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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Sep 28. 2017

25

8실링으로 3박 4일을 버틸 수 있었다. 워털루 거리의 유쾌하지 못 한 경험을 뒤로하고 동쪽으로 향했고, 페니 필드의 싸구려 여인숙에서 다음 밤을 보냈다. 런던의 다른 다수의 숙박업소와 다를 바가 없는, 전형적인 싸구려 여인숙이었다. 50명에서 100명 사이의 사람이 숙박이 가능했고, '대리인'에 의해서 운영이 되고 있었다-숙박업소 주인의 대리인인데, 이런 간이 싸구려 여인숙들은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었고 부자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15명에서 20명의 사람이 공동 침실에서 잠을 잤다, 침대는 여전히 차고 딱딱했다, 하지만 발전된 점은 침대보가 세탁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었다. 숙박료는 9펜스와 1실링 사이였고(1실링짜리 공동 침실에는 조금 더 긴 침대가 놓여있었다) 저녁 7시 전에 들어오거나 나가게 되면 현금을 바로 내야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런던의 남쪽이 북쪽보다 벌레가 흔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까닭인지 아직 대다수의 벌레들이 강을 넘지 않은 듯하다.] 


한 층 밑에는 모든 숙박객들이 사용하는 공용 주방이 있었는데, 냄비, 차 통, 토스트 집게가 구비되어 있었고 불도 공짜로 사용할 수 있었다. 주방에는 일 년 내내 밤낮으로 타는, 거대한 석탄 찌꺼기로 태우는 난롯불이 있었다. 숙박객들은 순서대로 불을 꺼지지 않게 관리하고, 주방을 닦고 침대를 정리했다. 노르만인처럼 잘 생긴, 머무른 지 오래된 숙박객 스티브는, 항만노동자로서 '우두머리'로 불렸다, 숙박객 사이의 싸움을 조정하는 중재자이자 방세를 안 낸 숙박객을 쫓아 버리는 경비원이기도 했다. 


나는 주방이 마음에 들었다. 깊은 지하에 들어가 있는 천장이 낮은 주방이었는데, 석탄 연기는 내부를 아주 뜨겁게 달궈 놓았고 사람을 노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부를 비추는 불빛은, 한쪽 구석에 검은 벨벳 색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하는, 난롯불이 내는 불이 전부였다. 천장에 매달린 줄에는 다 헤어진 너덜너덜한 빨래들이 널려 있었다. 많은 항만 노동자들은, 몇몇은 거의 벗은 채로, 냄비를 들고 난롯가를 왔다 갔다 했는데, 대부분이 빨래를 끝내고 빨래가 마르기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밤이 되면 카드놀이나 장기판과 노래판 벌어졌다-'나는 부모가 실수로 낳은 꼬마라네, '가 자주 불렸고, 다른 인기 있던 노래는 침몰한 배에 관한 노래였다. 때로는 항만 노동자들이 저렴하게 구입한 달팽이 비슷한 경단 고동을 한 통 사들고 들어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음식을 매일같이 나눠 먹었는데, 실직자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는 건 당연시 여겨지고 있었다. '구멍 난 브라운, 입원도 했다가 배를 세 번이나 갈랐지'라고 누군가가 언급한, 약간은 창백한 얼굴에 주름이 쪼글쪼글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죽어가고 있었고, 사람들이 시간을 맞춰 식사 시중을 들어주었다.


숙박객 중 두 세명은 나이가 많은 연금 수급자였다. 그들을 만나기 전까지 영국에서 노후연금 10실링으로 일주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몰랐다. 이 노인들은 노후 연금 외에는 다른 수입원이 전혀 없었다. 그중 수다스러운  한 명에게 어떻게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는지 물어보았다. 


'보세, 하루 방세로 9펜스를 쓰는데, 이게 일주일에 5실링 3펜스지. 그리고 토요일에 면도를 하는데 이게 3펜스요,- 그러면 5실링 6펜스 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머리를 잘라야겠지-그렇게 또 일주일에 3펜스 정도 쓰고. 그러면 일주일에 4실링 4펜스를 음식과 과일값이 남는구먼.'


이것 외에는 다른 비용은 상상 하지도 못 했다. 그가 먹는 음식은 빵, 마가린 그리고 홍차가 전부였다-일주일이 끝 날 즘이면 마른 빵과 우유 없이 차를 마셔야 했다-옷가지는 자선단체에서 얻는 듯했다. 음식보다는 잠자리와 난방을 더 소중히 여겼고, 만족하는 듯 보였다. 무엇보다도 면도에 돈을 쓴다는 점은, 일주일에 10실링이란 수익으로,-경의로웠다.


