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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Oct 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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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워 빈 필드의 수용소를 떠난 후, 패디와 나는 어느 농가의 잡초를 뽑고 청소를 해주는 대가로 반 크라운을 벌었다, 크롬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런던으로 걸어 돌아왔다. 하루 또는 이틀 후에 패디와는 헤어졌다. B는 나에게 마지막 2파운드를 빌려줬다, 8일만 견뎌내면 됐다, 그렇게 나의 문제는 끝이 났다. 정박아들은 내가 예상했던 것만큼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 스스로를 수용소나 파리의 러시아 식당으로 돌아가고 싶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패디는 포츠머스로 떠났다, 그곳에는 그에게 직장을 알아 봐 줄 수도 있는 친구가 있었다, 그 뒤로는 패디를 못 만났다. 얼마 전 그가 차에 치어 죽었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소문을 전달해 준 사람은 다른 사람과 혼동한 듯했다. 보조에 관한 소식은 불과 3일 전에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원즈워스에 있다-14일간 구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감옥도 그를 크게 성가시게는 안 하는 모양이다.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꽤나 사소하고 하찮은 이야기다, 단지 이 이야기가 어느 여행기가 흥미를 돋우듯 흥미롭기를 바랄 뿐이다. 적어도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건, 당신이 동전 한 푼 없는 처지가 된다면 여기 이런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다. 언젠가는 이 세계를 조금 더 자세히 탐험을 해 보고 싶다. 나는 마리오, 패디 그리고 거지 빌 같은 사람을 우연한 만남이 아닌, 친밀한 사이로서 알아가고 싶다. 접시닦이들과, 부랑자들 그리고 강둑의 노숙자들의 영혼이 어떤지 알고 싶다. 지금은 빈곤의 끝자락만을 본 느낌이다. 


그렇지만, 궁핍한 삶으로부터 한 두 가지는 확실하게 배울 수 있었다. 다시는 절대 모든 부랑자들이 술에 절은 무뢰배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내가 동전 한 닢을 준다고 해서 모든 거지들이 고마워할 것이라 기대도 하지 않을 것이다, 직장을 잃은 사람의 무기력함에 놀라지도 않을 것이고, 구세군에는 기부하지 않을 것이다, 옷도 저당 잡히지 않을 것이고, 광고전단지를 거절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고급 식당의 음식도 즐기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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