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라는 게 쉽지 않다. 쉽지 않기에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게 짝사랑이다. 처음에는 얼굴만 보고 있어도 좋다가 시간이 지나면 말이라도 한 마디 더 섞고 싶고 말 한마디 섞다 보면 손이라도 한 번 잡고 싶어 지는 게 짝사랑이다. 짝사랑이라는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고 사람이 갖는 순수한 마음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순수한 사랑만으로는 짝사랑하는 그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헤어진 여자 친구를 못 잊어 몇 번을 찾아가거나 두 사람의 생활이 힘들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게 짝사랑이다. 심지어는 본인에게나 상대방에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도 짝사랑이다. 무 자르듯 딱 하고 잘리면 좋으련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생기는 일이다.
D군이 그런 상황이다. 자신도 모르게 연상녀와 사랑에 빠져 버렸고 그 안에서 헤어 나오질 못 하고 있다. 게다가 이미 고백도 한 번 이상 고백해서 모두 거절을 받은 상태다. 이런 상황임에도 연상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줄지 않고 있다. 매일 같이 보는 사람이다 보니 아마 마음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리 쉽게 가실 마음이었다면 D군, 아마 고백도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D군의 글을 읽어 보면 짝사랑하는 연상녀의 마음은 확고한 듯해 보인다. D군과 선후배 그 이상으로 발전할 수 없다고 확신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는 이리 말했다 여자의 아니 오는 정말 아니오 일 때가 있고 아니오가 예 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가? 누군들 알겠는가 저 뜻을. 다만 그나마 확실해 보이는 건 지금 연상녀의 아니오는 아니오 처럼 들린다는 뜻이다.
사랑 앞에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사랑은 용기 있는 자의 것이다, 쉽게 포기하지는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용기가 지나치면 만용이 되고 자신감이 넘치면 오만이 되고 그만둘 때를 모르면 집착이 되는 수가 있다. 우선 그 여성분의 입에서 싫다, 아니다 라는 말이 한 번 이상은 나왔으니 어느 정도는 마음의 정리를 시작해야 될 때가 아닌가 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라는 말이 있다. 분명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라는 용기를 주는 속담이다. 하지만 이 속담을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생각할 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연 내가 들고 있는 도끼가 날이 잘 서있는지, 손잡이는 튼튼한지, 나무의 두께는 어느 정도인지, 열 번을 하고도 안 넘어가면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열 번 안에 찍어 넘길 시간, 체력이 되는지, 이미 주인이 있는 나무는 아닌 것인지 등등. 나무와 도끼만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분명 있다.
D군에게 해 줄 수 있는 나의 의견은 그리 많지 않다. 첫 번째로는 마음의 정리를 시작하라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떠한 징후나 상황들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도 있다. 그럼에도 D군이 묘사한 연상녀와의 상황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마음을 접고 정리하기 시작해야 D군의 정신건강에도 마음건강에도 이롭지 않을까 한다. 이미 싫다, 아니다 라는 말을 들은 상태다. 여자의 아니 오는 아니오 라는 상황에 D군은 처해있다. 아니라는 사람 끝까지 붙잡고 있어봐야 서로만 피고 해질뿐이다. D군의 순수한 마음 안타깝고 아쉽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순수한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을. D군의 마음이 부담으로 받아들여지는 일도 속상하지만 누군가의 호의와 호감 때문에 부담을 갖는 것도 못 할 일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D군이 마음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그리 쉽게 포기 못 하는 동물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의 일에서는 더욱 그런 성향을 띤다. 마음을 접고 정리는 하되 포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호감과 애정이 부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며 자신의 호감을 표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3개월이고 6개월이고 1년이고 자신이 있다면 본인 싫다는 연상녀 곁에서 떠나지 말고 계속 맴돌기를 바란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는 없다. 다만 D군의 마음에 후회라도 남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결국 사람이란 자신의 마음이 하얗게 불타거나 모든 게 귀찮아지고 마음이 동나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포기하는 마음이 잘 생기지 않는다. 해 볼 때까지 해 보고 안 되면 돌아서야 하는 성격이라면 D군이 현재 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방법 밖에 없어 보인다. 대신 무작정 지금처럼 해 오던 방법을 고수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분명 연상녀가 D군을 남자로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들은 D군의 행동과 말에서 표현되는 통상적인 D군의 통상적인 생각 때문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남겼다. "정신병이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사람의 모습은 한 가지로 정의될 수 없고 수 없이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깊이는 끝이 없고 평생을 가도 자신의 본모습을 알기 힘들고 타인의 진정한 모습을 보기 힘들다.
분명 연상녀가 D군에게 이런저런 모습이 남자로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고 직간접적으로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리고 D군도 어떤 모습이 그녀에게 남자로서 인상을 주지 못 하고 있구나 라고 느껴도 봤을 것이다. 그런 부분은 가급적 보이지 않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편한 친구가 갑자기 이성으로 보일 때라는 설문조사에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았을 때."라는 대답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모습이 연상녀에게 남자로서의 모습을 각인시켜주지 못했다면 D군이 가진 남성적이고, 믿을 수 있는, 강하면서도 자상한 그리고 태평양 같이 넓은 마음을 가진 남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어설프게 허풍을 떨어가며 강한 척, 자상한 척, 고상한 척, 믿을 수 있는 사람인 척하라는 뜻은 아니다. D군이 이미 가지고 있는 어딘가에 잠재되어 있는 모습을 끌어냈으면 한다는 뜻이다. 연상녀의 나이를 생각해 보자. 적지 않은 나이다, 한 참 어린 연하남과 하룻밤 뜨껍게 타오르고 말 불장난 같은 연애를 꿈꾸지 않을 확률이 크다. 9살 차를 극복하고 연하남과 결혼에 성공한 가수 백 00 씨는 이렇게 말했다. "만나자마자 괜찮았다. 남자다웠고 아빠 같았다". 모든 연상녀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생각이다. 나이를 떠나 저런 남자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억지로 자신의 모습을 바꿀 필요는 없다. 하지만 천천히 끈기를 가지고 본심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자. 그렇게 하고 나서도 그녀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면, 본인이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 그녀의 곁을 떠나도 늦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