와핑의 동쪽 끝에서 화이트채플 서쪽 끝까지 오가며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파리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 거리는 더 깨끗하고, 조용하고, 암울했다. 전차의 굉음, 시끌벅적한, 넌덜머리 나는 뒷골목의 삶, 광장을 덜거덕 소리를 내며 오가는 무장병들이 그리워졌다. 사람들은 더 깔끔한 옷을 입고 치장을 잘 한 부드러운 얼굴들이었지만 모두 비슷비슷하기만 했다, 프랑스인들의 거칠고 매서운 개성은 없었다. 거리에는 더 적은 취객, 더 적은 쓰레기, 더 적은 말싸움과 더 많은 여유가 있었다. 사람들의 무리들은, 충분히 먹지 못 한 채로, 모든 귀퉁이마다 서 있었는데, 런던 사람들이 매 두 시간마다 삼키는, 차 한 잔과 빵 두 조각으로 연명했다. 파리와는 다르게 열정이 덜한 공기로 숨 쉬는 것 같았다. 파리가 노동착취와 술집의 땅인 것처럼 이 곳은 홍차 상점과 노동회관의 땅이었다. 


사람들을 지켜보는 건 흥미로웠다. 런던 동쪽의 여자들은 예뻤다(아마도 혼혈 때문인 듯하다), 라임하우스 쪽은 동양인들이 퍼져 있었다-중국인들이다, 기타고니아에서 온 동인도 선원들, 실크 목도리를 파는 드라비다족, 무슨 영문인지, 심지어 시크교인들도 몇몇 보였다. 거리 여기저기에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화이트채플 쪽에는 노래하는 전도사라 불리는 자가  단돈 6펜스에 지옥으로부터 구원을 약속했다. 동인도 부두가에서는 구세군이 종교 행사 중이었다. 그들은 '취한 선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으리'라는 노래의 가락으로 '누가 배신자 유다를 좋아하리'라는 노래를 불렀다. 타워 힐에서는 몰몬교인 두 명이 집회 연설을 해보려 애쓰고 있었다. 그들이 올라 선 단상을 둘러싼 한 무리들은, 소리를 치며 방해했다. 누군가는 그들의 일부다처제를 비난했다. 수염을 기른, 어느 한 절름발이는, 무신론자가 확실했다, 신이라는 단어를 듣자 분노의 야유를 쏟아부었다. 혼란의 고성들이었다. 


'친애하는 여러분,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말의 마무리 허락해주신다면-!-그래 맞다, 말을 끝내게 해주자, 계속 따지지 말고!-아니지, 아니지, 대답해봐. 나에게 신을 보여줄 수 있는가? 그를 보여준다면 내 그를 믿도록 하지!-아, 조용히 좀 하고, 저 사람들 말을 그만 좀 끊어!- 너나 조용해!- 일부다처제라니!- 일부다처제는 말이 많던데. 뭐가 됐던, 실직한 여자들이나 데려가라고-친애하는 여러분, 제가 말을-아니지, 아니지, 어딜 빠져나가려고. '그를 본 적이 있나?' 그를 만져봤어?' 그와 악수를 해 본 적이 있나?' 그만 따지라고, 이런 썩을 그만 따지라고 좀! 몰몬 교리에 대해 배우고자 했던 열망으로, 20분을 서서 들었다, 하지만 집회는 고성 그 이상을 넘어가지 못했다. 거리 집회의 보편적인 운명이었다.


미들섹스 거리에서는, 시장에 모인 손님들 사이로, 행색이 궁색한 한 여자가, 아들의 팔을 잡고 억지로 끌고 가고 있었다. 그녀는 틴 트럼펫을 소년의 얼굴에 휘둘렀다. 소년은 악을 쓰며 울며 보챘다. 


'내 말 듣지 못해!' 그녀가 윽박질렀다. '대체 내가 널 왜 여기까지 끌고 나와서 트럼펫을 사줬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 무릎 사이로 기어봐야겠냐? 이런 썩을 놈아, 내 말을 들어!' 


트럼펫에서 몇 방울의 침이 떨어졌다. 엄마와 아이는, 서로 악을 지르며, 사라졌다. 파리에 이후 가장 이상한 장면이었다. 


