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남고를 나와 대학에 처음 들어가 이성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는 이렇다 할 이성동창도 이성친구도 없었기에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이성친구는 대학에 와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한 동안은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되어야 하는 특출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주변을 돌아보니 나에게도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아무 유별난 감정없이 만날 수 있는 이성친구들이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난다고 해서 무조건 이성으로 바라보고 만나야 하는 건 아닌듯 하다. 10년을 넘게 친구로서 만나는 이성도 있다. 학교를 다니고, 사회에 나와 만나게 된 이성들이 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1년에 만나던 것이 이제는 1년에 가끔 연락을 하는 정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친구로서 남아있는 이성들이 있다.
Z양은 남자친구의 절친한 이성친구를 질투하고 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자신보다 더 친한 것 같은 이성친구와 함께 있는 애인을 바라보는 심정은 남자나 여자나 별반 차이가 없을듯 하다, 그렇게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내가 모르는 둘 만의 추억, 시간 그리고 공감대, 아마도 일고의 질투심도 느끼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Z양이 흥분하고, 속상해 하고, 찜찜해 하는 기분은 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여자친구가 있는데, 아무리 친하다 한들 굳이 왜 다른 여자를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이야기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남자고 여자고 자신의 사람에게는 최고의 애인, 친구, 동반자로서 인정을 받고 0순위의 자리를 차지 하고 싶은게 당연하지 싶다. 이런 기분을 느끼고자 하는 것은 연애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하다면 당연할 듯 하다. Z양이 잘 못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크게 실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친한 여자가 있다면 신경이 쓰이고 날카로워 질 수 있다, 하물며 누군가는 시어머니가 될 사람에게도 질투를 하지 않는가. 개인적으로 Z양의 행동, 마음가짐 중 그 어느 것도 틀린건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Z양이 취하고 있는 행동, 가지고 있는 감정 꾸준하게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Z양이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해서 표현하고 보여줘 봐야 두 사람의 관계를 악화시키면 악화시켰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지는 않을 듯 하다. 아무리 Z양이 하고 있는 행동이 이해받을 수 있고 틀린 행동이 아닐지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Z양만의 생각과 시각으로만 비춰질 수 있다.
연인사이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믿고 신뢰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신뢰를 주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Z양이 상처를 받고 있고 고민을 하고 있으며 심하게는 고통을 받는 수준이 문제인 것인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현재 Z양, 그리고 그 이성친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Z양이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남자친구가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그 이성친구를 끊어내는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현 상황으로만 보자면 근본적인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이 되지는 않을 듯 싶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입장에서는 애인이 생겼다고 해서, 그 애인이 싫어한다고 해서 그 동안 함께해 온 절친한 친구를 단번에 끊어 내 버릴 수가 없다. 남자친구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면 이는 이성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친구를 끊어내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둘이 친한 것도 아닌 친한친구 무리에 속해있고 절친한 친구들이 몇 명이 함께하고 있다. 그 무리 내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친구들의 사이가 어긋나는 것은 금방이다. 남자친구와 Z양이 신경쓰는 이성친구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이 무리 내에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작된 갈등이 심화가 되게된다면 둘 중에 한 명은 모임에서 자연스레 배제가 될 수가 있다. 아마도 그 배제가 될 사람은 여자친구가 생기고 변해 버린 Z양의 남자친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Z양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닌듯 하다. 이성친구 한 명을 끊어내는 문제가 아닌 자신이 함께 해 온 절친한 친구들이 얽혀있고 갈등이 내포가 되어 있는 것이다. 남자친구에게 딱 한 명, 절친한 이성친구라면 이야기가 조금 쉬웠을지 모르겠지만, 무리에 속해 있는 남자친구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과 인연을 끊게 해 가면서까지 자신만을 바라보라고 강요에 가깝게 요구하는 여성을 Z양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반면 Z양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이성친구를 끊어내느냐 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입장차이는 여기서 생긴다. 당연히 Z양에게는 그저 그 이성친구 밖에 보이지 않으며 그 이성친구가 여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남자친구가 그 이성친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만나왔는지 정확히 알 길도 없고 둘 사이를 정확히 이해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자신이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억지가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Z양의 상황을 보자. 과연 질투를 해야만 할까? 그 이성친구를 라이벌처럼 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고 있는건 아닌지 무조건 의심하고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일까? 선택은 Z양이 하겠지만 3자의 시각에서 보자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모든 면에서 남자친구의 이성친구보다 남자친구와 더 가까운 위치에 있다. 만나는 시간, 연락하는 시간, 내용 모든 면에서 Z양이 남자친구와 더 가까울 수 밖에 없다.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도 더 많고, 심지어는 남자친구의 가족들까지도 함께 만나는 사이이다. 그 이성친구는 하지 않는 모든 것을 현재 Z양은 누리고 있고 실제로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누군가가 질투를 해야 한다면 Z양이 질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 그 이성친구가 질투를 해야 맞는 것이 아닐까.(그 이성친구가 Z양의 남자친구를 남자로 보고 있다면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남자친구에게 계속해서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보여줘 봐야 남자친구에게 고민과 고통을 안겨주는 행동 밖에 되지 않는다. 분명 남자친구도 Z양을 안심시키고 그 이성친구와의 관계가 친구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관계라는 것을 확신시켜 주려 노력해 왔을 거라고 본다. 남자친구가 그 이성친구와 바람이 나면 어떻게 하냐는 고민, 이해는 간다. 하지만 연애를 하는 그 어느 누가 이런 고민을 한 번이라도 안 해 봤을까? 친한 이성친구가 없는 사람도 바람을 필 생각을 하면 바람을 핀다. 이는 이성친구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바람을 필 사람은 24시간 감시를 하지 않는다면 바람을 피게 되어있다. 이 사람 바람피면 어쩌지? 바람나면 어쩌지? 언젠간 바람을 피겠지? 라고 계속해서 고민을 하다보면, 스스로를 옭아메고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꼴이 된다, 여기서 끝이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보통은 그렇지가 않다. 그 고민과 고통이 짜증이되고, 신경질로 변해 남자친구에게 자신도 모르게 이유없이 바가지를 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런 면에 질려 처음에는 바람을 필 생각이 없었음에도 바람을 필 생각을 하게 되거나 이별을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마음편히 먹도록 하자. 누가봐도 Z양이 여자친구라는건 변함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바람을 필 이유가 있을까? 그 이성친구와?
