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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Oct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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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우리의 돈은 끝이 나고 있었다, 패디와 나는 수용소를 향해 나섰다. 우리는 올드 켄트 가를 거쳐 남쪽으로 내려가, 크롬리 쪽으로 향했다. 런던수용소로는 갈 수가 없었다, 패디가 최근에  런던수용소 중 한 곳에 갔었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16마일의 아스팔트로 된 땀 빼는 언덕이었고, 배는 몹시 고팠다. 패디는 거리를 살피며, 수용소에서 보낼 동안 필 담배꽁초를 비축했다. 마침내 그의 인내심이 보상을 받았다, 패디는 1 페니를 주은 것이다. 퀴퀴하게 냄새나는 큰 빵 한 덩이를 샀고, 걸어가며 게걸스레 먹어 치웠다. 


크롬리에 도착했을 때는, 수용소에 가기는 너무 일렀다, 그렇게 몇 마일을 더 걸어, 앉을 수 있는, 목초지 근처의 농장에 갔다. 부랑자들의 자주 모이는 쉼터였다-그들이 남기고 간 눌린 풀, 젖은 신문지들, 녹슨 깡통들을 보고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다른 부랑자들도 한 두 명씩 모여들고 있었다. 날씨는 화창한 가을 날씨였다. 근처에, 쑥국화가 자라고 있었는데, 부랑자들의 냄새를 잔뜩 뒤집어쓴 쑥국화들의 톡 쏘는 악취가 지금도 나는 듯하다. 목초지의 입구에는 황 적갈색의 갈기와 꼬리를 가진 건장한 수말 두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우리들은, 목초지에 여기저기 흩어져서, 지치고 땀에 젖어서는, 뻗어 누웠다. 누군가가 마른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지피는 데 성공했고, 깡통에 든 우유 없는 차를 돌려가며 마셨다. 


몇 명의 부랑자들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중, 빌은, 재밌는 사람이었는데, 오랜 시간을 뼛속까지 거지신세로 지낸 늙은이였는데, 헤라클레스만큼 힘이 세고 성실함의 적이었다. 그는 그가 가진 힘으로 건설현장에서 언제고 일을 구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첫 주급을 받아 쥐는 순간 술을 진탕 마시고 잘리기 일수였다. 그 사이사이에는 '구궐'을 했다, 대상들은 주로 가게 주인들이었다.


'켄트까지는 안가-켄트, 켄트는 힘든 동네야. 켄트는, 거지가 너무 많아. 빵가게 주인들은 거지들에게 빵을 주기보다 그냥 버려. 옥스퍼드, 옥스퍼드야 말로 구궐 하기 좋은 동네지. 옥스퍼드에선 빵도 구궐 하고, 베이컨도 구궐 하고, 고기도 구궐 하지, 그리고 숙박비 6펜스는 매일 밤 학생들한테 구궐 하고 말이야. 마지막 밤에는 방세 3펜스가 부족하더군, 그래서 주임 목사한테 가서 3펜스를 구궐 했지. 3펜스를 주고는, 돌아서자마자 경찰에게 일러바치더군. '구궐 하고 있었나?' 경찰이 물었어,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답했어, '저 신사분에게 시간을 물어본 것뿐입니다요.' 경찰이 내 외투 주머니를 뒤지더니, 고기 1파운드, 빵 두 덩이를 꺼내더군, '그럼 이건 뭐야?', '경찰서로 따라와.' 판사가 7일을 때렸어. 그 뒤로 목사들한테는 절대 구궐 안 하지. 이런 젠장할! 뭐 때문에 7일이나 썩어야 하는 거냐고?' 이런 일화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의 인생 자체가 구궐, 술, 구금인 듯했다. 이런 것들을 대단한 농담쯤으로 받아들였다, 말을 하면서도 껄껄 웃었다.  그의 모습은 제대로 빌어먹지도 못 한 행색이었다, 코르덴 정장, 목도리, 그리고 모자만 쓰고 있었을 뿐-양말은 신지도 않았었다. 그럼에도, 뚱뚱하고 쾌활했다, 게다가 맥주 냄새도 났다, 요즘 세상에 부랑자들에게서는 제일 맞기 힘든 냄새다. 


두 명의 부랑자는 최근 크롬리 수용소에 다녀왔다고 했고, 수용소와 관련된 유령 이야기를 해주었다. 1년 전, 그들 말로는, 그곳에서 자살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부랑자 한 명이 면도기 하나를 몰래 숨겨 들어갔고, 자신의 목을 그은 것이다. 아침에, 부랑자 대장이 방문을 열어주고 다녔는데, 시체가 문에 기대어져 있었기에, 문을 열려고 시체의 팔을 분질러야 했다. 부러진 팔에 대한 복수로, 유령은 방을 떠나지 않았고, 누구든 그 방에서 잔 사람이라면 1년 안에 죽게 되었다. 당연히, 방대한 사례들이 존했다. 문을 열 때 한 번 걸린다면, 그 방은 전염병같이 멀리해야 한다, 유령이 씐 방이기 때문이다. 


