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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호 Jul 25. 2022

직장인 A씨는 과감하게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버렸다.

상한가에 주식을 매수했다.

A는 매우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했다. 30만원이라는 돈이 작다면 작은 돈이지만 시간 대비, 노동 대비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큰돈 이었다. 주식으로 하루 30만원씩 수익을 올리면 팔자가 바뀔 것 같았다.


어제 상한가에 판 XXX바이오의 가격을 확인했다. 마음이 편했다. A씨의 예상대로 어제 상한가로 마무리됐던 XXX바이오가 떨어지고 있었다. A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소름끼치는 판단력에 스스로 갈채를 보냈다.


업무 중간마다 스마트폰으로 주식 창을 확인했다. XXX바이오는 어제 대비 -10%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이제는 다른 주식도 조금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자신의 판단력과 운만 따라주면 하루 20만원 30만원은 쉽게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보다 여유로운 마음에 업무집중도 높았다. 점심시간까지는 세상이 자기 것 같았고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인생이 꽃길이 될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고 동료들이 다시 커피를 마시며 주식과 코인에 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A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로 대화에 동참했다. XXX바이오를 소개해 준 그 동료의 얼굴을 살폈다. 오늘도 여전히 싱글벙글했다.


“내가 뭐라 그랬어. 두배 세배는 어렵지 않다고 했지. 내일까지 상한가 치면 바로 두배야.”


A는 의아해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주식창을 확인했다. 업무에 집중하느라 두 시간 정도는 주식창을 확인하지 못 하고 있었다. XXX바이오가 다시 상한가를 달리고 있었다. XXX바이오의 주식을 사겠다는 매수주문이 어제보다 더 많이 쌓여 있었다. A의 심장이 또 뛰기 시작했다.


A 오늘 아침 자신이  마지막 가격과 상한가 사이의 차이를 계산했다.   샀으면 적어도 35% 수익을 올릴  있었다. 자신이 주식투자에 쓰기로  돈이 최대 130만원 130만원의 30퍼센트만 해도 39만원, 35% 무조건 40만원 이상은 수익을   있었다. 40만원 수익이면, 하루 평균 20만원 수익을   있다 가정했을  이틀 치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A 자신이 매수기회를 놓쳐 얻지 못 한 돈을 자신이 실제 손해 보고 있는 것처럼 계산을 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A는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침만 해도 꽃길을 걸을 것 같던 자신의 인생에 균열이 생기는 듯 했다. 자괴감이 몰려왔다. 자신이 왜 괜히 주식을 팔았는지, 팔았다고 하더라도 오늘 아침에 찾아온 기회를 왜 잡지 못했냐는 질책과 후회가 가득했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주식창을 열어봤다. 매수주문의 수가 오르락내리락 하긴 했지만 XXX바이오는 상한가에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상한가에 머무르며 자신에게 틈을 내주지 않는 XXX 바이오를 보며 A의 머리는 복잡해졌고 가슴은 답답해졌다. 어떻게 해야 될지 도저히 감히 잡히지 않았다. XXX바이오를 추천한 동료의 말을 끝까지 믿었어야 했나. 오늘 아침에 -10%는 기회였음을 왜 알지 못한 거였지.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A의 머리를 잡고 뒤흔들었다.


궁둥이를 붙이고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내일도 상한가를 간다면 지금 가격에 사도 30%의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미 3시를 넘어 3시 30분이 다가오고 있었다. 주식 시장이 마감되는 시간이다. 주문을 넣으려면 30분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A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주식매수에 걸린 숫자가 자신이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보다 더 많아져 있었다. A의 과감함이 다시 금 빛을 발했다. 자신의 운과 주식전문가 동료의 말을 믿기로 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원하는 주식이라면 내일도 오를 확률이 더 높다는 막연한 추측도 A의 결정에 한몫했다. 그리고 그 수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XXX바이오를 자신만 피해 가고 싶지 않았다. 혼자 뒤쳐지는 듯한 기분이 A의 판단력을 야금야금 파먹었다.  

 

A는 매수주문을 걸었다. 어제만 해도 상한가를 사겠다며 매수주문 건 사람들을 비웃었던 A였다. 오늘은 그 사람들과 같은 줄에 서서 자신이 팔아버린 주식을 사겠다고 기다리는 소위 판단력이 느린 주식투자자가 되어버렸다.


A는 자신의 순서가 빨리 와 매수 주문이 체결되길 바랐다. 매수주문에 걸린 주문의 수는 여전히 출렁이고 있었다. 주식이 팔려나갔고 새로운 사람들이 그 뒤를 이어 매수주문을 걸었다.

 

새로 들어오는 매수주문을 보며 A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자신뿐만이 아닌 얼굴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은 판단을 했지만 한발 늦게 이 기나긴 줄에 들어서고 있었다.


마치 긴 놀이기구 줄의 가운데 서 있을 때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앞에도 많은 사람이 서 있지만 내 뒤로 더 긴 줄을 볼 때의 그 기묘한 안도감 같은 것이 있었다.


A의 소원이 현실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0분도 안 돼 A의 130만원 주문이 전부 매수되었다. A는 쾌재를 불렀다. 그때야 온전히 스마트폰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뒤로 쌓여있던 주문도 A의 매수주문이 체결될 때만큼 있었다. A는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자신이 내린 판단에 후회는 없었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적어도 오늘은 XXX바이오는 상한가로 마무리될 것이 확실했다.


A는 업무를 보며 하루를 마감했다. 하루가 뿌듯했다. 내일이면 보게 될 수익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상한가는 아니더라도 20%만 올라가면 26만원, 최소 10%만 상승해도 13만원이었다. 내일 13만원을 벌면 그 다음 날 26만원을 벌면 된다. 이렇게 돼도 저렇게 돼도 월급 이외로 들어 올 돈이 예정돼 있었다. A는 아직 찾아오지 않은 미래의 일을 기정사실로 여기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세상이 자신을 배신 할 것이라는 의심이 전혀 들지 않았다.  


퇴근길에 여유롭게 스마트폰을 열어 주식창을 확인했다. XXX바이오의 상한가는 온데간데없었다.


상한가 대비 -5%로 주식이 마감되어 있었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은 A의 손에 힘이 빠졌다. A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많이 쌓여있던 매수주문이 모두 체결됐다는 사실이 가능하냐는 의문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대체 그 많은 물량의 주식을 누가 팔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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