만약 남자친구가 그 이성친구를 여전히 좋아한다면, 이미 고백을 했을 터이고, 고백을 했다면 분명 그 이성친구가 거절을 했기에 둘이 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다. 반대로 그 이성친구가 Z양의 남자친구를 좋아하고 있다면 똑같이 남자친구가 거절을 했기에 둘이 친구로 남았을 것이다. 제 정신이 아닌 이상에야 서로 좋아하지만 사귀지도 않고 다른 이성을 사귀는 것을 친구로 남아 지켜보는 짓은 하지 않을 듯 하다. 극단적으로 정말 그런 사람들이라면 Z양이 하루 빨리 신속하게 발을 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근데 두 사람보면 정말 그렇게 보이는가? 아니면 Z양이 질투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는 것일까? 내가 두 사람의 관계를 보지 못 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만 없다고 느껴지는 상황일 수도 있다. Z양의 글만 읽어서는 사실 심증도 없어 보인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은 당연히 Z양이 내려야 한다.
현 상황을 아무 비판없이 생각없이 내가 잘 못 했겠거니 받아 들이라는 뜻은 아니다, 무조건적으로 남자친구를 이해해주라는 의미도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을 유지해봐야 남자친구에게는 물론이거니와 Z양에게 하등 좋을 것이 없어 보인다.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섭섭한 마음 토로하고 자신을 위해 뭔가를 포기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할 필요도 있다. 허나 남자친구의 입장도 조금 생각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한다. 반대의 입장인 남자친구도 똑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남자친구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자신의 입장, 상황 그리고 인간관계를 어느 정도는 인정해주고 이해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남자친구가 잘 못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Z양이 잘 못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의 말처럼 그저 입장의 차이가 심하다 보니 그 격차가 좁혀지고 있지 않을 뿐이다.
Z양의 마음과 상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남자친구의 이성친구가 사라져야지만 남자친구와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적정한 선을 지키기만 한다면 인정해 주고 크게 신경쓰지 않고 남자친구와 행복할 수 있는지.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는게 아니라면 Z양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Z양이 남자친구의 이성을 신경쓰고 질투하고 남자친구가 확실한 선을 긋고 거리를 두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 또한 남자친구에게 죄를 짓거나 못 할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약간만 넓게 보고 길게 보도록 하면 어떨까. 지금 남자친구와 긴 만남을 생각하고 미래까지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면 마음을 지금보다는 편하게 먹고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도 좋을 듯 싶다. 남자친구를 믿고 신뢰한 뒤 배신을 받는다면 상처도 크고 아픔도 크게남아 오랫동안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남자친구를 믿지 못 하고 의심만 한다고 해서 상황이 해결이 되거나 Z양의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함을 느끼게 되지는 않을 듯 싶다. 남자친구가 이 주제만 나오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까지 밝혔다. 그리고 Z양도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남자친구에게 이 주제를 가지고 그리 많이 이야기를 했겠는가. 남자친구는 이미 어느 정도 답을 주었다. 자신은 바람을 필 생각도, 그 이성친구와 친구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도 예전보다는 더욱 조심히 하고 있으며 더 조심하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럼에도 Z양이 이를 이해해주지 않고 계속해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입장차를 좁힐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사랑만으로는 극복이 힘들다고, 극복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두 사람의 이별이 아닐까 한다.
이 대답으로 남자친구가 Z양에게 공을 넘긴 상태다. 이 공을 어디로 차느냐는 Z양이 선택해야 할 문제다. Z양이 현재 상황을 견디지 못 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남자친구에게 그 이성친구와 당장 인연을 끊으라고 할 수 있다. 나를 정말 사랑한다면 그 이성친구와는 연락도 만남도 갖지 말라고 요구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렇게까지 Z양이 말 한다면, 현재 남자친구와의 연애는 한계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 이성친구를 이해하지 못 할 수 있다, 충분히 정상이고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이성친구가 평생 이성친구로 남거나 자신의 자리르 빼앗고 꿰찰 것이라는 상상만으로 본인이 현재 누리고 있는 사랑을 망치지는 말자. 현재 남자친구에게 사랑받고 있음에 집중하는 것이 남자친구가 나누고 있는 우정에 질투하는 것보다는 정신건강에 더욱 이로울 듯 싶다. 그럼에도, 남자친구를 믿을 수 없고, 남자친구와 그 이성친구의 관계가 너무 의심이 되서 밤잠을 이루지 못 할 정도라면, Z양이 남자친구를 떠나는게 맞는 듯 싶다. 의심을 주고 신뢰가 가지않는 행동을 하는 남자와 어떻게 미래를 꿈꾸고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