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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Sep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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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떠나자마자 나는 침대로 들어가 시계가 한 바퀴를 돌 동안 잠을 잤다, 그래 봐야 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주만에 처음으로 이빨을 닦았고, 목욕을 한 뒤 머리를 자르고는, 전당포에서 옷을 찾아왔다. 나는 이틀 동안 눈부시게 아름다운 게으름의 순간들을 보냈다. 심지어 나는 내가 가진 최고의 정장을 입고 러시아 식당에 찾아갔다, 술을 파는 곳에 몸을 기대어 5 프랑을 주고 영국 맥주 한 병을 마셨다. 기묘한 기분이었다, 한 때 내가 노예의 노예였던 장소에 손님 되는 기분이란. 보리스는 제대로 된 직업을 얻어 돈을 벌 기회가 왔을 때 내가 떠난다고 아쉬워했다. 그 뒤로도 보리스 소식을 들었다, 그는  하루에 백 프랑을 벌고 매우 참한 절대 마늘 냄새를 풍기지 않는 여자를 만났다고 한다. 



하루 동안 내가 살던 구역을 돌아다녔다,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 날, 한 때 같은 구역에 살았었던, 수전노 루콜의 죽음에 대해 찰리가 말해 주었다. 높은 확률로 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이야기는 괜찮았었다.


루콜은, 74세로, 세상을 떠났는데, 내가 파리에 도착하기 1년 전 또는 2년 전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내가 그곳에 살 때도 마을 사람들은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는 했다. 절대로 그를 다니엘 댄서나 그런 부류들의 사람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흥미가 가는 사람이었다. 아침마다 중앙시장 레 아예에 찾아가 버려진 야채를 줍고, 고양이용 고기를 먹고, 속옷 대신 신문지를 입었다. 방의 벽을 덮고 있는 나무를 땔감으로 썼고, 부대자루를 바지로 만들어 입었다. 50만 프랑을 아낄 수 있던 투자였다. 그와 알고 지낼 수 있었다면 매우 좋을 뻔했다. 


다른 수전노들이 그렇듯, 루콜도 무모한 사업에 돈을 집어넣음으로써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어느 날 구역에 유대인 한 명 나타났는데, 조심성이 많았다, 사업 수완이 좋은 이 젊은이는 영국으로 코카인을 밀반입하려는 1급 계획이 있었다. 물론, 밀수는 충분히 쉬운 일이다, 파리에서는 코카인 구입도, 밀반입을 하는 것도 꽤나 단순하다, 다만 경찰이나 세관원에게 계획을 팔아넘길 첩자가 언제나 있을 뿐이다. 밀수는 특정 코카인 판매 업자들이 자주 했는데, 밀수 사업은 경쟁을 원치 않는 거대 연합체의 손에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이 유대인은, 절대 위험할 일이 없다고 맹세했다. 그는, 다른 평범한 경로가 아닌, 비엔나로부터 코카인을 직통으로 얻어낼 수단이 알기에, 돈을 뜯길 일이 없다고 했다. 그는, 소르본 대학에 다니는, 젊은 폴란드 학생을 통해 루콜을 알게 되었다, 이 폴란드 친구도 루콜이 육천 프랑을 밀어 넣으면 사천 프랑을 계획에 밀어 넣으려 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10 파운드의 코카인을 살 수 있다고 했고, 이는 영국에서 꽤나 큰돈이 될 수 있는 양이었다.


폴란드 친구와 유대인은 늙은 루콜의 갈퀴 사이로 돈을 끄집어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육천 프랑이 그리 많은 돈은 아니었다-루콜은 더 많은 돈을 침대 밑에 꿰어 두고 있었다- 하지만 동 전 한 닢도 남에게 주는 건 그에게는 고통이었다. 폴란드 친구와 유대인은 몇 주를 쉬지도 않고 루콜 옆에 붙어서는, 설명하다, 괴롭히고, 구슬리다, 다투고, 무릎을 꿇고 돈을 보여달라고 애원했다. 이 늙은 남자는 욕심과 두려움 사이에서 반쯤은 정신이 나가 있었다. 그의 창자들은 오천 프랑의 이익을 갈망했다, 그럼에도 돈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구석에 주저앉아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끙끙거리다가 가끔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다가, 무릎을 꿇고는 힘을 달라는 기도도(매우 독실한 신자였다) 자주 했다, 그렇게 해도 여전히 그는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 다른 무엇보다도 심신이 피폐해진 그는, 갑작스레 항복을 하게 된다. 루콜은 돈이 봉인되어 있던 침대를 찢어 육천 프랑을 유대인에게 넘겼다.                                


