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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Sep 28. 2017

26

 

나는 삼등칸을 타고 덩케르크와 틸버리를 거쳐 영국으로 들어왔다, 가장 저렴하지만 영국 해협을 건너는 최악의 항로는 아니었다. 객실은 추가 비용을 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삼등 승객들과 함께 휴게실에서 잠을 청했다. 그 날에 관한 항목을 나의 일기장에서 찾았다.


'27명의 남자, 16명의 여자와 함께, 휴게실에서 잠을 잤다. 여자들 중, 한 명도 그날 아침 얼굴을 씻지 않았다. 남자들은 대게 욕실에 갔다. 하지만 여자들은 단순히 화장품 가방을 꺼내 씻지 않은 얼굴을 화장품으로 덮었다. 질문. 2차 성징의 차이인가?'


여행 중에, 거의 애들이었다, 루마니아 부부와 함께 했는데, 영국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중이었다. 그들이 영국에 관한 무수한 질문을 했기에, 나는 깜짝 놀랄만한 거짓말들을 해주었다. 집에 가고 있음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게다가 외국 도시에서 쪼들리는 생활 다음 이였으므로, 나에게 영국은 천국 같아 보였다. 실제로도, 고국에 가는 걸 기쁘게 만드는 것들이 영국에는 잔뜩 있었다. 욕실, 안락의자, 민트 양념, 제대로 요리된 신선한 감자들, 호밀빵, 마말레이드, 제대로 된 홉으로 빚어낸 맥주-정말 멋진 것들이다, 살 돈만 있다면 말이다. 가난하지 않을 때는 영국은 정말이지 괜찮은 나라다. 당연하게도, 말 잘 듣는 정박아들을 보살펴 줌으로써, 나는 가난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가난해지지 않는다는 생각은 나를 진정한 애국자로 만들어 주었다. 루마니아 부부가 질문을 하면 할수록, 나는 영국을 더 찬양했다. 날씨, 풍경, 예술, 문학, 법-영국은 모든 게 완벽했다.


영국의 건축물들은 괜찮은가요? 루마니아 부부가 물었다. '훌륭하지요!' 대답을 해주었다, '런던의 조각상들을  보셔야 합니다!' 파리는 천박해요-반은 웅장하지만 반은 빈민촌이에요. 하지만 런던은-'


그때 배가 틸버리 부두에 정박하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 본 건물은 물가에 세워진 거대한 호텔 중 하나였다. 그래 봐야 첨탑과 회반죽으로 된 칠이 전부였다, 마치 천치가 정신병원 담을 넘어 응시라도 하듯 영국 해변가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루마니아 부부를 쳐다보았다, 그 호텔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 너무 공손해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프랑스인이 세웠습니다, ' 그들을 안심시켜 주었다. 그 뒤에도, 기차가 동쪽 빈민가를 거쳐 런던으로 기어들어 가고 있을 때 조차도, 나는 아름다운 영국 건축물들 향한 찬가를 이어갔다. 영국에 관해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집에 가는 중이었고 더 이상 가난하지도 않았다. 


B의 사무실에 갔다. 그의 첫마디로 모든 게 망가졌다. '미안하네, ' 설명했다, '자네 고용주가 외국으로 떠났어, 환자들 전부 함께. 그래도, 한 달 뒤에는 돌아올 거야,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지?' 


나는 돈을 빌려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이미 거리에 서 있었다. 한 달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내 손에는 정확히 19 파운드 6펜스가 들려 있었다. 이 소식은 나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오랫동안 뭘 해야 할지 마음을 먹을 수가 없었다. 낮부터 밤까지 거리를 배회하다, 런던에서는 어떻게 저렴한 잠자리를 얻는지 개념도 없었기에, 하룻밤에 7파운드 6펜스짜리의 '가정' 호텔에 들어갔다. 방세를 내자 내 손에는 10파운드 2펜스가 남았다. 


