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나름 맛이긴 하다
우선 우울증과 지루함은 다루다. 인생이 재미없는 것과 우울증을 실제로 앓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 이니, 우울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상담소 또는 병원을 찾도록 하자.
사람은 쉽게 지치고 지루함을 느끼고 지겨움을 느낀다. 특히 어른이 되면 더 그렇다. 삶이 무료해지는 것이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같고 어제 먹은 밥이 오늘 먹은 밥 같고 일도 어제 한 일 오늘 또 하고 내일 또 할 생각을 하면 지겨운게 당연하다.
열심히 살았고 열심히 산다고 느끼는데 아무것도 안하는 느낌, 인생이 지루하고 무료하고 심심하고 뭔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느낌을 받고 있다면 이는 매우 정상이다. 인간의 뇌가 그렇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게 새로워서 시간이 빨리가고 어떤 일을 재밌고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나이가 먹으면 낙엽을 보고 내 자신을 투영해 하며 우울해하고 삶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찌보면 낙엽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세상이 덜 심심하다고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반복적이고 어디로도 가지 않는 인생에 대해 고민 중이라면, 경증, 중증 우울증이 아니라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도록 하자. 일 끝나면 만사 귀찮고 쉬고 싶고 빨리 자고 싶은 마음에 핸드폰을 키는 자신의 모습이 지겹다면 말이다. 조금이라도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분야를 시작해 보도록 하자.
이 나이에 이제와서 시작해야 뭐한다는 마음가짐이 크게 드는게 보통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냥 집에서 소주 한 잔에 하루를 마감한다. 피곤하고 내일도 정신적 고통을 받을 생각에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 할 엄두도 내기 힘든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생의 무료함과 지루함을 달래고 뭔가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게 좋다.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부담감을 덜고 그냥 좋아하는 마음가짐 하나 만으로, 뭔가를 배워서 이직하고 돈을 벌어야겠지도 좋지만 그저 아마추어스러운, 어린 시절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재밌게 혼자서 하던 그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는게 정신 건강에 좋다.
안그래도 성공해야되고 집사야 되고 결혼해야 되고 애 낳아야 되고 애 낳아서 잘 키워야 되고 그러면서 노후 준비 잘 되어 있어야 하며 마지막 누울자리까지 걱정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에서 자신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주는 노력 정도는 괜찮다. 주말에 한 시간, 일 끝나고 30분이라도 자신을 위한 온전한 시간을 낼 수 있으면 좋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고 인생의 지루함이라는 이 심심한 맛을 즐기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평양냉면 매니아들처럼 아무 양념 없는 그 심심한 맛을 즐기는 경지에 다다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삶이 재미없고 지루하고 무료하고 심심하다면, 이는 아무데도 가지 않고 어디에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상 우리는 어딘가로 가고 있지 않은가. 시간은 가고 있고 수명은 줄어들고 있다. 의미있는 삶이 어떤 삶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각자 개인이 의미를 부여하고 재미를 부여하면 그게 나름 의미가 있는 삶이 되는 것이 아닐까.
삶이 의미 없이 소비된다고 느낀다면 의미 있게 소비해야 하는 게 더 나은 방향이다. 물론 그 의미를 찾는 건 개인의 몫이다. 노래를 배우거나 운동을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걷거나 지겨울 때까지 잠을 자거나 그 동안 사 놓고 읽지 않던 소설들을 다시 읽거나, 아니면 누군가처럼 글을 쓰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