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기기까지 했으면 금상첨화다.
대부분의 여자는 자신만의 이상형을 가지고 있다. 마음이 따듯하고, 키가 크며, 적정한 수준의 수입이 있으며, 나를 이해해 주고 나만을 바라봐주며 언제나 다정다감하고 위트가 있고 재미까지 있는 정도의 이상형을 누구나 꿈꾸며 그런 남자와의 데이트를 꿈꾼다. 게다가 잘 생기기까지 했으면 금상첨화다. 어떤 여자가 감히 이런 남자를 거부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을 갖춘 남자가 내일이라도 내 앞에 나타나 수 십 송이의 장미꽃을 내밀며 고백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허벅지를 꼬집거나 볼펜을 허벅지에 찔러보도록 하자. 아플 것이다. 당연히 아플 것이다. 당신이 살고 있는 곳은 꿈이 아닌 현실이기에 허벅지를 꼬집거나 볼펜심으로 찌르면 당연히 아프게 되어있다. 허벅지가 아픈 것을 억지로 참으며 아프지 않은 척하며 허벅지를 계속 꼬집어봐야 소용없다. 현실은 현실이다. 위에 나열된 모든 것을 갖춘 백마 탄 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꿈속, 내가 만들어낸 이상향 어딘가에 존재할 뿐 존재하지 않는 남자다. 심지어 동화책에서 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잘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신데렐라도, 백설공주도, 라푼젤도, 인어공주에서도 왕자들의 성격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그가 가진 권력과 지위만이 묘사될 뿐 백설공주가 만난 왕자의 성격이 어땠는지 신데렐라를 신부로 삼은 왕자의 잠자리 버릇은 어땠는지 라푼젤을 탑에서 구출해 간 왕자가 실제로 평생 라푼젤만을 바라보고 살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백설공주의 남편은 마마보이에 다 큰 나이임에도 어리광을 피우는 왕자였을지 혹시 아는가 신데렐라의 왕자는 변태적 성적 욕구를 채우고 싶어 하는 변태 성욕자였을지, 라푼젤의 왕자는 후궁을 수 십 명 거닐고 있는 왕자였을 수도 있다. 완벽한 여자가 존재하지 않듯 완벽한 남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 분의 1 또는 천만분의 1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다시 한번 거울을 보고 다시 한번 어머니께 나 어때?라는 질문을 던져 보자. 답이 나올 것이다. 왕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왕자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내가 완벽한 공주가 아니거나.
다른 관점에서 다시 한번 보자. 신데렐라는 귀족 집안의 장녀였고, 백설공주는 한 나라의 유일한 상속자였으며 라푼젤.. 글쎄 아마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인어공주도 공주다. 사람이 아닌 공주였지만 그래도 용왕의 딸이었다. 그들 모두들 왕자와 만날 정도의 수준의 재력과 타이틀을 이미 거머쥐고 있던 처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수 천년을 내려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있다. 끼리끼리 논다. 그렇다. 왕자도 보는 눈이 있고 주변 상황이 있으며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산다. 보통 처녀들이 길거리에 있는 젊은 부랑자를 보고 한눈에 반하거나 어찌어찌해서 인연을 맺게 되었어도 결혼까지 생각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세상은 그렇다. 길거리를 수 없이 다니는 여자들이 거리를 헤매는 부랑자에게 매력을 느낄 확률만큼 왕자들이 거리를 가득 매운 처녀들을 보며 진정한 평생의 보필로 여길 확률은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올바른 짝을 찾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잡을 수 없을 만큼 높이에 올라가 있는 이상형의 수준을 땅으로 끌어내리면 된다. 수입이 많은 남자는 바쁘다. 나와의 시간을 낼 수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잘 생긴 남자는 미모를 갖춘 여자만큼 주변에 이성이 많다. 그 사람의 주변에 이성이 꼬이는 것을 노심초사하며 감내해야 한다. 가정에 충실한 남자를 원한다면 그 남자가 자신의 부모님 가족들에게 충실한 것도 이해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나만 바라 봐주고 나만 아껴줄 남자를 원한다면 그 남자가 나만 바라볼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나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꿈에 그리던 왕자님을 만나고 싶다면 스스로가 공주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왕자를 만나 공주가 되는 것이 아닌 공주가 되어 왕자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자신의 주변에 자신의 모습은 생각하지 않고 예쁜 여자, 매력적인 여자만을 밝히는 남자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세상사 남들과 나의 모습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줄이는 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