지난밤 페니필드의 싸구려 여인숙에 머물고 있을 때 두 명의 숙박객이 실랑이를 벌였다, 불쾌한 풍경이었다. 70세 정도 되는, 노령의 연금수급자 중 한 명이, 상채는 벗은 채로(빨래를 하던 중이었다) 난롯가를 등 뒤로 둔 작고, 땅땅한 항만 노동자에게 격한 흥분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난롯가의 불빛에 비쳐 노인의 얼굴이 보였는데 분노와 비통에 빠져 거의 울상을 짓고 있었다. 딱 봐도 심각한 일이 있었다.


노인 : '너-!'


항만 노동자: '닥치지 못해, 이 늙다리야-, 한대 치기 전에!'


노인 : '한 번 해 보지 그러냐, 이 자식아-! 내 너보다 30살은 많지만, 네 녀석을 오줌통 안에 쳐 박는 건 일도 아니라고!' 


항만 노동자: '아 그러셔, 그럼 내가 너를 박살 내지도 못 하겠구먼, 이 늙다리야-!   


그렇게 5분이 흘렀다. 숙박객들은 불쾌해하며, 둘러앉아, 둘의 싸움을 무시하고 있었다. 항만 노동자는, 퉁명스러워졌지만, 이 노인의 화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노인은 소심하게 위협을 해보기도 하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얼굴을 들이 밀고는, 침도 뱉어가며, 담장에 앉은 고양이처럼 소리를 질렀다. 한대 치려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내보려 애썼지만, 그리 성공적이진 못 했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이게 너란 놈이야, 아--! 가져가서 네 더러운 입에 쳐 넣고 빨아 처먹으라고, 자식아! 내가 끝내기 전에 내 너를 박살 내 버릴 테니!  이 빌어먹을 창녀의 자식아, 그거나 핥으라고! 그것밖에 안 되는 자식이야 너는, 이-, 이-, 이-, 이 검둥이 자식아!' 


그러고는 갑작스레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얼굴에 손을 파묻고는, 울기 시작했다. 항만 노동자는 다른 사람들의 눈초리가 따가움을 느끼고는, 밖으로 나갔다. 


후에, 스티브의 설명으로 사건의 발단을 알게 되었다. 합쳐봐야 1실링어치가 전부인 음식 때문이었다. 어찌하다 노인은 아껴둔 빵과 마가린을 잃어버렸고,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관용으로 베푼 음식을 빼고는, 다음 3일간 먹을 음식이 없었다. 이 항만 부두자가, 일자리도 있고 먹기도 잘 먹었다, 그런 노인을 조롱했고, 그렇게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내가 가진 돈이 1실링 4펜스로 줄었을 때 나는 보우에 있는, 하루에 8펜스 밖에 안 하는, 숙박업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비좁은 통로를 따라 한 평도 안 되는 지하 공간으로 들어갔다. 열 명의 남자들이, 대부분이 짐꾼들이었다, 이글거리는 불 앞에 앉아있었다. 자정이었음에도, 창백하고 끈적해 보이는 다섯 살 난, 대리인의 아들이 한 짐꾼의 무릎에 앉아 놀고 있었다. 한 아일랜드 노인은 작은 새장 속의 눈먼 피리새 앞에서 휘파람을 불었다. 다른 새들도 있었는데, 아주 작고, 시들한 모습의 새들은 평생을 지하에서만 살아왔다. 숙박객들은 습관적으로 불에다가 소변을 처리했다, 바로 건너편의 화장실까지 가기 귀찮아했기 때문이다. 탁자에 앉아마자 발 근처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났다, 밑을 살펴보니, 거무스레한 뭔가가 바닥을 천천히 가로지르는 물결이었다. 바퀴벌레들이었다.


공동 침실에는 6개의 침대가 있었고, 침대보에는 큰 글씨로, '몇 번 가에서 훔침-이라고 적혀있었다, 혐오스러운 악취가 풍겼다. 내 바로 옆 침대에는 많이 늙은 거리의 화가가 누워 있었다, 그의 등은 기형적으로 휘어 있어서, 등이 침대 밖으로 삐져, 내 코 바로 앞까지, 나왔다. 남자의 맨 등에는, 먼지 얼룩으로 된 이상하게 생긴 소용돌이가 새겨져 있었다, 마치 대리석 탁자의 윗면 같았다. 오밤중에는 어떤 남자가 취한 채 들어와 바닥에 토악질을 했, 내 침대랑 가까웠다. -벌레도 있었다, 파리만큼 나쁘진 않았지만, 사람을 계속 깨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더럽게 더러운 장소였다. 그럼에도, 대리인과 그의 아내가 정말 친절했다, 밤이나 낮이나 어떤 시간에라도 차 한잔은 끓여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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