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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Oct 0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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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디는 약 2주 정도 나의 동료가 되었다, 그는 내가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된 부랑자였기에, 그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싶다. 패디는 전형적인 부랑자로 영국에는 그와 같은 부랑자가  무수히 많을 것이다. 


키가 큰 편이었고, 35세 정도에, 반백이 되어가는 머리에 옅은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은 괜찮았다, 하지만 볼은 평평했고 빵과 마가린만 먹는 식습관에서 얻은 더럽고, 회색빛 더러운 옷에 곡물이 묻어났다. 입고 있던 옷은, 다른 부랑자들에 비하면 썩 괜찮았다, 두꺼운 모직으로 된 사냥용 상의와 양 옆에 장식선이 여전히 달려있는 낡은 정장 바지였다. 분명 이 장식선은 그의 마음속에 남은 체면 조각이었다, 헐거워지면 실로 기우고 또 기웠다. 그는 외모를 대체로 잘 관리했다, '개인 서류'와 주머니칼은 오래전에 팔아넘겼음에도, 앞으로도 팔지 않을, 면도기와 신발 솔은 지니고 다녔다. 그럼에도 100미터 멀리서도 부랑자임을 알 수 있었다. 무기력하게 걷는 특징에, 특이하게 어깨를 구부리고 다녀서, 극도로 비굴해 보였다. 페디의 걸음을 보고 있자면, 그가 다른 사람을 한 대 치느니 차라리 그냥 맞겠구나 라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패디는 아일랜드에서 자랐다, 2년간 전쟁에 참여했고, 그 뒤 금속 광택제 공장의 인부였다, 2년 전 그가 직장을 잃은 곳이다. 그는 부랑자로 지내는 걸 지독히도 부끄러워했다, 그렇지만 부랑자들의 습관을 전부 익히고 있었다. 끊임없이 도로를 훑어보았는데, 담배꽁초는 절대 놓치지 않았다, 빈 담뱃갑 조차도 마찬가지였고, 담배를 말기 위한 화장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에드버리로 가는 길가에 놓인 신문 꾸러미를 발견한 그는, 꾸러미로 바로 뛰어갔다, 그 안에는 정말 너덜너덜한 양고기 샌드위치가 두 개 들어있었다. 이걸 나눠 먹자며 권했다. 그리고 절대 자판기의 동전반환 손잡이를 안 돌리고 지나친 적이 없다, 그의 말로는 가끔 고장 나서 반환 손잡이를 돌리면 자판기가 페니를 뱉어 낼 때가 있다고 한다. 패디는 범죄를 저지를 배짱 없었다. 롬튼의 교외를 지날 때였다, 패디는 문가계단에 놓인 우유병을 보았다, 분명 실수로 두고 간 것이다. 그는 자리에 멈춰 굶주린 눈빛으로 우유병을 쳐다보았다. 


'망할!' 그가 말했다, '좋은 음식이 낭비가 되겠군. 누가 훔쳐가지 않을까, 응? 쉽게 훔쳐 갈 수 있겠어.'


나는 그가 직접 '훔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게 보였다. 그는 거리를 둘러보았다. 한적한 주택가의 거리였고 아무도 시야에 없었다. 패디의 빈약하고, 낙담한 얼굴은 우유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러다 등을 돌리며 우울하게 말했다. 


'놔두는 게 상책이야, 도둑질을 해서 좋을 게 없어. 정말 다행이야, 난 지금까지 어떤 것도 훔치지 않았어.'


그가 고결할 수 있게 붙잡아 준 것은, 굶주림으로 얻은 걱정과 성격이었다. 그의 뱃속에 두세 번의 괜찮은 식사만 들어 있었어도, 우유 훔칠 용기를 냈을 수도 있다. 


패디가 가진 대화 주제는 두 가지였다. 부랑자가 됐다는 실망감과 수치심, 그리고 공짜 식사를 얻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거리를 배회할 때면, 그는 자기연민에 빠져, 아일랜드인의 목소리로, 훌쩍거리며 특유의 독백을 멈추지 않았다.


