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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Dec 09. 2017

결혼이 부담되어 헤어지려는 여성

변명과 핑계라는 말이 있고, 자기합리화라는 말이 있다. 변명의 사전에 적힌 뜻은 사리를 가려내어 똑똑히 밝힘, 핑계는 어떤 일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우는 방패막이, 합리화는 목표를 이루지 했을 경우 그럴듯한 이유와 핑계 또는 변명을 드는 것이라고 특수교육학 용어사전에 등록되어 있다. 변명은 어떤 일에 대해 자신이 못 한 이유를 밝히는 행동이고 핑계는 없는 일을 만들어 자신의 행동을 방어한다는 뜻이겠다. 합리화 또한 같은 맥락이다. 핑계가 되었던 변명이 되었던, 뜻이 오묘하게 차이는 나고 있지만 여전히 같은 의미로 사용해도 문제는 없을 듯하다.



사연을 준 여성이 그렇다. 처음 글을 읽었을 때는 남자 친구의 성격이 개차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남자 친구의 단점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당연히 머릿속에는 왜 안 헤어지고 만나고 있지? 누가 봐도 헤어져도 문제 될 것도 없고 오히려 당연하다 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 언제나 그곳엔 하지만이 있다. 남자 친구의 단점에 대한 설명이 끝난 뒤 바로 이어지는 말 한마디.



‘나를 정말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사회생활도 잘 하는 착실한 남자 친구예요.’




음… 그럴 수 있다. 밉도록 싫은 점과 죽도록 사랑스러운 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게 사람이고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는 게 사람이다. 헤어지지 못하고 이별에 대해 갈팡질팡하며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L양은 헤어져야 할 것 같다,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 이 둘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하지 못 하고 있다. 싫어졌다면, 헤어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면,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않고 스스로 결정했을 것이 분명하다. 사람은 싫고 좋음이 확실해지고 확고해지면 다른 누군가의 의견은 잘 묻지 않는다. 묻게 되더라도 그저 참고만 하려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의견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게 보통 사람들이다. 지금 당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남자 친구와 알콩달콩 연애하세요, 아니면 딱 잘라 내일부터 만나지 마세요 라고 한다면 내 말 그대로 따르겠는가? 아무 생각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람에겐 기대치라는 것이 있지만 그 기대치가 완벽하게 그리고 완전하게 충족되는 순간은 100년을 살면서 몇 번 찾아오지 않는다. 되려 만족치가 올라가기보다는 기대치가 깎이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만남이 길어지고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다 보면 장점과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럽다. 지금 사연을 준 L양이 만나는 남자도 100% 완벽한 남자가 아니다. L양을 실망시키기도 하고 가끔은 정까지 떨어지게 만든다. 아마 L양은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고 그에 따라 이미 스스로도 마음의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남자 친구와 결혼하기에는 아직 어리고 생각도 없는 L양의 타협점은 어디 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만난 기간도 일 년이 되지 않았고 눈 딱 감고 결혼을 약속한다고 해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없다. L양의 마음은 산에 가 있는데 거기에 바다를 가자고 이야기하는 남자 친구의 말이 들리리 없다.



L양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현재 남자 친구가 정말 좋아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다면 대화를 해 보기를 바란다. L양은 결혼 자체에 마음이 없고 언제 생길지도 모른다고 솔직하게 터 놓기를 바란다.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오빠가 싫어졌어 라는 말로 모든 걸 끝내는 것은 좋지 않을 듯하다. 결혼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남자 친구의 입에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부응하는 행동 빈도가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L양은 현 상황에서 도망갈 이유를 찾기 위해 남자 친구의 장점보다는 단점만을 찾게 되고 바라보게 될 것이다. 진짜 이유는 그저 결혼할 마음이 없는 것뿐인데 헤어질 이유가 남자 친구의 단점에 있다는 것으로 본인도 그리고 남자 친구도 착각하게 할 수 있다. 


솔직하게 남자 친구에게 결혼에 대한 마음이 없고 남자 친구가 하는 결혼과 관련된 행동이 부담된다고 밝히자. 솔직한 생각을 밝혔을 때, 남자 친구의 반응을 보고 그때 가서 L양의 마음을 정해도 늦지 않을 듯하다. 남자 친구가 가진 단점과 장점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받아 들 일 수 없을 정도라면 두 사람의 원하는 관계에 대해 진지한 대화라도 시도해 보면 된다. 단점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저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일 뿐으로 보인다. 하기 싫은 결혼보다는 차라리 가슴 아픈 이별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다만, 현재의 관계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면 솔직한 심정과 생각을 밝히고 두 사람의 미래관계에 관한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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