아침이 되기 전에 나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조만간 B에게 돈을 빌리러 찾아가야 했지만, 아직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까지는 시원찮은 수단으로 생활을 해야만 했다. 과거의 경험은 나의 제일 좋은 정장을 저당 잡히길 반대했다. 두 번째로 좋은 정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물건을 기차역의 휴대품 보관소에 넣기로 했다, 남은 정장으로는 값싼 옷 몇 벌에 1 파운드 정도는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30 실링으로 한 달을 살게 된다면 궁색한 차림을 해야만 했다-확실히, 더 못 한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런던을 파리만큼 알지 못했기에, 30실링으로 한 달을 버틸 수 있을지는 전혀 감이 없었다. 구걸이나 신발끈을 팔 수도 있었다, 그리고 선데이 신문에서 거지들은 자신들의 바지에 이천 파운드를 꿰매고 다닌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도 났다. 여하튼, 런던에서 굶주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불안할 게 전혀 없었다.


옷을 팔기 위해 람베스에 갔다, 사람들은 가난하고 헌 옷 가게가 넘치는 곳이다. 처음 찾은 가게의 주인은 친절했지만 도움이 안 되었다. 두 번째는 무례했다. 세 번째는 귀가 완전히 먹었다, 아니 귀가 먹은 척했을 수도 있다. 네 번째 주인은 풍성한 금발 청년이었는데, 마치 한 조각의 햄처럼, 몸 전체가 분홍색이었다. 그는 내가 입은 옷을 보고는, 얕보아 보며 엄지와 검지로 만졌다. '싸구려네요, ' 그가 말했다, '싸구려예요, 그거.' (꽤나 괜찮은 정장이었다) '그걸로 얼마나 원해요?' 


입고 있는 옷을 헌 옷과 바꾸고 줄 수 있는 만큼의 돈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더러워 보이는 헌 옷 몇 가지를 골라 창구에 던져 올려놓았다. '돈은 안 주시나요?' 1파운드를 기대하며, 그에게 물었다. 가게 주인은 입을 오므리고는, 1실링을 꺼내 옷 옆에 두었다. 따져 묻지 않았다-따져 물으려 했다, 하지만 내가 입을 벌리자마자 그는 1실링을 다시 가져갈 듯 팔을 뻗었다. 나는 무력해진 나를 보았다. 주인은 가게 뒤편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해주었다. 


옷 가지들은, 짙은 갈색의 외투, 검은색의 거친 무명 바지, 목도리 하나와 납작모자 하나였다. 셔츠, 신발 그리고 양말은 넘기지 않았다, 주머니에는 면도기와 머리빗이 들어 있었다. 이런 옷을 입으니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대로 허름한 옷들을 입어 본 적이 있었으나, 전혀 이런 옷들 같지는 않았다. 단순히 더럽고 몰골사나운 옷이 아니었다, 이 옷들은-어떻게 말해야 할까?- 볼품도 없었고, 골동품 쓰레기같이 녹이 슬어 있었다, 그저 추레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신발끈을 파는 사람이나, 부랑자들이 입는 그런 종류의 옷들이었다. 한 시간 뒤, 람베스에서, 내 쪽으로 다가오는, 처량한 얼굴을 보았다, 부랑자가 확실했다, 그를 다시 한번 보았다 그 부랑자가 바로 나였다, 상점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이었다. 먼지가 이미 내 얼굴에 덕지덕지 내려앉고 있었다. 먼지는 대단히 편파적이다. 옷을 잘 차려입었을 때는 가만히 놔두지만, 옷깃이 사라지고 나면 모든 사방에서 날아든다. 


