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A는 밤잠을 설치고 출근했다. 출근을 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어제 상한가에 산 주식이 마이너스로 마감됐기 때문이다. 출근하자마자 주식창을 열어 가격을 확인했다. A가 산 가격에서 -15% 떨어져 있었다. A씨는 간신히 주식창을 닫고 업무를 보려 했다. 주식은 잊고 업무만 보고 싶었다. 하지만 A씨의 신경은 온통 XXX바이오에 가 있었다. 스마트폰을 열기가 무서웠다. 주식창을 열었을 때는 자신이 산 XXX바이오의 가격이 오르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열 때마다 A는 자신의 소원이 하늘에 닿지 않고 있음을 매번 확인 하게됐다.
-15%,-17%-13% 주식가격이 변동은 했지만 전혀 변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 동료들이 있었다. XXX바이오가 두배 세배 갈 것이라 호언장담했던 그 동료가 다른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A는 물을 한 컵 뜨고 동료들의 대화에 동참했다. 처음으로 A는 자칭 주식천재라 불리는 동료에게 슬쩍 XXX바이오 이야기를 했다.
동료는 A가 주식을 한다는 사실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에도 주식천재 동료는 다시금 XXX바이오 주식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 놓기 시작했다. 지금 XXX바이오는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이라 했다. 싸게 산 사람들이 수익을 실현하고 있고, 조금 떨어졌다고 손절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팔고 나간 사람들은 며칠 최대 1~2주 안에 후회할 것이라고 평했다. 조정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며 조정이 끝나면 XXX바이오는 천장을 뚫고 올라가는게 아니라 저 하늘 달까지 날아갈 것이라 했다.
A는 주식천재의 설득력 있는 XXX바이오 현재 주식 현황에 대한 의견을 듣고 마음이 안정됐다. A는 직접 검색을 해 보았다.
" 가격이 오르던 것이 단기간 떨어져 있는 상태. 조정은 앞으로 추가상승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단어. 그러나 조정상태가 길어질 수 있음. "조정"은 "하락" 이라고 봐도 무방.”
결국 조정은 하락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의미는 A의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A의 눈에 크게 들어온 부분은 “추가상승을 전제한다.” 였다. 지금은 조정기간이고 XXX바이오는 조정을 받으면 추가상승할 것이라며 A는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고 설득했다.
주식천재가 조정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A가 목표로 잡은 매일 20만원 수익 내기가 무너졌음에 심장이 아파왔다. 하지만 A의 XXX바이오를 향한 신뢰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르면 떨어지는 법, 떨어지면 다시 오르는 법 지금 XXX바이오는 추진력을 얻기 위해 하락이 아닌 조정을 받고 있다. 어떤 부정적인 생각이 들더라도 조정은 상승을 위한 추진이라는 말로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안타깝게도 XXX바이오는 A의 소망을 당장 들어주지 않았다. 힘을 내지 못 하고 A가 산 가격 -12%에 마감이 됐다. A는 파랗게 불이 들어온 XXX바이오를 보며 힘내라고 응원했지만 정작 응원이 필요한 건 자신임을 깨닫지 못 했다.
며칠이 지났다. XXX바이오의 가격은 그리 큰 변동 없이 주말을 맞이 했다. 주말도 지났다. A의 속도 시커멓게 타 들어갔다. 하락이면 하락이지 조정이라는 말은 누가 만들었는지 그 단어를 만든 사람도 때리고 싶었다. 주말은 정말 지루하기 그지 없었다. A는 주말이 이렇게 지루하고 느리게 가는지 처음 깨달았다. 월요일이 이렇게 기다리는 것도 학생 때 방학 이 후 처음 이었다. 주말 내내 스마트폰으로 XXX바이오에 대한 뉴스를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3상 임박이라는 며칠 지난 소식들이 A가 찾을 수 있던 모든 XXX바이오에 관한 뉴스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변화가 없는데도 주식가격이 내려 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일요일 밤이 되어서야 A의 마음에 진정과 평화가 찾아왔다. 침대에 누워 내일이 빨리 오길 바라며 잠자리에 드는 A였다. 내일은 다시 희망찬 하루가 시작 될 것이었고, XXX바이오의 조정이 끝날 것 같은 예상이 A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줬다.
월요일, 출근, 책상 앞 A는 할 말을 잃었다. 기대했던 월요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XXX바이오가 자신이 산 가격의 -45%에 달하고 있었다. 130만원의 절반 정도가 사라졌다. 자신이 주식으로 얻은 수익 30만원을 제외하고 A의 진짜 원금도 사라져가고 있었다.
A는 가슴 속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칭 주식천재라고 입 놀리던 그 놈을 찾아가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A는 그 정도의 무뢰배는 아니었다.
“모든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라는 경고 문구를 A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손목을 자르고 싶었다. 대체 왜 자신이 상한가 치는 주식을 샀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시간을 돌리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을 말리고 싶었다. 상한가 주식을 매수하려 기다리던 사람들을 비웃던 자신의 모습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손도 대고 싶지 않았다.
점심시간 커피를 마시는 동료들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자칭 주식천재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에 관한 정보를 연신 풀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A는 주식천재의 한 마디에 심장이 쪼그라드는 기분을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
“나 저 번주에 XXX바이오 정리했잖아. 20% 이득보고 빠졌어. 아무리 봐도..”
그 다음 말부터는 A의 귀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한 가슴을 부여잡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A는 다시 주식창을 열었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XXX바이오의 가격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파란 불이 들어온 자신의 수익률을 A는 받아 들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A는 여기서 어떻게 해야 될지 감도 잡지 못 했다. A는 이 손해를 어떻게든 복구 하고 싶었다.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나. 하지만 어딘가에서 읽은 바로는 손절은 절대 하는게 아니라고 했다. 어딘가에서는 버티라고 했었다. 또 누군가는 물을 타고 빠져 나오라고도 했다. 여태까지 A가 여기저기서 읽고 주어 들었던 말들이 머리 속을 무한으로 뱅뱅 돌며 A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A는 도저히 자신의 피 같은 돈을 잃을 수가 없었다. 지금 여기서 매도를 하는 순간 손해가 진짜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A는 주식창을 보았다. XXX바이오의 가격이 큰 변동은 없어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금은 저가 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이 거래되고 있었다.
A는 주식계좌에 200백만원을 송금했다. 그리고 그만큼의 돈으로 XXX바이오를 전량 매수 했다. A의 선택은 물타기였다. 어떻게든 원금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선 이 방법이 최선의 방법같이 보였다. A의 바람대로 A가 가진 XXX바이오의 평균단가가 확 내려갔다. A는 화장실 변기 칸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직도 A의 XXX바이오는 파란불이었다. 몇 퍼센트가 부족해 아직은 수익권에 들어가지 못했다. 200백만원으로는 평균단가를 원하는 만큼 낮출 수가 없었다.
A는 그래도 만족스러워했다. 이제 XXX바이오의 가격이 단 1% 아니 0.1%라도 오르면 무조건 팔겠다는 다짐을 하며 화장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