유대인이 코카인을 바로 그 날 가져왔고, 지체 없이 사라졌다. 한편, 루콜은 기쁨의 야단법석을 떨었고, 놀랄 것도 없이 그 사건은 구역 전체로 퍼져 나갔다. 바로 그다음 날 호텔은 경찰의 급습과 수색을 맞이했다. 


루콜과 폴란드 학생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경찰들은 아래층에 있었다,  차례로 각 층의 각 방을 수색하고 차근차근 올라온다, 커다란 코카인 상자는 탁자 위에 있었고, 숨길 장소도 없었고 아래층으로 도망갈 구멍도 없었다. 폴란드 학생은 상자를 창문 밖으로 던져 버리려 했지만 루콜은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찰리는 자신이 현장에 있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루콜에게서 상자를 뺏으려 하면 그는, 74세임에도 불구하고, 상자를 가슴팍에 부둥켜안고는 미친 사람처럼 절대 뺏기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루콜은 두려움에 짓눌려 있었음에도, 자신의 돈을 버리느니 차라리 감옥에 가려했다. 


마침내, 경찰들이 바로 아래층을 수색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묘수를 생각해 냈다. 루콜과 같은 층에 사는 남자가, 화장품을 팔면 수수료를 받았다, 화장품 통 열두 개를 가지고 있었다. 코카인을 분통에 담아두면 코카인을 얼굴에 바르는 분으로 속일 수 있다는 묘수였다. 분통에 담긴 내용물은 창문 밖으로 순식간에 버려졌고 통은 코카인으로 채워졌다, 그 통들은 루콜의 탁자 위에 떡하니 올려졌다, 아무것도 숨길 게 없다는 듯 말이다. 몇 분이 지나 경찰들이 루콜의 방으로 들이닥쳤다. 경찰들은 벽을 두드리고 굴뚝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옷 서랖을 뒤집어엎었고 바닥을 조사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수색을 포기하려는 순간, 경위가 탁자 위에 올려진 깡통들에 주목했다. 


'음' 그가 명령했다, '저 깡통들도 한 번 조사해봐, 미처 신경 쓰지 못했군. 뭐가 들어있나, 응?'


'얼굴에 바르는 분입니다, ' 폴란드 학생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침착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루콜은, 불안함을 참지 못 해, 큰 소리로 끙하고 앓는 소리를 내버렸고, 경찰들은 바로 눈치를 챘다. 경찰들은 깡통 하나를 열어 내용물을 쏟아 내고, 냄새를 맡았다, 경위는 이 내용물이 코카인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루콜과 폴란드 학생은 성자의 이름을 걸고 얼굴에 바르는 분이라고 맹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 둘이 항의를 하면 할수록 경찰들은 더 의심했다. 둘은 체포되었고 경찰서로 끌려갔다, 구역 사람들 절반이 그 뒤를 쫓았다. 


경찰서에 도착해서, 코카인 통이 분석되는 동안 루콜과 폴란드 학생은 심문을 받았다. 찰리는 루콜이 보여준 꼴은 말로는 다 할 수 없다고 했다. 울고, 기도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늘어놓고는 동시에 폴란드 학생에게 비난을 퍼붓고, 목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거리의 반을 넘어서도 들렸다고 한다. 경찰들은 그런 루콜을 보며 거의 포복절도했다고 한다.


한 시간이 지나고 한 경찰이 코카인 통들과 분석가로부터 받은 결과서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는 웃고 있었다. 


'이건 코카인이 아닙니다. 반장님' 그가 말했다,


'뭐라고? 코카인이 아니라니? 반장이 돼 물었다, '이런 일이 있나- 그럼 그게 뭔가?' 


'얼굴에 바르는 분입니다.'


루콜과 폴란드 학생은 바로 안도했다, 둘은 완벽한 무죄였고 동시에 완전히 화가 났다. 유대인이 이 둘을 속인 것이다. 후에, 흥분이 가라앉았을 무렵이다, 이 유대인이 같은 구역의 다른 두 사람에게도 동일한 사기를 친 게 밝혀졌다. 


폴란드 학생은, 사천 프랑은 잃었어도, 상황에서 벗어 날 수 있었음에 기뻐했지만, 이 불쌍한 늙은 루콜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바로 침대에 들어가 자리에 눕고는, 그 날 하루 종일 그리고 밤의 절반이 지날 때까지, 몸부림치고, 중얼거리다가, 목청껏 지르는 뜬금없는 괴성을 주변 사람들이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육천 프랑! 이런! 육천 프랑이라니!'


삼일 뒤 그는 뇌졸중 비슷한 것을 앓았고, 2주 정도 뒤에 화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찰리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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