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사자성어 중에 언행일치라는 말이 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아주 잘 알려진 말인데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된다는 뜻이겠다. 하지만 저 잘 알려진 사자성어를 실제로 지키며 사는 일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정도와 함께 정비례한다. 그만큼 지키기가 힘들다.
보통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이런 말을 잘 한다. '입만 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와중에 어느 여성분들은 내 남자 친구가 차라리 입만 이라도 살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을 수도 있겠다. 여하튼, 입만 살았다를 풀어 이야기하면 하는 말과 실제 행동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 한다. 남자들은 여자의 호기심, 관심, 환심 그리고 사랑을 얻기 위해 많은 말들을-가끔 또는 대부분의 말들이 지킬 수 없는 말들일 때가 있거나 많다- 내뱉어 낸다. 말과 행동은 인간이라는 동물이 하는 구애활동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특히 남자에게 있어 말을 잘 한다는 건 연애활동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성들이 바라는 남성이 갖춰야 할 미덕 중에 하나가 유머다. 여기서 유머라 함은 찰리 채플린이나 개그맨 심형래가 보여줬던 맞고 넘어지고 하며 보여주는 슬랩스틱 코미디 류가 아니다. 재밌고 흥미를 샘솟게 하는 언변을 뜻 함은 누구나 안다. 연애에 있어 대화의 기술이 중요함은 남녀를 떠나 중요하겠지만 중요도의 비중은 아마도 남자에게 더 높지 않나 싶다. 언행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고 그 사랑 표현을 믿는 것과 언행을 통해 그 사람의 진심을 예상하는 일들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 들이다. 그렇지만 통상적으로 보아 여성들이 남성들의 말을 쉽사리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마 그 남자들의, 달콤하고 화려한 언변으로 점철된, 구애라는 것이, 가끔은, 남자와 여자가 생각하는 구애의 목적이 어긋날 때가 있기 때문이겠다.
대부분의 남자가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다수의 남자들이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여성과 연애를 할 때 육체적 관계를 나누고 싶어 하고 이를 당연히 여기기도 한다. 다시 말 하지만, 육체적 관계없이도 사랑을 이어나가는 남자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사랑을 빙자한 사랑 없는 육체적 관계를 원하는 남자들도 존재한다. 이런 사람들이 전적으로 나쁘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사람도 포유류에 속하는 동물이다. 사람도 동물인 이상 동물적인 행동을 한다 해도 이상할 일이 아니다. 다만 그 행동이 인간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할 선을 넘어 비도덕적 또는 불법적이라면 비난받거나 처벌을 받을 뿐이다. 여하튼, 이런 모든 남자들이 구애의 목적이 동물적 욕구가 목적임을 우선임을 밝히고 관계의 정의를 내린 후 여성의 의사를 타진한다면, 여성들이 이 남자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고 연애를 하고 싶은지 아닌지 골머리 썩을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문제는 동물적 욕구만을 해소하고자 하는 다수의 남자이 저런 우매한 질문을 대담하게 그리고 직접적으로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J양도 그렇다. 이미 과거가 된 전 남자 친구 덕분에 남자 친구가 있는 다수의 여성들이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만큼 그 사람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잘 못 된 것 하나 없다. 마음을 준 만큼 마음을 원하게 되고, 마음을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어 지는 게 사랑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마음을 얻었다 싶어 마음을 주었더니 더 큰 마음을 원하기보다는 몸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면 둘의 관계에 회의와 의심을 품게 될 수 있다. 사연을 읽어 본 바로는, J양의 의심이 매우 타당하고 합리적으로 보인다. J양에게 알게 모르게 구애를 하고 마음을 떠 보던 그 전 남자 친구, J양이 그 전 남자 친구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자 바로 사귀자고 한다. 그렇게 사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번의 문제가 생기고 자신의 뜻처럼 둘의 관계가 흐르지 않자 J양이 싫어졌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물론 전 남자 친구가 원했던 관계가 어떤 건지 그 사람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기에 추측만 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진심으로 전 남자 친구가 J양에게 관심이 있고, 둘의 관계를 오래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어 했다면 이렇게 쉽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을까.
말과 행동이 일치했을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의 진심을 판단할 수 있다. 반면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진심도 알 수 없고, 믿을 수도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매우 쉬운 일이다. -쉬운 만큼 잘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사람이 정말 J양을 원하고 둘이 함께 있고 싶어 했다면 아무리 J양이 화를 내고 투정을 부렸다고 해도 그리 쉽게 이별을 고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J양이 심하게 투정을 부리고 짜증을 내고 바가지를 긁었다고 할 지라도 둘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둘이 연인관계였다고 말하기도 민망할 기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이별을 고했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남자 친구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 봐도 전 남자 친구의 행동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전 남자 친구가 J양의 단점이라고 지적했던 점들이 이별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얼마나 J양의 모습에서 실망을 했으면 헤어지자고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J양이 얼마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던, 그 행동들 때문에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던, 그렇게 쉽게 이별을 고하는 건 쉽사리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결국 그 전 남자 친구는 진지하게 그리고 긴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추측만이 가능해진다. 보통의 남자라면 연애 초반 싸우게 됨에 있어 여성의 뜻을 많이 맞춰주려는 행동을 한다. 여성이 불평하는 이유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고치려는 시늉이라도 한다,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고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가 자신을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불안감에 말이다. J양의 전 남자 친구는 J양이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 대신 자신이 진정으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연애로부터 해방감을 원했던 듯싶다.
그 남자가 J양을 진심으로 좋아했지만 J양의 성격 때문에 떠났어도-개인적으로 그럴 확률은 낮아 보인다.- 크게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란다. J양과 오랜 기간을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확실하게 밝힌 남자다. 궁극적으로 서로 맞지 않는 점을 조율하고 맞춰가며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가 마지막으로 확실한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는가. 그 마지막 그 말만큼 그 남자의 진심을 보여준 말도 없어 보인다. 그 남자가 보여준 마지막이야 말로 말과 행동이 일치했다고 본다. 그 남자의 딴 행동과 말들 다 잊고, 마지막 말만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