었고, 차갑게 응고된 냄비들이 여기저기 제 멋대로 널브러져 있었다. 싱크대는 기름으로 덮이고 막혀 있었다, 세상에서 우리 식당만큼 더러운 식당이 있을까 하고 궁금해했지만. 나를 제외한 다른 세 명은 더 심각하게 더러운 곳도 보았다고 했다. 줄스는 더러운 물건들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그가 한가할 때면, 보통은 오후였다, 문 옆에 서서 열심히 일하는 우리를 보며 조롱을 해댔다. 


'바보들! 그 접시는 왜 닦아요? 그냥 바지로 한 번 문질러요. 손님들은 왜 신경 씁니까? 그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몰라요. 식당일 이라는 게 뭡니까? 닭고기를 저미다 바닥에 떨어져요. 사과하고, 인사하고, 밖에 나갔다가. 그 똑같은 닭고기를 가지고 다른 문으로 다시 들어오는 거예요. 그게 식당일 이라고요.' 


말하기에는 조금 이상하지만, 이 더러움과 무능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 러시아 식당은 성황을 이루었다. 처음 며 칠 간은 모든 손님은 러시아 사람들이었다, 주인의 친구들이었는데, 미국인이나 다른 외국인들과 동행하여 오고는 했다-프랑스인은 없었다. 그러던 중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흥분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의 첫 번째 프랑스 손님이 방문한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우리는 언쟁을 잊고 하나가 되어 제대로 된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뭉쳤다. 보리스가 주방으로 살금살금 들어와, 엄지손가락을 어깨 뒤로 가리키며 굉장히 조심스레 속삭였다. 


'쉬! 집중, 프랑스인이야!' 


바로 주인장의 아내가 들어와 속삭였다. 


'집중해요, 프랑스인이 왔어요! 손님에게 야채를 두 배로 주도록 하세요.' 


프랑스 손님이 먹는 동안, 주인장의 아내는 주방문 뒤 쪽에 서서 창살문으로 프랑스 손님의 얼굴 변화를 관찰했다. 다음 날 저녁 그 프랑스 손님은 다른 프랑스인 두 명과 함께 다시 식당을 찾았다. 우리가 명성을 얻고 있다는 징조였다. 나쁜 식당임을 확실히 증명하는 법은 오직 외국사람만 온다는 거다. 성공을 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사장인 듯했다, 식당을 꾸미며 보여준 희미한 빛에 대한 감각과, 예리한 칼을 사두었기 때문이다. 예리한 칼은, 당연하지만, 성공한 식당들의 비밀이었다. 나는 이 사건이 있었음에 고마워하고 있다, 내가 가진 환상 중 하나를 깨 주었기 때문인데, 소위, 프랑스 사람들은 음식을 보기만 해도 좋은 음식인지 알 수 있다는 환상이었다. 아니면 아마도 프랑스인 기준에도 우리 식당이 꽤나 괜찮은 식당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됐던 더 안 좋은 식당들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B에게 편지를 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자리를 알아 봐 줄 수 있다는 답장을 받았다. 정박아들을 돌보는 일이었는데, 이 식당의 일에 비하니 아주 훌륭한 휴식처럼 들렸다. 나는 시골길을 거닐고, 길 옆의 꽃잎을 내 지팡이로 쳐내고, 구운 양과 당밀 타르트를 먹으며, 라벤더향이 나는 침대보 속에서 자는 나를 그려 보았다. B는 내 여행경비와 저당 잡힌 옷을 찾을 수 있게끔 5파운드를 보내주었다, 돈이 도착하자마자 나는 하루 말미의 사표를 냈다. 나의 급작스러운 사표는 주인장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그는 돈 한 푼이 없었기에, 30프랑이 부족한 급료를 나에게 지불해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크루 보아제 48 년산 브랜디 한 잔을 사주었는데, 이 브랜디 한 잔으로 남은 급여를 채워줬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식당은 내 자리를 채우기 위해, 체코인을 고용했는데, 굉장히 능숙한 접시 닦이었다, 그리고 늙고 불쌍한 주방장은 몇 주 뒤 해고되었다. 후에 듣기로는, 최고 등급의 두 명이 일한 덕분에, 주방의 노동시간을 15시간까지 줄였다고 했다. 그 밑으로는, 주방을 현대화시키엔 역부족이기에, 누가와도 줄일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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