분주하게 계속 움직이며, 늦은 밤까지 거리에 머물렀다. 이런 차림으로 있다 보면, 경찰들이 나를 떠돌이로 알고 체포할지도 모른다는 절반의 걱정이 들었고, 누구에게도 감히 말을 걸 수도 없없다, 내 옷과 억양 사이의 격차를 눈치챌 것 같다는 예상 때문이었다. (후에 알았지만 절대 그럴 일은 없었다.) 내 새 옷들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즉각 인도해 주었다. 모든 사람들의 태도가 한순간에 바뀐 듯했다. 수레를 엎은 곤경에 처한 행상인을 도와주었다. 미소를 지으며 '고맙네, 자네, '라고 말했다. 내 인생에서 아무도 나를 자네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이 옷이 해낸 일이었다. 남자들의 옷에 따라 여자들의 태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처음으로 인식하게 됐다. 허름한 옷을 입은 남자가 여자들의 옆을 지날 때면 눈에 확연히 보이는 혐오의 몸서리를 치며 피한다, 마치 고양이 시체라도 되는 듯 말이다. 옷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부랑자의 옷을 입고 나면, 그게 첫째 날이라도, 진정으로 경멸받고 있음을 안 느낄 수가 없다. 똑같은 수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맥락은 없지만 정말 사실이다, 감옥에서의 첫날밤이다. 


열한 시 경이되어 나는 잠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싸구려 여인숙에 관해 읽은 적이 있었는데(여담이지만, 절대 싸구려 여인숙이라 불리지는 않는다) 4펜스나 비슷한 가격에 잠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워털루 거리의 인도 끝에 서 있는, 짐꾼이나 비슷한 일을 하는듯한 남자를 보았고, 그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완전히 거덜 나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잠자리를 찾는 중이라고 했다. 


'아' '길 건너 저 집에 가보시오, '독신자를 위한 편안한 잠자리'라는 간판이 걸려 있을 건데. 괜찮은 장소요, 괜찮고 말고. 나도 때때로 거기서 자고는 했지. 싸고 깨끗해.' 


크고, 낡은 행색의 건물이었고, 희미한 빛이 모든 창문에서 흘러나왔다, 몇몇 창문은 갈색 종이로 덧대어 있었다. 돌로 된 통로로 들어서자, 졸린 눈에 허약한 작은 소년이 지하실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나왔다. 웅얼거리는 소리, 뜨거운 공기 그리고 치즈 냄새의 파도가 지하실로부터 올라왔다. 소년은 하품을 하며 손을 내밀었다. 


'자려고요? 한 푼이에요.' 


1실링을 내자, 소년은 빛도 없는 곧 무너질 듯한 계단을 지나 침실로 나를 이끌었다. 방에서는 더러운 세탁물과 아편의 단내 나는 악취가 풍겼다. 창문은 열릴 것 같지 않았고, 공기는 숨을 멎게 만들 지경이었다. 초 하나가 타고 있었고, 11평 정도, 2미터가 넘는 천장의 방에 여덟 개의 침대가 들어가 있었다. 이미 여섯 명의 숙박객이 있었는데, 그들의 옷들과 뭉쳐서는 이상한 덩어리 모양을 하고 있었다, 신발들 조차도, 그들 위에 쌓여 있었다. 한쪽 구석에서는 누군가가 구역질 나는 기침을 하고 있었다. 