선원이었던 다른 부랑자들도 소름 끼치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한 남자가(그들이 알던 남자라고 맹세했다) 칠레로 가는 배에 밀항을 계획하고 있었다. 숨기로 한 장소는 공산품들이 잔뜩 담긴 거대한 나무 상자였고, 한 일꾼의 도움으로 이 상자 중 하나에 몸을 숨기게 되었다. 하지만 이 일꾼의 실수로 상자가 선적되는 순서가 바뀌었다. 기중기는 이 남자가 든 상자를 집어 들고, 높이 들어 흔들고는, 가장 바닥에 놓았다, 수 백개의 상자가 그 위로 쌓였다. 아무도 항해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고, 그들이 찾아낸 건 질식사한 남자의 썩은 시체였다. 


또 다른 부랑자는 스코틀랜드인, 길데로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길데로이는 사용을 언도받고, 탈출해서, 자신에게 사형을 언도한 판사를(멋진 친구 같으니!) 잡아 목을 매었다. 부랑자들은 이 이야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부랑자들이 전부 잘 못 알 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길데로이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도망을 쳤지만, 현실세계의 길데로이는 다시 체포되어 죽임을 당했다. 이야기는 수정된 것이고, 누군가 일부러 살을 붙인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삼손과 로빈 후드의 이야기가 행복하게 마무리되길 원하며 고치 듯이 말이다. 


이 상황은 부랑자들이 역사에 관한 이야기도 하도록 만들었다, 아주 늙은 부랑자는 ''동물 소유주 법'이 예전 귀족들이 사슴 대신 사람을 사냥하던 시절의 잔재라고 주장했다. 몇몇은 그를 비웃었지만, 이 사람의 머릿속에는 이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거기에 곡물 조례법과 영주의 초야권(진짜로 존재했었다고 믿었다) 대해서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대반란에 대해서도 들었다고 했는데, 이를 부자들에 대항한 빈자들의 반란으로 알고 있었다, 아마도 농민봉기와 헷갈린 듯하다. 나는 그가 읽을 수 있는 사람인지도 의심이 갔다, 분명 신문의 어떤 기사들을 읽고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 남자만의 역사적 조각들은 부랑자들이 세대를 거듭하며 전달된 이야기들이었다, 몇 세기를 걸쳐 구전되었을지도 모른다. 중세시대의 희미한 메아리가, 지금까지도 구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패디와 나는 저녁 여섯 시에 수용소로 들어갔고, 다음 날 아침 8시 문 밖을 나섰다. 수용소는 롬튼과 에드버리와 다를 바가 없었고, 유령에 관한 어떤 것도 볼 수 없었다. 부랑자들 중에 윌리엄과 프레드라는 남자 둘이 있었는데, 노포크의 어부였었다, 이 둘은 활기가 넘치는 한 쌍이었고, 노래하기를 좋아했다. 이 두 남자는 '불행한 벨라'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이 곳에 적을만한 가치가 있는 노래다. 그 들이 이 노래를 이틀 동안 6번 정도 들을 수 있었고, 나는 노래를 암기해 두었다, 한 두 마디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노래는 이렇게 흘러간다. 


푸른 눈과 금발의 벨라는 젊고 어여뻤다네, 

오 불행한 벨라!

발걸음은 가볍고 심장은 명랑하구나 

하지만 철없던 그녀, 어느 화창한 날

사악하고, 잔인한, 못 된 사기꾼의 아이를 임신했다네 


불쌍한 벨라 너무 어려, 세상이 힘들고 남자들은 속인다는 걸 안 믿었네   

오 불행한 벨라!

벨라 말하길, '내 남자는 그리 할 거예요 그게 공정하니까요, 당장 나와 결혼할 거예요, 

왜냐면 그렇게 해야 하니까요.' 


그녀의 심장은 사악하고, 잔인한, 못 된 사기꾼을 진심으로 사랑으로 믿었네

이 더러운 스컹크 같은 놈의 집으로 갔지

이미 짐을 싸서 달아났네

오 불행한 벨라

집주인 말하길, '당장 꺼져, 이 창녀야, 

다시는 얼쩡거리지도 마.' 


불쌍한 벨라 사악하고, 잔인한, 못 된 사기꾼 때문에 상처 입었네

밤 지새우며 잔혹한 눈 속 방황했네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오 불쌍한 벨라!


새벽녘 붉게 물들 때, 

아아, 아아, 불쌍한 벨라 죽었네 

사악하고, 잔인한, 못 된 사기꾼이 한 참 어린 그녀를 외로운 침대로 보내버렸네

자 이제, 알겠는가, 해야 할 걸 하게, 


죄의 열매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지, 

오 불쌍한 벨라!