'떠돌이 생활은 못 할 짓이야, 그렇지 않아? 망할 수용소에 가는 건 마음이 편치 않아. 그래도 다른 수가 없잖아, 응? 지난 두 달간 괜찮은 음식은 먹지도 못 했다고, 게다가 신발이 닳고 있어, 에드버리로 가는 길에 수녀원에 들려 차 한 잔이라도 얻어 마시면 어떨까? 대개는 차 한 잔 정도는 잘 주거든. 종교가 없는 사람은 어쩌란 말이야, 응? 수녀원, 성당, 성공회 교회, 안 가본 데가 없어, 전부 차를 얻어 마셨지. 나는 가톨릭 신자라고, 다시 말하면, 대충 17년은 고해성사를 하지 않았어, 그렇지만 아직 신앙심은 가지고 있다고, 알겠지. 수녀원은 차 한 잔 정도는 잘 주는데 말이야...' 끊임이 없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하루 종일 떠 들 었다, 거의 멈추지도 않았다. 


그의 무식함은 끝이 없었고 경탄스러웠다. 한 번은, 예를 들어, 나폴레옹이 예수님 이전에 살았는지 이후에 살았는지 물어보았다. 다시 한번은, 내가 서점의 창문을 들여다보았다, 그때 패디는 꽤나 심란해했는데 책 중 하나가 제목이 "예수님 흉내내기" 였기 때문이다. 이를 신성모독으로 생각했다. '대체 뭐 때문에 그분을 흉내내고 싶어 하는 거야?' 굉장히 화가 나서는 따져 물었다. 그는 문맹은 아니었지만 책을 혐오하는 경향이 있었다. 롬튼에서 에드버리로 가고 있는 중에 나는 공공도서관에 들렸다, 패디는 책을 읽고 싶어 하지 않았어도, 들어와서 다리를 쉬게 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도로에서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다. '아니, ' 그가 말했다, '그 많은 글자들을 보기만 해도 토가 나올 것 같아.' 


대부분의 부랑자가 그렇듯, 패디도 성냥을 극심하게 아꼈다. 우리가 만났을 때 그는 성냥 한 갑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성냥 켜는 걸 본 적이 없다, 내가 성냥을 켤 때면 낭비에 관한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는 했다. 패디의 성냥 아끼는 법은 행인에게 불을 구궐 하거나, 성냥을 쓰느니 반 시간 동안 담배를 아예 피우지 않는 거였다. 


자기연민은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였다. 불운에 대한 생각은 그를 한 순간도 가만두지 않는 듯했다. 별 것도 아닌 일로 긴 침묵을 깨며 소리를 쳤다. '옷이 엉망이 되기 시작하는 건 망할 노릇이야.' 아니면 '그 수용소 차는 차도 아니야 오줌이지.' 다른 생각할 거리는 없는 것처럼 굴었다. 게다가 그보다 형편이 나은, 일하는 사람들을 저급하게, 벌레처럼 샘을 냈다, 부자들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부자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평선 넘어 있었다. 패디는 일자리를 마치 예술가들이 유명해지려 애를 태우는 것처럼 열망했다. 일하는 노인이라도 보면 속 쓰려하며 투덜거렸다. '저 늙은이를 봐, 사지 멀쩡 한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몰아내고 있잖아.' 소년일 경우에는, '저런 어린것들이 우리 입에서 빵을 뺏어 가는 거라고.' 그리고 모든 외국인들은 그에게 '빌어먹고 썩을 라틴 새끼'들이었다- 그의 이론에서는, 실업문제는 외국인들 책임이었다.                                  


여자들을 증오 간절함이 뒤섞인 눈으로 쳐다보았다. 젊고, 어린 여자들은 그의 상상 속 범위에 들어가기에는 자신보다 한 참을 위에 있었다, 하지만 창녀들에게는 군침을 흘렸다. 진붉은 입술을 한 두 세명의 늙은 여자들이 지나갔다. 패디의 얼굴은 연분홍으로 상기되었고, 몸을 돌려 여자들의 뒤를 탐욕스레 응시했다. '창녀들!' 사탕가게 창문에 붙은 아이처럼, 중얼거렸다. 한 번은 지난 2년간 여자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직장을 잃은 그 이후다- 그리고 창녀 보다 목표를 높게 두워도 됐던 때도 잊었다고 했다. 그는 부랑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자칼의 본성처럼, 비굴했고, 시기질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괜찮은 친구였다, 천성이 착했고 마지막 남은 빵가루를 친구와 나눌 줄도 알았다. 정말로 한 번 이상은 그는 자신의 마지막 빵껍질을 나에게 나누어 주었다. 몇 달간 잘 먹기만 했다면, 패디는 일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2년간의 빵과 마가린은 그의 기준을 절망적인 수준으로 낮추어 놓았다. 패디는 그의 심신이 열등하게 악화될 때까지 더러운 불량 식품에 연명하며 살아왔다. 그의 인간성을 파괴한 건 타고난 악독함 따위가 아니라 영양실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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