침대 속에 들어가자 침대가 나무판자처럼 딱딱함을 알았다, 베개는, 통나무처럼 그냥 딱딱한 원통이었다. 식탁 위에서 자느니 보다 못했는데, 180센티미터가 안 됐고 정말 좁았다, 매트리스는 기울어져 있어 몸이 떨어지지 않게 붙잡아야 했다. 이불은 땀에 절은 악취 때문에 코 근처에는 가져갈 수도 없었다. 거기에, 이부자리는 침대보 한 장과 무명 이불 한 장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방은 답답했음에도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 밤이 새도록 잡음이 멈추지 않았다. 내 옆에 누운 남자는-선원인 듯했다- 매 한 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험한 욕지거리를 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다른 남자는, 방광질환의 희생자였는데, 밤 동안에만 여섯 번을 일어나 요란하게 요강을 사용했다. 구석에 있던 남자는 매 20분마다 기침을 했다, 얼마나 정확했는지, 기침 소리를 기다리게 된다, 개가 달을 보고 울면 이어질 개들의 다음 소리를 기다리듯 말이다. 말 도 못 할 정도로 역겨운 소리였다.  내장이 남자 몸속에서 뒤틀리기라도 한 듯, 더러운 거품을 물고 토악질을 했다. 남자가 성냥을 켰을 때 얼굴을 보았는데, 백발에, 시체처럼 쑥 패인 얼굴의 나이가 많은 남자였다, 그리고 바지로 수면 모자를 만들어 머리에 두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역겨웠다. 이 남자가 기침을 안 하면 다른 남자가 욕을 했고, 그러면 다른 침대에서 졸린 목소리로 짜증을 냈다. 


'조용히 좀 해! 썩을! 닥치라고 좀!' 


전부 합쳐봐야 잔 시간은 한 시간이었다. 아침에 거대한 갈색의 무언가가 내 쪽으로 다가온다는 희미한 기분에 잠이 깼다. 눈을 뜨고 보자 선원의 한쪽 발이 침대에서 삐져나와 내 얼굴 옆에 있었다. 먼지로 뒤덮인 흑갈색이었는데, 인도인의 흑갈색과 똑같았다. 벽은 여기저기 심하게 얼룩 져 있었고, 침대보는, 세탁한 지 삼주가 넘어 색깔이 싯누런 염료처럼 떠 있었다. 옷을 입고, 밑층으로 내려갔다. 지하실에는 한 줄의 세면기와 두 대의 돌림판에 달린 미끌미끌한 공용 수건이 있었다. 주머니에는 내 비누가 있었고, 나는 씻으려 했었다, 그때 모든 세면기가 때로 덮여 있음을 발견했다-딱딱히 굳은, 끈적끈적한 때들은 구두약처럼 새까맸다. 나는 씻지 않고 나왔다. 모든 게, 싸구려 여인숙들의 광고처럼 저렴과 청결 근처에는 가지도 못 했다. 이 숙소는, 후에 알게 되겠지만, 여인숙들의 정말 제대로 된 전형이었다. 


나는 강을 건너 동쪽으로 먼 길을 걸었고, 마침내 타워 힐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가게 됐다. 다른 많은 커피숍들처럼 평범한 커피숍이었지만, 파리에 다녀와서 그런지 어딘가 이상했고 이국적이었다. 좁고 답답한 공간에 유행을 타고 있던 등받이가 높은 긴 의자들이 있었고, 그 날의 음식은 비누 조각으로 거울에 적혀 있었다, 그리고 14살 소녀가 접시를 날랐다. 인부들은 신문 포장지에서 음식을 꺼내 먹으며, 손잡이가 달리지 않은 중국식 찻잔 비스름한 거대한 잔에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른 구석에서는 유대인이 혼자 앉아, 접시에 코를 밖고, 죄진 것 마냥 베이컨을 게걸스럽게 먹는 중이었다. 


'홍차 한 잔 그리고 빵과 버터 좀 주시겠어요?' 소녀에게 말했다. 


소녀가 쳐다보았다.  '버터는 없고, 마가린만 있어요.'라고 했다, 놀라웠다. 소녀는 런던식으로 주문을 외쳤다.'차 한잔과 빵 두 조각!' 파리였다면 끊임없이 사용되는'와인 한 잔'이었을 거다. 


내가 앉은 의자 옆 벽에 '설탕을 가져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어느 시적인 손님이 이렇게 적어 놓았다. 


설탕을 가져가는 자, 추잡한---으로 불려질지어다


하지만 누군가 엄청난 공을 들여 중간의 단어를 파내 버렸다. 여기는 영국이었다. 차 한잔과 빵 두 조각은 3펜스 반 페니가 들었고, 8파운드 2펜스를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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