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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Sep 28. 2017

26

아침이 되어 평소와 같이 차 한잔과 빵 두 조각에 돈을 내고 반 온스의 담배를 샀다, 반 페니가 남았다. 그럼에도 B에게 돈을 묻고 싶지는 않았다, 부랑자 보호소에 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아는 게 없었다, 다만 롬튼에 부랑자 보호소가 있다는 것만 알았다, 그래서 그쪽으로 걸었고, 오후 세시에서 네시 사이에 도착했다. 주름이 잔뜩 진 늙은 아일랜드인이 롬튼 시장의 돼지우리에 기대어 서 있었다, 한눈에 봐도 부랑자였다. 나는 그의 옆으로 가서 기대었다, 그리고 그에게 담배상자를 꺼내 담배를 권했다. 그는 상자를 열고는 놀란 눈으로 담배를 쳐다보았다. 


'오, 이거 보게, '그가 말했다, '이렇게 멀쩡한 담배가 있다니! 대체 어디서 구했지? 분명 거리로 나온 지 얼마 안 됐구먼?'


'왜요, 거리에서는 담배를 못 구합니까?' 내가 답했다, 


' 있긴 하지, 보게, '


남자는 심하게 녹슨 상자를 꺼내 보였다, 갈은 고기가 담겨 팔리는 상자였다. 상자 속에는, 바닥에서 주워 담은, 스무 개에서 서른 개의 담배꽁초가 들어 있었다. 아일랜드 사람이 말하길 제대로 된 담배는 거의 구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풀이 죽어서는, 런던의 거리에서는 담배를 하루에 모아봐야 2온스 정도 모을 수 있다는 말을 더했다.  


'런던에 있는 수용소(부랑자 보호소)에 들어가려고 하나?' 그가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말해야 그가 나를 부랑자 동료로서 받아 줄 것 같았다, 그리고 롬튼에 있는 수용소가 어떤 곳인지 물어보았다.  


'여긴 코코아 수용소야, 홍차 수용소, 코코아 수용소 그리고 묽은 죽 수용소가 있지. 롬튼에서는 묽은 죽을 주지 않아, 아, 신이여, 최소한, 내가 지난번에 갔을 때는 주지 않았어. 여기 이후로 요크와 웨일스를 돌아다녔지.'


'묽은 죽이 뭔가요?' 내가 물었다, 


'묽은 죽? 깡통에 뜨거운 물을 담고 그 바닥에 빌어먹을 귀리 가루를 까는 게 묽은 죽이지, 묽은 죽 수용소가 최악 중에 최악이야.' 


우리는 한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 아일랜드인은 선한 사람이었으나, 불쾌한 냄새가 났다, 하지만 그가 앓고 있는 병들을 알고 나면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들어 보니(그는 증상들을 소상히 설명해 주었다) 그를 따라다니는 질병들은 머리부터 발끝가지 괴롭히고 있었다. 벗겨진 정수리에는 습진이 있었다; 근시였지만 안경이 없었다; 만성기관지염을 앓았다; 진단받지 고통으로 등을 아파했다; 요도염이 있었다; 정맥이 부어오르고, 평발에 건막류도 있었다. 남자는 종합적인 질병들을 지니고 15년 동안 거리를 떠돌아 다녀왔다. 


다섯 시가 되자 아일랜드인 말했다, '차 한잔 할까? 수용소는 여섯 시나 돼야 열어.'


'그렇게 하는 게 좋겠군요.'


'좋아, 이 시간에 차와 납작 빵을 주는 곳이 있어, 홍차가 괜찮아. 먹고 난 뒤에 기도를 엄청나게 시키지만, 그냥 시간 때우기지 뭐, 같이 갑세.'


남자는 나를 어느 골목에 위치한 양철지붕의 창고로 데리고 갔다, 시골 농장의 허름한 농가에 가까워 보였다. 25명 정도 되는 부랑자들이 기다리던 중이었다. 몇몇은 더럽고 늙은 전형적인 떠돌이들이었고, 주된 사람들은 북쪽에서 온 말끔한 차림의 남자들이었는데, 실직한 광부나 면직 공들인 듯했다. 머지않아 문이 열리고, 금테 안경에 십자가를 건, 푸른색 비단옷을 입은 여자가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내부에는, 삼십 개에서 사십 개 정도의 딱딱한 의자들과, 작은 오르간, 그리고 붉은 선혈 색의 석판 십자가가 있었다. 


