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버스와 사람은 잡는게 아니다.
떠나는 버스를 잡으려고 달려도 놓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운이 좋지 않은 이상 떠나는 버스를 잡기란 여간 쉬운게 아니다. 버스의 경우는 버스기사가 당신이 버스를 잡으려 뛰는지 못 보았을 수도 있고, 보았어도 신경쓰지 않고 멈추지 않고 떠나버리는 경우다. 이에 비해 연인의 경우는 사실 더하다. 당신이 누군지 아는 걸 넘어 함께 사랑했던 사람이고, 두 사람의 이별에 있어 당신이 슬퍼하고 아파한다는 것도 아는 사람이다. 당신이 그 사람을 잡는 이유도 잘 알고 있다. 여전히 떠난다고 말하는 사람을 사랑하기에 떠나는 사람을 잡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럼에도 그 사람은 당신을 떠나겠다고 말하고 있고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 갈 수 없다고 말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을 잡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거나 무의미하다고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그저 몇 번을 잡아도 떠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놓아주는게 대부분 맞다.
어떤 식의 이별통보든 두 사람의 신뢰를 깨뜨리게 된다. 평생을 함께 할 것처럼 말하던 그 단어들, 평생을 따뜻하게 당신을 바라만 봐 줄 것 같던 그 눈빛, 그리고 당신의 손을 잡아주던 부드러운 두 손이 거짓이었다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평생을 애틋한 사랑은 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위의 행동들을 유지하며 함께 할 수는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이별이다. 그래, 거짓이 아니었을수도 있다. 만나는 동안만큼은 진심이었을 것이고 자신의 마음이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별이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그 진심어린 마음들과 행동들이 진실이었냐 거짓이었냐가 중요해지지 않는다. 그 사람은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고 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으며 당신과는 타인이 되겠다고 결정했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당신이 옆에 없을 때 더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불행하지 않다고 말하는 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잡으려는 노력은 당신이 그 사람이 없으면 불행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당신이 없어도 괜찮고 다른 사람과 더욱 행복해 질 날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함이 아닌 본인만의 행복을 위해 이별을 결정하고 통보한 쪽은 당신이 아닌 그 사람이다. 사실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당신에게 선택권은 없다. 두 사람의 추억과 과거를 생각하면 그 사람을 절대 놓을 수 없겠지만 그 사람은 당신이라는 사람자체를 추억과 과거로 남기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아무리 미래를 이야기해도 그 사람은 당신이라는 그저 좋았던 사람이 추억과 과거로 남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별을 통보하는 그 남자를 나쁘다고 말하지 말자. 나쁜 사람이기에 긴 연애 후 몇 가지 이유를 근거로 이별을 통보했다 하여 도덕적으로 나쁜인간이라 말하지 말자. 충분히 당신에게 친철하고 따뜻했으며 누구보다 중요했던 사람이다. 물론 지금의 이별이 배신같이 느껴지고 실제로 배신이라고 생각 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이 애초에 나쁜 사람이기에 이별을 고한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세상에는 수 없이 착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연애를 하고 이별을 하고 결혼을 하거나 이혼을 한다. 그 사람들이 모두 도덕적으로 어딘가 결여되어 있기에 이별을 하거나 이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 우리가 아는 보통 사람들이고 보통의 연애를 하거나 사랑을 하던 사람들이다. 다만, 이별 또한 보통의 이별을 겪을 뿐인 것이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사랑을 하며 이별을 한다. 이 번에는 당신도 포함이 되어 있을 뿐이다. 이런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나는지 이해 할 수는 없어도, 그런 일들을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 일어 날 수 있으며 사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다. 본인이 받아들여야 할 사실이라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지, 다른 사람들도 겪고 있는 일이고 겪었던 일이다. 사람이 나빠서, 그 사람이 변해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등등 수없이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결론은 이별을 통보받았거나 통보했다는 사실만 남는다.
당신을 선택하지 않은 그 남자를 잡는 것, 그 남자의 마음을 돌리고 예전같이 만들려는 노력이 헛되지는 않다고 본다.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찾아내어 시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물론 상대방의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수준이거나 범죄의 수준이 아닌 선에서 말이다. 헤어진 연인이 아직 사랑이 변하지 않아, 떠나간 애인을 붙잡겠다는데 무엇이 문제가 될 건 없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건 분명하다. 그 사람은 당신을 떠나려고 하는 사람이고, 당신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며, 당신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버림받았다는 기분이나, 누군가에게 필요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상실감이나 상심은 쉽게 지워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오랜기간 동안 마음에 남아 응어리로 남거나 평생을 상처로 가져가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 특별하고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는다면 그 충격이 쉽게 가시지 않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당신을 상처주고 당신이 아파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당신의 인생을 어느 정도 희생하고 소비 할지에 대해도 생각해 봄이 어떨까 한다. 충분한 가치가 있다면 포기하지 않기를, 그렇지 않다면 선인들이 말인 "시간이 약이다."를 가슴에 담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