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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May 10. 2017

누가봐도 끝냈으면 하는 연애

어디까지 이해해야 진정한 사랑인가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정황만 있다. 뭐든지 정황만으로 사람을 쉽게 판단해선 안되고 의심만으로 관계를 파탄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증거가 갖춰지고 남자 친구의 증언도 있는 상황에서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 헤어지고 나면 본인이 아프고 괴롭고 슬퍼질게 두려워서가 아닐까.




남자 친구가 여자들과 함께 밀폐된 방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런 상황에서도 이 남자가 너무 좋아서 이해해주고 함께 해주고 이 남자의 변명에 한 숨 놓으며 그래도 믿어주자라고 생각할까? 물론 이성친구들과 한 방에서 술을 마실 수도 있다. 조선시대도 아니니 말이다. 한 방에서 술 먹고 재밌게 놀 수 있다. 



남자 여자 함께 모여, 재밌게, 즐겁게 술을 나누고 화기애애한 덕담을 나누며 술을 마실 수 있다. 이상하게 볼 일도 아니고 그냥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이해해 줄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그런 행동을 하겠는가? 밀폐된 공간에서 남자들과만 술을 마시는 행동을 하겠는가? 이 질문을 던져보고, 만약 한다면, 그 상황을 남자 친구에게 보였을 때를 예상해 보자.  




자신 몰래 헌팅을 하는 술집에 가서 남자 친구가 술을 마신 사실을 알았다. 이해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누군가는 남의 일이니 그냥 그럴 수 있지 라고 넘길 수도 있다. 본인도 사랑과 넓은 아량으로 남자 친구가 즉석만남을 가지기 위한 장소에 갔던 사실을 이해해 줄 수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을 수 있고, 이 사람이 그냥 호기심에 친구들과 함께 갔다고 하니 믿어 줄 수도 있다. 정말 호기심에 별생각 없이 재미 삼아 갔을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보통은 호기심에 여자 친구를 두고 즉석만남을 하는 장소에 가지 않는 게 통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여자 친구는 그럴 생각 안 하고 사는데 남자 친구는 즉석만남도 가지려 해보고 친구라 불리는 여자들과 같은 방에서 술도 먹고, 음, 남자는 그렇다 치고 여자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남자를 만나고 있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이별 뒤에 자신이 아프고 슬프고 괴롭고 외롭고 이 사람 잊지 못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낼게 두려워서가 아닐까. 남자가 친구라 불리는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고 같이 어울리는 것도 이해해 줄 만큼 사랑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혼자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한쪽이 일방적으로 사랑하고 믿어준다고 관계가 지속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분명 머리로는 알고 있을지 모른다. 이 남자와 당장 헤어져야 하거나 언젠간 헤어지게 될 것을. 하지만 헤어진 뒤에 찾아 올 아픔과 현재 가지고 있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아니면 남자를 향한 감정이 동이 나기를 기대하며 이별을 미루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당장 헤어지는 것이 두렵고 무섭고 찾아올 외로움이 싫다면 천천히 마음을 비워보는 건 어떨까. 이 남자가 하는 행동에 별 의미를 두지 말자. 어차피 연애는 이별 아니면 결혼이다. 동거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말이다. 믿을 수 없는 사람과 연애를 지속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긴 미래를 지속하기는 힘들다. 믿음을 조금씩 걷어내자. 조금씩 차근차근히 이 남자에 대한 믿음을 하나 씩 소리 없이 걷어내다보면 마음 또한 걷어져 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남자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고 함께하고 싶다면 본인의 운명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자. 매 맞는 여자가 남자를 떠나지 못하는 심정이 이런 건가 하며 공감이 될 수도 있다. 본인이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남자 친구가 그렇게 울고 불며 본인에게 떠나지 말라고 호소했을까? 그런 남자라면 둘이 의외로 천생연분일 수도 있겠다. 백년해로 할 수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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