우리들은 엉거주춤하며 모자를 벗고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우리에게 차를 나누어 주었고, 우리가 마시고 먹는 동안, 이곳저곳을 오가며, 인자한 태도로 말을 건넸다. 그녀는 종교적인 주제로 이야기했는데- 예수님이 우리같이 불쌍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교회에 있으면 얼마나 시간이 빨리 가는지, 거리에 있는 사람이 주기적으로 기도를 하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에 관한 주제들이었다. 우리는 듣기 싫어했다. 우리는 벽에 기대고 앉아 모자를 만지작거렸다(부랑자들은 모자를 벗으면 단정치 못 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녀가 말이라도 걸면 얼굴에 홍조를 띠고는 중얼거리며 뭐라 뭐라 대답하려 애썼다. 그녀가 다정히 대하려 했음은 확실했다. 납작 빵을 담은 접시를 든 그녀는 북쪽 지방에서 온 남자들 중 한 명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아드님,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무릎 꿇고 말씀 올린 지 얼마나 오래되었나요?'


불쌍한 남자는,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음식을 보자마자 꼬르륵거리며 수치스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한 남자의 배가 대신 대답했다. 그러고 나자 남자는 수치심에 사로잡혀 빵을 제대로 삼키지도 못 했다. 단 한 명의 남자만이 그녀의 방식으로 대답을 했다, 붉은 코를 가진, 쾌활한 남자였는데, 술 문제로 계급장을 잃은 상등병 같아 보였다. 그 남자는 지금까지 내가 본 그 누구보다 '오 나의 주인 예수님'이라는 단어를 덜 부끄러워하며 또박또박 발음했다. 틀림없이 그 요령을 감옥에서 배웠을 거다. 


차를 다 마신 뒤, 부랑자들이 서로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는 게 보았다. 무언의 생각들이 사람들 사이에 맴돌고 있었다- 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빠져나갈 수 있을까? 누군가가 의자를 덜거덕거렸다- 실지로 자리에서는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문쪽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마치 떠나자는 암시를 보내고 있는 듯했다. 여자는 단 한 번의 눈짓으로 남자를 진압했다. 그녀는 전보다 더욱 상냥한 어조였다.


'아직은 가실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보호소는 여섯 시에 열기에, 아직 우리는 우리 아버지 앞에 무릎 꿇고 드려야 할 몇 마디의 말씀을 올릴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러고 나면 우리의 기분이 한 결 평온해질 것입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붉은 코 남자는 꽤나 도움이 되었다, 오르간을 끌어 오고 기도서를 나누어 주었다. 그는 여자를 등지고, 기도서를 카드로 사용하는 건 그의 생각이었다, 책을 카드로 다루며 각 남자들에게 속삭였다, '받게, 이것 봐, 에이스 네 장에 킹 한 장이구만!' 


모자 없는 머리로, 우리는 더러워진 찻잔을 둘러싸고 앉아 우리가 했어야 하지만 하지 않은 일과 하지 말았어야 했지만 이미 저지른 일에 대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건강함은 없었다. 여자는 매우 열렬히 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우리가 제대로 기도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예배 내내 우리 머리 위를 떠돌았다. 그녀가 쳐다보지 않을 때는, 뭐라고 하던 신경 쓰지 않음을 보이기 위해, 서로에게 눈짓을 하고, 소리 없이 웃으며, 야한 농담을 속삭였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은 목구멍의 가시 같았다. 속삭이지 않고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편했던 사람은 붉은 코 남자뿐이었다. 한 늙은 부랑자를 빼면, 찬송은 괜찮게 불렀다, 그가 아는 곡이라고는 '전진하라, 주님의 군사들이여, ' 밖에 없었는데, 중간중간 그 노래 음을 다시 불러서, 화음을 망쳤다. 


예배는 반시 간을 이어간 뒤, 끝이 났다, 문 옆에서 악수를 하고는, 자리를 황급히 떴다. '후'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오자 마자 누군가가 말했다, '드디어 끝났어, 난 정말-예배가 절대 끝나지 않을 줄 알았어.'                          

'자네 빵을 먹었잖아, '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빵 먹은 값은 해야지.' 


'기도를 말하는 건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무릎이라도 꿇지 않으면 동전 한 닢짜리 차 한잔도 주지 못 하는 모양이야- 차 한 잔 대신에 무릎이라니.'


동의의 중얼거림들이 나왔다. 부랑자들은 그들이 얻어마신 차에 고마워하지 않는 듯했다. 그렇지만 홍차는 완벽했다, 커피숍에서 파는 커피와는 달랐다, 우리는 그 점만큼은 좋아했다. 나는 확실하는데, 차를 나눠며 굴욕감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  자애심에 베풀었을 뿐이다. 공정하게 말하면, 우리는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했었다-그럼에도,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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