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거절에서는 유쾌한 감정을 기대하지 말자
물론 사람과 상황에 따라 거절이 기분 좋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가령 다음 기관에서의 거절들은 유쾌는 아니더라도 기분이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군대나... 이 외에는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보이듯 거절을 받았을 때 기분이 좋을 경우는 없다. 하지만 거절을 받은 사람의 입장만에 해당되는 건 아니다. 빈도나 강도는 다르겠지만 거절을 하는 쪽의 마음도 편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상대방이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못할 말을 하는 것도 하나의 고역이다. 거절은 어느 쪽인 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유쾌함과는 거리를 두게 만든다. 특히 사랑의 경우는 상황이 심각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야기 속의 인물들인 베르테르나 로미오, 줄리엣 등은 작가에 의해 생을 마감해야 했고 스칼렛 오하라는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는 희망고문에 처해지게 된다. 실제 생활에서는 소설보다 더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사랑 때문에 일어 난다. 사랑에 거절받는 일은 다른 거절들에 비해 더욱 큰 무게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절을 받았다고 해서 단순히 그 거절만을 빌미로 거절한 상대를 적대시하고 싫어하고 미워해야 하는지도 고민해 볼 만하다. 거절을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마음이 통하지 않았거나 마음이 통했어도 사정이 좋지 않거나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 경우 여러 상황에 따라 거절의 이유가 생길 수 있다. 젊은 베르터(베르테르)의 이야기는 충분히 안타깝고 슬프다. 하지만 샤를로테의 거절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약혼자가 있고 베르터에 대한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샤를로테는 자신의 약혼자와 함께 하기로 결정을 내린 상태다. 베르터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샤를로테의 경우도 이해가 간다. 거절은 양 쪽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그 불편을 중화시키자고 샤를로테가 약혼자를 떠나 베르터에게 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샤를로테의 결정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모든 거절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거절이 사람이 취할 수 있는 비도덕 한 행동으로만 치부되어서도 안 된다.
호감을 표하던 남자는 에둘러 거절을 표현했다. 마음도 밝히기 전에 거절의 의사를 표한 남자 때문에 기분이 상할 수도 자존심이 다쳤을 수 있다. 이건 두 사람이 어떤 관계를 이어오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넘어가도록 하자. 다만 남자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름 배려를 한 것일 수도 있으나 그 행동이 그런 결과를 끌어내지는 못 한 듯하다. 문제는 그다음 반응이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연애를 하지 못하겠다는 남자에게 자신만 생각하고 헤어지자 말하고 자신의 마음을 이기지 못해 또 연락하고 잘 해보고 싶다는 행동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그저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 주기만 하면 됐다. 거절을 한다고 왜 거절하냐고 떼를 쓰거나 억지를 부리는 건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물건 사달라고 할 때나 부리는 거다
사람이 배신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그리고 보통 하나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배신을 당하는 사람보다 더 중요한 사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두 번째 이유도 본인을 만족시키기 위함이니 대부분의 배신은 이기적인 마음에서 발로 한다고 보자. 남자의 행동이 옳다 그르다를 논하지는 말자. 배려를 가장한 거절인지 거절을 위한 배려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남자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을 뿐이다. 거기에 자조심에 상처받고 아파한 건 본인이다. 남자가 자존심을 깎을 만한 말을 한 것도 아닐 테고 사람 자체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나마 있던 호감도 달아났을 테니 말이다. 여하튼, 남자는 자신이 상처를 치유 전까지는 연애를 하거나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진심인지 아님 단순히 거절을 위한 핑계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두 사람의 상황에서는 남자의 본심을 알 길이 없다. 그러니 남자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 처했음에도, 게다가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치유가 필요하다는 사람에게 또 제멋대로인, 본인의 기분과 생각 그리고 자존심만 생각하고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상대방이 느꼈을 기분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거절을 받은 상황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친구관계로 유지하고 싶어 했던 것도 본인이다. 본인이 원하는 관계 이상으로 두 사람의 사이가 진척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낸 것도 본인이다. 첫 번째 싸움 이후 현명한 대처로 적어도 친구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그런 관계에 부족함을 느끼고 애가 닳아 고착된 관계에 대한 화를 남자에게 풀어버렸다. 또 본인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이기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일방적인 화를 퍼부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아마 그중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연락을 완전히 끊는 것뿐이었지 않을까 한다.
지금에 와서는 큰 의미가 없는 말이지만, 만약 상대방의 결정을 처음부터 존중하고, 그 안에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고, 만족스럽지 않은 방향이었을지라도 그 방안을 유지했다면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결론으로 내려지진 않았을 듯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후회해도 시간은 흘러 버렸고 본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과 결론은 남자가 떠나버리는 것으로 끝났다. 이 상황에 어떤 선택들이 남아있을까.
힘들겠지만 남자의 결정을 존중하려는 노력을 해보도록 하자. 남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결정을 존중해보도록 노력하는 건 어떨까 한다. 이미 남자와 싸우고 화해한 경우도 여러 번이다. 본인의 진심을 담은 편지도 몇 번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관계는 발전을 하지 못 했다. 더군다나 이러한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더 이상 두 사람이 신뢰를 다시 쌓기는 더욱 힘들어진 듯하다. 우선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건 어떨까 한다. 누구의 책임이나 잘 못을 따지며 고민을 하는 게 아닌 그저 이 상황 자체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차근차근하는 게 긍정적인 방향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본인의 마음이 가라앉게 되는 순간을 기다려 보자. 시간이 거릴고 힘들겠지만 본인이 진정이 되고 안정이 되었을 때 지금의 본인의 상황,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생길 본인의 생각과 마음을 전달해 보는 건 어떨까 한다. 물론 그때가 되어서도 또다시 상대방의 거절을 존중해주고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만 할 수도 있다. 세상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건 청소년만 되어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성인이 청소년보다 나은 점은 세상이 내 마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걸 적은 괴리감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그저 나이만 먹는 게 아닌 경험과 그 경험에서 한 실수들을 통해 본인의 행동을 판단하고 과오가 있었다면 그 과오를 깨닫고 그 실수를 고쳐나가는 게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는 징후가 아닐까 한다.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남자에게도 그리고 본인에게도 시간을 주도록 하자. 지나간 과거와 실수에 목을 매고 울고 있기보단 더 나은 내일과 내일의 나를 위해 노력하는 게 본인에게도 그리고 후에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를 그 남자에게도 더욱 이롭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