사람들이 그녀를 낮은 곳에 눕힐 때, 

남자들은 이리 말하네, '아아, 하지만 인생은 원래 이래.'

하지만 여자들은 낮고 달콤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지

'모두 남자들 때문이야, 이 더러운 자식들아!' 


미상의 여성이 쓴 가사 같다, 아마도. 


노래를 한 가수인 프레드와 윌리엄은, 부랑자들이 악평을 듣게 하는, 순전한 말썽쟁이들이었다. 이 둘은 크롬리 수용소의 부랑자 대장에게 헌 옷들이 있고, 그 옷들을 필요한 부랑자들에게 나눠 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은 수용소에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어 이음매와 구두 밑창을 갈기갈기 찢었다, 거의 신지 못 할 정도로 망가뜨렸다. 그 신발들을 부랑자 대장에게 보이고 신발 두 짝을 요청했다, 부랑자 대장은, 이 둘의 신발이 말이 아닌 것을 보고, 거의 새것에 가까운 신발 두 켤레를 내주었다. 둘은 새로 받은 신발을 1실링 9펜스에 팔기 전까지 수용소를 떠나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는 1실링 9펜스가 자신들의 신발을 못 신을 정도로 만들 가치가 컸던 모양이다. 


수용소를 나옴과 동시에, 우리들은 남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구부정한 행렬은, 로우 빈필드와 아이드 힐로 향했다. 가는 길에 두 부랑자의 싸움이 있었다. 두 부랑자는 밤새 실랑이를 벌였는데(말도 안 되는 전쟁 개시 이유가 있었다, 한 명이 '새빨간 구라'라고 한 말을  다른 한쪽이 '빨갱이'라는 말로 알아들은 것이다-지독한 모욕이다) 평야에서 싸움이 붙었고, 우리들은 둘러싸고 구경했다. 뇌리에 남는 장면은 하나였다- 맞은 남자가 쓰러지며 모자가 벗겨졌고 완전한 백발이 보였다. 그러자 몇몇이 끼어들어 이 둘의 싸움을 말렸다. 그 와중에 패디는 이유를 알아내려던 중이었다, 실랑이의 진짜 이유는, 통상 그렇듯, 몇 페니도 안 되는 음식이었다. 


로워 빈필드에 일찍 도착했고, 패디는 뒷 문들을 돌며 일자리를 찾는 것으로 시간을 채웠다. 한 집에서 땔감으로 쓰게끔 잘게 부스라며 나무상자들을 던져 주었다, 패디가 밖에 친구가 한 명 더 있다고 말해 주었고, 나를 데려와 함께 일했다. 일이 끝날 때 집주인이 우리에게 차를 가져다주라고 가정부에게 말했다. 여자가 겁에 질려 차를 가져오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오는 길에 용기를 잃어 차를 길에 두고는, 허겁지겁 뛰어 집으로 도망가서는, 주방에 몸을 숨겼다. '부랑자'라는 이름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각자에게 6펜스를 지급했다, 우리는 3펜스어치의 빵과 반 온스의 담배를 사고, 5펜스를 남겼다. 


패디는 5펜스를 묻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로워 빈필드의 부랑자 대장은 폭군으로 명성이 자자했고 돈을 보기라도 하면 우리를 들여주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부랑자들이 돈을 땅에 묻는 건 일반적인 일이다. 많은 돈을 숨겨 들어가려고 할 때는 옷가지에 꿰매 두는데, 걸리면, 당연히, 감옥에 갈 수도 있다. 패디와 보조는 이와 관련된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한 아일랜드 사람이(보조는 아일랜드 사람, 패디는 영국 사람이라고 했다), 부랑자는 아니었다, 30파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작은 마을에 발이 묶여 잠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이 남자는 부랑자에게 방법을 물어보았고, 이 부랑자는 구빈원에 가보라고 충고해주었다. 매우 흔한 일이다, 잠자리를 구할 수 없을 때는, 구빈원에 가서 어느 정도의 숙박료를 내고 잠을 잘 수 있다. 하지만, 이 아일랜드 사람은, 머리를 굴려 공짜로 잠자리를 얻을 생각을 했고, 평범한 부랑자 인척 행세를 했다. 돈은 옷 속에 꿰매 두었다. 그러던 중 구빈원에 가보라고 충고해준 부랑자는 기회를 포착했고, 그날 밤 부랑자 대장에게, 직장을 알아봐야 한다며, 아침 일찍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아침 여섯 시에 부랑자는 풀려나-이 아일랜드 사람의 옷을 입고- 수용소를 떠났다. 아일랜드인은 절도에 대해 항의했고, 부랑자 행세를 하며 구빈원에 갔다는 사기죄로 30일을 구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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